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당만도 못한 미통당과 더민당
정치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 판단을 통한 면밀한 검증을 거쳐 훌륭한 정책과 인물을 선택하기보다는 마음 가는 사람이나 정당에게 인기투표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에 진보정치와 정당운동에 여전히 마음을 쓰고 있는 것이고.
일전에 보이콧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는데 영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그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사인이었다.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 최대한 좁혀보더라도 페북에서 내 글을 한 번쯤은 곁눈질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치관에 기한 관점을 견지하면서 정치에 대한 의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보이콧이라는 것이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선 미련이 남는다. 현실적으로도 코로나19에 대응한답시고 강도높은 사회적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면서도 정작 가장 위험도를 높이게 될 투표는 강행한다는 게 맞지도 않고. 그러나 이건 그냥 시기적 사건의 문제일 뿐이고, 정작 정치지형의 허접함에 대하여 어떻게든 항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여전히 가시질 않는 것이다.
정치를 시궁창화하는 상징적인 예가 바로 저 허경영당. 예산의 확보와 배당지급 후의 경제순환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이 그저 억단위로 안겨주겠다는 이 단순무구함도 그렇지만, 그들이 거리 곳곳에 걸어놓은 현수막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이라는 거창한 당명 옆에는 '공중부양' 자세를 취한 허경영의 실루엣이 자리하고 있다. 난 오늘날 한국 정치의 비루함과 어처구니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스갯거리가 된 정치를 극명하게 시연하는 건 허경영의 그림자가 아니라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콤보펀치다. 미통당과 더민당에 비하면 허경영당의 위험성은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종교적 신심을 갖지 않는 이상, 허경영당 식의 정당구성과 정당활동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잘 안다. 혹여나 그들이 내건 수많은 현찰박치기의 유혹에 잠깐 설레일 수는 있다. 그러나 허경영당 같은 정당이 집권을 한다는 건 우주적 차원에서 안드로메다 저편 어디에서는 가능할 수 있으나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통과 더민은 둘 중 어느 하나가 실제로 집권을 한다는 현실이 있다. 게다가 이 두 당은 아웅다웅 거리지만 혈연적으로는 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 하는 짓이 거울쌍처럼 똑같다. 그리하여 어느 한 쪽이 정치를 개판으로 만들면 다른 한쪽에서도 이에 질세라 개판을 만들어버린다. 미통이 미한당이라는 똥을 싸지르면 더민이 더시당이라는 똥을 싸지른다. 서로 꼼수라고 난리를 치지만 서로 그 짓을 하지 않으면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희한한 감성을 교류한다. 언론이나 시민사회에서 한 쪽은 보수 다른 한 쪽은 진보라고 분류해주지만 도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의아할 정도로 둘은 판박이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저지르는 양아치짓 때문에 정치 자체가 희화화되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이를 이용한다. 이들이 허경영당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이 지점이다. 허경영당은 인식 없이 이 짓을 하지만 더민류와 미통류는 깊이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짓을 하는 거다. 그리하여 허경영당은 그 행위의 결과를 자기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지만, 더민류와 미통류가 한 행위의 결과는 오로지 공화국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더민류와 미통류는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꿀을 빤다.
어차피 뭔 짓을 하든 이 작자들이 또 21대 국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될 거다. 그럼에도 냉소를 넘어 이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 내야 하는 건 진보정치와 정당운동에 건 희망을 아직은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들이 앞으로 40~50년을 더 저짓을 해도 되는 세상을 상상하는 건 상상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다. 허경영당만도 못한 것들의 난장판이 언제 그치게 될지 요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사 회피하기엔 절절함이 아직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