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더 부숴져야
이 칼럼은 검찰의 미래를 크게 걱정하는 취지로 쓰인 듯하다.
난 계속해서 검찰이라는 조직은 해체수준으로 재정비되어야 맞다고 생각해왔다. 어디 술집에서 뒷담화할 때도 그랬지만, 민주노동당을 거쳐 지금까지 오면서 정책적 측면에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검찰조직의 상을 제출했었다. 내가 생각한 검찰의 역할은 국가의 형사대리인에 국한된다. 검찰은 그 이상의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
그런데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어떤 누구도 검찰의 역할을 이 수준으로 제한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기도 한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지만 그건 자가당착이다. 검찰총장이 대단히 훌륭한 분이 아닌 이상 제 손에 절대반지가 쥐어져 있는데 그걸 안 끼워볼 인간이 몇이나 되겠나?
이번 칼럼 역시도 검찰의 안위를 걱정해준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보인다. 이 칼럼은 검찰조직이 이대로 가서는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의외로 칼럼 안에 그 해답의 열쇠가 들어 있다.
"검찰청법을 비롯해 관련 법들은 가지런하지 않고, 원칙은 들쑥날쑥하며, 절차는 부정확하고 애매하다. 법과 원칙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법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그렇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제도가 엉망진창이고 그 제도를 운영하는 자들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법을 마구잡이할 수 있을까? 그건 검찰의 권력구조 자체를 깨지 않은 채 대충 손봐서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왜? 법을 만드는 자들, 혹은 권력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자들의 생각이 하나같기 때문이다. 내가 잡으면 검찰도 내 건데. 이러니 지금 당장 내 목에 검찰이 칼을 들이밀 때는 빡이 치지만, 언젠가 내가 권력을 잡으면 내가 검찰을 이용해 상대방의 목에 칼을 들이 밀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거다. 그러면서 무슨 정치적 중립씩이나 요구들을 하고 있는지...
나중의 결과가 굉장히 우려스럽기는 하다. 정권을 둘러싼 줄대기, 그리고 이와 연결된 내부의 권력투쟁. 그 끝에 남는 자들이 독식하게 될 무한 권력의 향배. 완전 무협지가 따로 없다. 그 끝에 또다시 법의 허장성세와 법을 쥔 자들의 득세, 이로 인해 가중되는 민중의 고단함이야 뭐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여겨질 정도고.
하지만 난 오히려 지금 이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서 지들끼리 뚝배기가 다 깨져버리도록 싸움박질을 하길 바란다. 윤석열이고 이성윤이고 이런 차원에서가 아니라 검사들 하나하나가 다 개싸움을 하면서 조직 자체가 완전히 사분오열되길 바란다. 정권차원의 분열책동이야 워낙 눈에 보일 정도이다보니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굳이 한 마디 더 보탤 여지는 없을 듯하지만, 검찰 내분을 보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워낙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좀 웃긴다. 그게 걱정할 일인가? 뭐땜에? 조국에게 불리할까봐?
김종구 편집인은 칼럼 말미에 "검찰의 갈등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 검찰은 작두에 발을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온몸에 피멍이 들고 뼛속까지 그 후유증이 남게 됐다. 너무나 씁쓸한 현실이며 국가적 불행이다."라고 했다. 아, 천만에. 난 검찰이 작두에 발을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작두타다 곤두박질을 쳐서 뚝배기까지 완전 박살나길 빈다. 그건 "국가적 불행"이 아니라 시스템을 새롭게 짜는 계기가 됨으로써 국가적 행복을 꾀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편 우리 편...이 아니라 싸우고 싸워서 아주 둘이 가루가 되어 공멸하기 바란다. 검찰조직은 거기서 다시 구성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