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철수? 안 검프? ㅋ
예전부터, 21세기 들어와 한국사회에서 도저히 통상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정치인 3명이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입만 열면 폭망하는 2인과, 입산 중에는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정작 평지에 내려만 오면 폭망하는 1인. 그 1인은 손학규였고, 다른 2인은 박근혜와 안철수였다.
여전히 이 미스테리는 이어지고 있는 바, 법무부 무상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박근혜에 대한 연민과 복수심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말이 없으니 더 애틋했는데 그 머시기 변호사가 옥중서신 들고 나와 말 몇 마디 꺼내자 그만 대오가 흐트러지면서 태극기가 사분오열. ㅋ 희한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번엔 입이 아니라 글로 그랬던 건데, 말로 할 때와는 달리 서론, 본론, 결론이 너무나 간결하고 완벽하여 혹시 다른 이의 말이 아닌가 의문이 들 지경. 어쨌든 말을 꺼내면 사달이 난다는 패턴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산에서 내려와 뭔가 해보려고 참 노력 많이 한 손학규 옹은 평지에 내려와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뭘 하고 있는지 도통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뭔 미련이 남았는지 물러설 시기 놓쳐가며 민생당에 남아 버벅거리고는 있는데, 솔까 이번 선거에서 민생당 1석도 안 나올 상황이기도 하고. 아, 민생당 3% 못넘는다에 몇 분과 4캔 만원짜리 맥주내기를 했으니 이거 추이를 좀 봐야겠고.
그나마 이번에 주제파악이 좀 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안철수다. 입 닥치고 그냥 달린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포레스트검프니 뭐니 하는데, 그건 좀 오바다. 정작 포레스트검프는 김종인이다. 포레스트검프의 특장점은 쎄가 빠지게 달렸다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마다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뭐 별로 그런 거 따위 없고, 차라리 그 점에서 한국사회의 온갖 굵직한 건 지가 다했다고 설레발치는 김종인이 포레스트검프에 더 가깝지. 아, 지금 김종인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
준준준준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달랑 비례의석만으로 한 몫 땡겨보려는 목적에서 생긴 정당이 두 개 있는데 하나가 국민의당이고 다른 하나가 열린민주당. 더민당의 내놓은 자식으로 자처하면서 DNA 검사를 불사하는 열린민주당보다는 국민의당이 그나마 좀 자주적이고 주체적이라고나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바뀐 법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고 꼼수피운 점에서는 뭐 둘 다 다를 바가 없고.
그런데 어쨌거나 이 국민의당 대표가 안철수인데, 그나마 국민의당이 민생당보다는 지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안철수가 닥치고 달리기만 하고 있다는 거. 민생당도 손학규가 닥치고 산속에서 도사 시늉만 내고 있었다면 지지율이 올라갔을지 모르겠다만, 사정이 여하하여 손옹이 눈치없이 계속 속세에 머물러 있으면서 지지율 다 갉아먹고 있는 상태.
여기까지는 안철수가 나름 선방(!)하고 있었는데, 아, 이제 낼 모레 선거일이 다가오니 당 대표로서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었나보다. 그래서 뭔가 한 마디 했는데, 아뿔사, 그만 입을 열어버렸더니 오히려 비웃음만 난무한다.
뉴스1: 400km 뛴 안철수 "달리며 깨달아 결코 지지 않겠다"
안철수는 "이번에 달리면서 모든 원인과 책임 또한 제게 있음을 거듭 깨달았다"고 말한다. 정치인의 자세라기보다는 수도승의 자세다. 이런 사람은 정치 하면 안 된다. 달리다 문득 깨달은 걸로 기성정치를 뒤집겠다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웃을 일이다.
며칠 안 남은 선거일인지라 며칠 새에 안철수는 몇 차례 더 입을 열지 않을까 싶은데, 국민의당이 정당지지율 0.1%라도 더 올리게 만들려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게 바람직할 듯.
그나저나 나도 달리기 해야 하는데, 안철수야 유명짜한 사람이니 마스크 안 써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만, 내가 저러고 달리면 대역죄인 취급 받을지도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