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잡생각
위성정당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송사도 많다. 난 위성정당의 문제는 송사로 해결할 수 없고, 송사로 해결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사법적 판단은 위법의 여부만을 따질 뿐이므로,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들이 증명되지 않는 한 위성정당 자체를 어찌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 이 위성정당들은 합법적 절차를 거친데다가 주권자인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5석의 비례의석을 얻은 정의당이나 아예 폭망해버린 민생당 같은 경우에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미한당에 19석을 만들어주고 더시당에 17석을 만들어준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은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거기다가 효자노릇 하겠다던 열민당이나 당대표 원맨쑈에 기댄 국민의당에 꼴랑 3석씩 떨어진 상황을 본다면 유권자들은 어느 정도 실체적으로 유효한 정치적 의사표시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걸 사법부에 가져간다는 건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건데. 이건 솔직히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지 의문이다.
다만 위성정당들의 꼴같잖은 짓에 대해 시민사회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운동차원의 활동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는 있겠다.
위성정당이 야기한 가장 큰 문제는 정당정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우스개거리로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위성정당은 물론이고 이걸 설계한 것들이나 남이 하니 나도 한다고 똑같은 짓을 한 것들이나 욕을 처먹어도 싸다.
그렇긴 한데, 위성정당보다도 더 심각하게 정당정치를 형해화하는 짓이 바로 김종인 같은 자들이 하는 짓들이다. 미통당이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니 기간없는 전권을 달라고 하는 건 정당에 대한 모독이다.
물론 비상한 시기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권한을 행사할 필요도 있다. 일종의 독재권인데,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민주적 절차와 내용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컨대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지라도 그것이 투명성과 적법성은 물론 정당성까지 갖춘 상태에서 내외의 감시와 참여를 배제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ㅓ다.
특히 정당이라는 조직체는 가장 강고한 정치결사이기 때문에 그 정치결사가 말 그대로 '결의'를 해서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결의'가 정당하기 위한 과정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적극 나서면서 실무를 집행하고 있는 자들을 보면 이건 뭐 기왕 떨어진 낙엽 신세니 내가 못하는 거 다른 넘들도 못하게 하겠다는 심뽀가 작동한 게 아닌가 싶다. 저런 정당이 다음번 선거에서 다시 35%의 지지율을 지켜낼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게 더 숨막히고.
어차피 우스개거리가 되어버린 정당정치. 이 문제를 해소하는 건 사법부가 아니다. 미통당이야 뭐 존재 자체가 우스개거리이긴 하나, 저들이 갈수록 정치혐오를 유발하는 짓을 계속 하는 건 정치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어려울 듯하다. 어떻게?
정당법을 없애든지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새롭게 하든지 그거 하자니까. 위성정당이든 정당연합이든 만들어지면 어떤가? 제대로 본색을 드러내고 선거에서 심판받도록 하면 되는 거지. 지역정당 만들어서 백가쟁명 하는 게 내 바램이다. 같이할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