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봉정사 - 1
"가까운데 한 번 가볼까?"
안동역 옆에 있는 관광센터에서 지도를 한 장 받았다. 안동일대가 나온 지도를 보면서 짝꿍은 봉정사를 가보고 싶다고 한다. 가깝다면서... 안 가깝거든. 관광지도라는 게 생략과 과장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라 척도고 나발이고 이런 건 통용이 되지 않는다...만 짝꿍이 가겠다는데야 가야지 머.
택시를 탔다. 도로는 막히질 않는다. 길은 좋은데 차량은 그다지 없다. 그런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미터기에서 요금은 쭉쭉 올라간다. 가깝다고 하더니만 택시비 올라가는 걸 보는 표정이 심상칠 않다. 그래도 뭐 어쩔 것이냐, 이왕 탔는데. ㅎㅎ
봉정사는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무엇보다 절터가 좋고, 배치가 잘 되어 있고, 나무가 좋고, 길이 좋다. 특히 잘 생긴 나무만 보면 환장을 하는 입장에서 봉정사 일대에서 엄청난 나무들을 본 것은 택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소나무길. 이런 길이라면 하염없이 걸어도 좋겠다.
음... 봉정사 나무들만 대충 봐도 스압이 장난 아니군...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경외심이 솟구치면서 마냥 겸손해진다. 저 나무들이 살아온 시간들은 어떤 희비가 세상을 울리고 웃겼을까. 장자의 눈으로 보자면 하등 쓸모 없는 나무들이라서 장구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하겠다만, 내가 볼 때 이 나무들은 신목들이기에 저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을 듯 하다. 신성한 영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유물론자가 뭔 개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만, 기본적으로 기운은 물질이다.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