결정적 한 방
아직 몇 시간 더 진행할 듯 하다만, 뭐 이쯤 되면 게임 끝난 거 아닌가?
검찰 수사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언론에서 온갖 의혹이 쏟아질 때, 핵폭탄급 결정적 한 방이 없는 한 아무 문제 없이 조국은 법무부 장관이 될 거라고 했던 건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국의 전공이 뭐냐? 형법이거든. 형법, 형사소송법, 기타 형사벌과 관련된 각종 법률들. 그거 수십년 팠던 사람이라는 거.
그의 말을 100% 신뢰해서, 자녀의 문제나 사학재단의 문제나 처와 처갓집 일가들의 문제고 뭐고 자신은 나랏일 하시느라 알 수 없었다는 것을 걍 믿어보자. 뭔가 문제가 있으니 주변에서 그 난리를 치겠지만 조국은 몰랐던 거다. 여기까지만이라면 여타의 국무위원 후보자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만일 주변의 문제가 본인과 법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어떠한 조짐이 있었더라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그는 그거 해결하기 전에는 공직에 나가고자 이토록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을 거라고 본다. 왜냐고? 그의 전공이 형법이니까.
주변에서 평소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몰라도, 기왕에 알게 된 그 뭔짓이 법에 어긋나는지 아닌지, 나랑 엮일지 안 엮일지는 철저하게 파고 또 팠을 거다. 그는 시종 법을 어긴 것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는 형법학자로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어떠한 범죄행위와도 무관함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서도 그랬고 오늘 청문회서도 그랬지만, 조국의 답변 태도는 물론 그 내용을 보라. 그리고 그거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그랬다가 나중에 어쩌다가 범죄혐의로 달리게 되었을 때 소상히 떠올려 보라. 아마 죄가 있든 없든 절반은 먹고 들어갈 거다. 바로 그거다. 취조받는 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교과서적인 반응. 그게 조국에게서 나왔다. 그가 형법의 마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가 형법은 물론이려니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로부터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 없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그를 지지하는 자들의 어떤 항변을 가능하게 했다. "그가 법을 어겼냐, 뭘 어겼냐?"
따라서 그에게 쏟아지는 어떤 비난들을 토왜 자한당의 분열책에 빠져 죄도 없는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검찰개혁을 물 건너가게 만들고 수구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회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반민족적 반애국적 행위라고 하는 건 그냥 웃고 넘어가도 될 일이다. 다시 말해, 그가 단기필마로 기자들과 맞서거나 자한당 무리에 둘러싸여 칼춤을 추고 있는 저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핵폭탄은커녕 방구폭탄 하나 터질 일이 원래 없었던 거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분단의 단면이다. 누차 이야기하는 거지만, 바로 여기에 이번 사건의 교훈이 있다. 그가 어기지 않은 법들은 결코 못 사는 자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그는 그 법이 보장하는 리그의 멤버였다는 거.
그래서 핵폭탄은 의사당 바깥에서 그 몸통의 일부를 드러냈다. 물론 그것이 언제 폭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링링이 몰고온 비바람에 쓸려온 토사에 다시 묻혀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런 핵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거대한 기득권의 성채 안에서는 모든 것이 합법이 될 수 있지만, 그 바깥에서는 어떠한 삶의 의지도 한 순간에 범법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