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의 변명 몇 마디
학술대회도 끝났겠다, 그래서 이제 모든 걸 정리하는 수순으로.
일단 연구회의 운영위를 그만두기로 하고, 학교 튜터링도 그만 두기로 통보. 튜터링마저 사라지면 그나마 차비라도 생기던 일이 없어지게 되므로 상당히 큰 타격이 될 듯하다. 그보다도 더 아쉬운 건 연구회의 동지들에게 책임 있는 뒷마무리를 해주지 못하게 된 것이 크다.
그래서 연구회의 운영위원들에게는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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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면 안 될 듯하여 제 신상에 대한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그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서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올해를 끝으로 이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게으른 성정에 그래도 뭔가 나름의 지향을 가지고 탐구를 하고자 했지만, 점점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스스로도 가능성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여전하고, 그로 인하여 제 자신의 전망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젠 더 이상 미련을 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다시는 학교에서 전공 강의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대학과 관련된 일들을 모두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논문을 심사하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연구하지 않으면서 연구자들의 논문을 심사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양심이 허락칠 않습니다. 더불어 유연하지 못한 사고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것도 이러한 일들을 하는데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함께 했던 민주법연의 운영위원도 이제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연구회에 대한 애정은 깊어지고 있지만, 여기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없음을 통감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 있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배려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평회원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또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분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모쪼록 모든 분들이 하고자 하시는 연구에 정념하셔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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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방에 올려놓고 보니 괜히 거창하게 말을 했다싶다. 차라리 저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