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 몇 가지 생각들 메모
4.16이다. 벌써 6주기.
몇 가지 단상
1. 선거예측과 결과 비교
(1) 선거율이 66%를 넘어서리라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 사전투표율이 26%를 넘어가면서 애초 예상보다 높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최대 60%정도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여러 분석들이 나오던데, 난 아직도 그 이유가 명확하게 무엇일지 감이 안 잡힌다.
(2) 지역구 선거에서 더민당이 예상보다 20석 정도 더 나왔고, 미통당이 20석 정도 덜 나왔다. 상당한 규모의 차이가 생겼다.
(3) 민생당은 예정대로 사라지게 되었다.
(4) 다른 선거결과는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2. 평가
(1) 지역구도가 강화되었다?
지역구도는 그냥 그대로다. 다만 경향에 대한 반동이 극복되는 사례와 극복되지 않는 사례만 남았을 뿐이다. 전자는 호남이고 후자는 영남이다. 영남 중에서도 특히 TK. 이 반동에 대해선 다시 이야기하자.
왼쪽은 20대 선거결과고 오른쪽은 21대 선거결과다. 20대 그림에서 녹색을 파랑색으로 바꿔보라. 뭐가 달라졌는가?
(2) 양당구도가 강화되었다?
실질적으로는 양당구조였던 것이 이젠 형식적으로도 양당구조로 안착되었을 뿐이다. 보수양당 중 더민당쪽으로 좀 더 많이 쏠린 구조이긴 하지만.
(3) 연동형 비례제의 형해화?
위성정당때문에 연동형 비례제의 의미가 형해화되었다고 평가하지만, 애초 개정되었다는 그 제도 자체가 심각한 문제였고, 그 제도에 몰빵하던 과정이 문제였다.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결과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이런 결과를 야기했다.
(4) 진보정당의 몰락?
관점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정의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인정한다면, 진보정당이 몰락했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민주당류의 그늘에 들지 않더라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자생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해야 할 듯. 다만, 현재의 지형에서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차라리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향이라는 것을 깨닫는 선거가 되었기를.
3. 향후의 모색
예상했던 결과임에도 대책이 서질 않는 참담함이란... 뭐 어쨌든 그렇고,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벌써부터 새로운 진보결집 또는 진보통합 운운하는 소리가 나온다는 것.
2008년 분당사태 이후 언제나 이야기했던 건, 함께 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왜 갈라서야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의 두려움이었다. 분리정립의 이유로 내세웠던 '진보의 재구성'은 아직도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그런 혼란 속에서 결국 2008년의 분당은 세력간의 이합집산이 진보진영에서도 횡행하게 된다는 출발점이 되었을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세력이 왜 갈라섰고, 갈라서있는 의의는 무엇이며 갈라섬으로서 확보할 수 있었던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누가 설명할 수 있나?
그러니 합치자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 상황에서 왜 합쳐야 하는가, 왜 결집해야 하는가의 의미 역시도 모호하다. 철저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같이 할 길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아니 실은 선거 전부터 이 이야기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꽤 있다. 뭐하자는 짓인가? 각자 적을 두고 있는 정당이 있고 코앞에 선거가 닥쳤으면 선거에 몰빵할 일이지, 선거 시작도 하기 전부터 선거 후에는 다시 몰려다녀야 하지 않겠냐는 작당들이나 하고. 미래를 예비하는 철저한 준비자세? 웃기고 자빠졌다. 그게 바로 내부 총질이라는 거여.
통합적 진보정당을 재구성하자는 건 그냥 조국통일하자는 이야기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천국은 가보지 못했기에 신앙의 대상이 되는 거다. 신앙의 대상을 현존의 실체로 받아들이면 종교가 되는 거고, 그걸 해석하여 발 딛고 선 곳에 어떤 의미로 번역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 정치가 작동한다.
그저 세력 결합하지 않으면 22대 총선에선 다 망한다는 류의 위기의식으로 통합할 바엔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런 식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의 비례후보결정과정이나 민중당의 선거연합당 결합논란에서 확인했다. 명분이야 얼마든지 만들지. 진보의 재구성이니 보다 녹색으로 보다 적색으로니... 그러나 그따위 명분들보다는 어떻게든 몸집을 불리거나 자리보전해보겠다는 욕망이 진실 아니었나? 통합진보당 창당, 진보신당과 사회당의 합당, 정의당 결집사태, 민중당의 창당, 다 그런 거 아니었나? 그 와중에 신심을 갖고 활동하던 활동가들의 생활과 생명은 축이 났고.
덩어리 불려서 뭘 하고자 한 모든 시도는 결국 쫑치게 되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정답이다. 지역과 현장을 살리자메? 정당운동도 지역과 현장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연동향 꼴랑 그거 쬐꼼 풍기자마자 지역과 현장 운운하던 자들이 죄다 비례로 뛰어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합치자고? 반성과 뭐? 기대 난망이다.
난 그래서 지역정당운동 건설운동을 할란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답이 나온다고 본다. 왜 갈라서야 하는지도 거기서 확인될 거고. "앞서서 나가리, 산 자여 따르라"라는 결기가 다시금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