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분이 끝내...
2011년 연말에 전율을 하며 깨달았던 것이 있다. '철인정치'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플라톤 ㄱㅅㄲ... 이 엄청난 각성을 하게 만들어준 분이 바로 김상봉 교수다. 전남대 철학과 교수이신 김상봉 교수를 보면서, 만약 철인이 정치를 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재정권일 것임을 알았다.
물론 그 '철인'은 순수하고 지고한 마음에서, 오로지 철학하는 자의 지혜로,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가 아닌 이데아의 진리로 세상을 다스린다. 그 덕분에 세상은 아비규환이 되고 사람들은 헬게이트 앞에서 허덕이게 된다. 이게 철인정치가 유발하는 선의의 폭력이자 '서로주체'의 모순이다.
오늘 다시금, 김상봉 교수의 글을 보면서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한겨레: [김상봉, 씨알의 철학] 서울대생의 촛불, 너릿재 너머의 아이들
제목과 소재를 보면, 김상봉 교수는 계급적 관점에서 오늘날 법무부장관 후보자 파동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뿔사, 그가 제시한 서울대와 화순 너릿재의 차이는 계급 간의 갈등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보지 못한 서울대생들을 꾸짖는 것이었다.
아니 글쎄, 이런 식으로 과잉대표된 일부를 그들이 속한 집단의 전체의 상징으로 뭉뚱그려서 말하면 안 된단 말이다. 철학자께서도 이러시면 어쩌냐... 싶다가도 아, 이게 이분의 한계라니까...
그 안에서도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조국 물러나라고 촛불 들었던 학생들 중에는 지들 촛불 들었던 광장을 청소했을지도 모를 청소노동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또는 그 중에 어느 학생들은 가슴 아프게 울었을지도 모른다. 촛불 드는 곳에 가지 않았지만 청소노동자 빈소에 분향을 한 학생들도 있었겠고, 마찬가지로 촛불 들지는 않았지만 청소노동자가 죽건 말건 상관 없다고 생각할 학생들도 있다.
김상봉 교수의 이 태도가 바로 일부 586을 그 세대 전체로 치환하는 오류이다. 왜 자꾸 이러는가? 더구나 철학자께서. 그것도 '서로주체성' 이야기하시는 철학자께서. 아니 진짜 그 '386', 아니 '586' 중에서도 '386' 때부터 빨갱이 때려잡자고 한 놈들도 있다니까요. 한 두 놈이 아니라니까요. 한꺼번에 한 세대로 퉁칠 수가 없다구요.
그러면서 뭐라고요? 상고 나온 박노해가 시인이 되어 가장 낮은 땅 팔레스타인으로 갔다고요? 서울대 나온 것들은 다 출세할 때? 김상봉 교수가 말하는 '박노해'가 세상을 뒤집자며 지하에서 암약하던 그 '박노해'인지, 아니면 "우리 헌법은 훌륭한 것입니다"라고 했던 '박기평'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서울대 나온 놈들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알기로 연고대 나온 놈이나 이대 나온 뇬이나 다 똑같았다.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다. 강남좌파 86 엘리트도 있겠지만, 안 그런 것들이 더 많다. 촛불 든 서울대 학생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학생수가 1만7천명에 이른다는데 그날 촛불 들고 나온 학생들 발가락 숫자까지 포함해봐야 5백명이라더라.
내게 '철인정치'는 존재해선 안 될 정치형태임을 몸으로 보여주신 김상봉 교수는, 이렇게 한결같이 철인이 정치를 해선 안 된다는 걸 주기적으로 일깨워주신다. 영원한 스승님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