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되는 일에 대한 반응들

난 어떤 일에 대하여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의아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기사에 대한 반응.

경향비즈: [단독] '친환경 연료'인 줄 알았는데... 천연가스 수소차의 '배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수소연료가 실은 내막을 들여다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기사다. 기사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수준의 반응도 보이는데 난 그런 반응들이 더 놀랍다.

물론 자연과학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이 없다가 이런 기사를 보게 됨으로써 사정을 알게 되어 놀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에도, 수소연료가 당장 자연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

우주에 가장 많은 원소인 수소이고 지구의 공기중에도 노상 떠다니는 게 수소라지만, 이걸 포집하고 비축해서 쓰려면 어떤 기술과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게 수소 아닌 다른 연료를 쓰는 것보다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관건일 터.

그런데 수소를 연료화하려면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할 거고, 그 공정을 거치려면 그 공정을 준비하고 가동하는데 또 여러 자원이 소모될 것이다. 따라서 수소를 연료로 쓰면 일정한 정도로는 기존의 연료사용보다 효율적이면서도 환경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

난 또 다른 현상에서 의아한 일이 있는데, 보통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가 더 비싸야 하는 거 아닌가? 예를 들어서 기름값보다 전기료가 더 비싸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다. 도시가스보다 전기가 더 비싼 게 맞는 거 같은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LNG보다 전기가 싸다보니 이제는 집집마다 인덕션이 대세다. 아니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수소차로 바꾸느냐 마느냐는 대체제를 뭣으로 할 거냐의 문제이지 생활환경 자체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환경의 문제, 기사에서 지적하는 온실가스의 문제는 원천적으로 자원소모를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이냐에 대한 논의로 해답을 찾아야 할 일이지 자동차 연료를 기름에서 수소로 바꾼다고 답이 나오진 않는다.

보행>자전거>대중교통>자가운전의 순으로 이동방식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은 왜 항상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가? 언제까지 자동차 업체들 뒤 봐줘서 경기유지하는 걸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경제적인 문제라면 그 대안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튼 간에 수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이상하고 뜬금없는 주문에 세뇌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기사가 효용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건 꾸준한 연구를 통해 더 좋은 방안을 만들어내야 할 일이다.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독일처럼 장기적인 연구개발계획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더 친환경적인 방안들을 마련하여야 한다.

하지만 수소가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고, 수소는 다만 대체제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파괴를 전제하는 발전지상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법정의 무소유를 감당할 준비를 얼마나 빨리 할 수 있을지가 아마도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다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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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3 10:29 2019/10/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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