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확대에 대한 반대여론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회의원 정워 30명 증원하면서 지역구 유지하는 선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더랬다.
선거법을 패스트트랙 태우는 과정에서 이 제안이 이미 5당 원내대표의 합의사항이라고 심대표가 주장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지만 암튼 합의여부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니 패스하자.
중요한 건 과연 이런 제안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제안인지이다. 기실 지금 여러 검토를 토대로 의원정수를 따진다면 30명이 아니라 당장 300명을 늘려도 모자랄 판이긴 하다. 난 다수의 국회의원이 피터지게 경쟁하는 국회를 보고싶으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 하는 사람은 나를 비롯해 대한민국에서 몇 명 안 되고, 실제로는 이따위 국회의원들 기냥 다 총살시켰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거. 그러니 허경영이가 국회의원 죄다 아웃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 그 정신나간 자가 하는 이야기 중에 이거 하나는 그럴싸하다는 지지를 상당히 얻었었고, 이걸 또 기냥 덥썩 물어가지고설랑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새정치'라고 막 터뜨리고 다녔던 안철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일단 국회 안에서 이 제안은 뉴스는 될지언정 약발은 그닥 없는 제안이 될 수밖에 없다. 자한과 더민은 이젠 실익이 뭔지 그건 생각도 나질 않고 오로지 존심만 남은 상황인데, 이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나가리 만드는 것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나가리판 만들기는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가? 선거법 날리는 거지 뭐.
자한이고 더민이고 간에 정수를 늘리건 아예 줄이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살을 덜 내주고 양당구조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다른 두 원내 군소정당 역시 당장 내년 총선에서 어딜 기어들어갈 것인지, 누구랑 이합집산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고, 이러한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면 패스트트랙 받는 거고 도움 안 되면 걍 입 닥치고 등 돌려버리는 거다.
경향신문: 의원정수 확대, 꽉 막힌 '패스트트랙 정국' 돌파구 될까
이렇게 각 정당들의 속셈이 중구난방인 상황에서 이를 일정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여론인데 현재 스코어 여론은 의원정수확대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형국이다. 이건 뭐 답이 없다.
뷰스앤뉴스: [리서치뷰] 77%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국회의원정수확대의 전제조건을 아무리 달아봐야 소용 없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정치적 제안에 딸린 각주를 들여다보진 않는다. 뉴스기사의 헤드라인 외에는 그 기사의 내용도 보기 귀찮아하는 유권자들에게 뭔 제안과 조건을 갖다 붙여 그 당위성을 설명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아예 보지도 않는데.
예를 들어, 현재 인턴2명을 포함하여 9명까지 둘 수 있는 의원 보좌진을 아예 없애거나 1명 정도로 축소하고, 세비 외에 여타 어떠한 재정적 지원도 다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수반함을 전제로 의원을 늘린다고 하자. 그러면 언론의 헤드라인에는 뭐라고 나오나? 어차피 "의원 정수 확대"만 나온다. 다른 내용은 기사의 중간 중간 한 줄 정도씩 배열되겠지. 그러면 독자들은 일단 제목만 읽은 다음, 중간은 건너뛰고 바로 댓글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 도둑놈의 쉥퀴들이 뭐? 의원 쪽수를 늘려? 에라 퉤퉤퉤!
아, 물론 기획기사를 낼 수도 있다. 제목도 잘 정리해서 "보좌진 대폭 축소하면 의원 정수 확대도 가능" 뭐 이렇게 조금은 핵심을 더 보이게 제목을 놓고. 내용도 친절하게 지면을 대폭 할애해서 잘 정리해 적어놓는 거다. 그러면 독자들은 어떻게 한다? 일단 제목 읽고 내용은 건너뛰고 바로 덧글창으로 가서 "의원 편드는 기레기들"이라고 욕할 거다. 아마도 72.7638479%의 확률로 이렇게 된다.
그럼 자한당과 더민당은 "때는 이 때다"라고 하면서 유권자를 핑계삼아 정수증원은 없던 일로 합의! 다음으로 패스트트랙 내용의 부실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 이때 더민당은 아닌 것처럼 버티는 척 하다가 발 뺄 수 있는 어떤 조건을 만들어 놓고 자한당 욕하면서 합의 무산. 어떤 계기로? 예를 들자면 국회의장이 뻘타치면서 독박을 쓰는 형태를 만들면서 양당 공히 국회의장을 비난하면서 슬쩍 발빼기.
연합뉴스: '잠시 꺼둔 시한폭탄' ... 여야, 檢 개혁안 부의 연기 엇갈린 반응
국회 내의 정상처리라는 명목 하에 문희상 의장이 검찰개혁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12월로 넘겼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된다? 자연스럽게 공직선거법 논의가 그 뒤로 밀린다. 빠르면 검찰개혁안과 공직선거법 개혁안이 동시에 본회의 부의가 되고, 그렇게 되면 더민당 입장에서는 검찰개혁안 처리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혁안은 자한당에게 넘겨줄 거고.
더 골때리는 상황은 이러한 패키지 처리가 눈치가 보이면 공직선거법 개혁안 처리를 검찰개혁안 처리의 뒤로 미뤄버리는 거. 그럼 이번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나? 4월 총선 전 처리가 불가능하여 공직선거법 개혁안은 폐기하는 것. 그 이유는? 이유가 뭐 있겠나? 여론이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한다는 거지 뭐.
이렇게 이야기를 꼬아놓다보면 원래 선거법 개혁안이 뭐였는지는 아예 논란도 되지 않고, 정의당 등 군소정당이 밥그릇 챙기려고 의원 늘리자고 했다가 여론에 두드려 맞고 게임 끝난 걸로 정리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도대체 누가 뭘 어쨌고 어디서부터 일이 뒤틀렸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개혁이고 나발이고 다 물 건너 가는 거다.
정수확대에 대한 반대여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일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논의이다. 머리가 아프지만 이걸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천경로에 대한 계획 없이 그냥 당위적으로 이거 하면 좋다는 식으로 터뜨려봐야 여론만 더 싸늘해진다. 정의당 지지층에서조차 정수확대에 반대하는 비중이 73%를 넘겼다.
방법은 하나다. 국회의원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각종 특혜를 깡그리 포기하는 모습부터 보이는 거다. 일단 세비 말고 가져가는 돈 한 푼도 없게 만들고, 세비도 조정해서 쓸데 없이 붙여놓은 각종 수당 다 빼고, 의원사무실도 구관은 3명이 하나, 신관은 5명이 하나씩 쓰고, 보좌진도 1명으로 줄이고, 그 보좌진조차도 지가 월급을 주든지 당이 월급을 주든지 하고... 이러고 나서 더 쎄가 빠지게 국회를 돌리려면 의원을 배는 더 뽑아야 된다고 죽는 소리 해봐라. 그러면 여론이 좀 바뀔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