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고 감추고 꾸미고...

교육인적'자원'부. 항상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저 관점은 인격이라는 것을 무시한 행정행위로 현실화되곤 한다. 경남교육청이 만든 '교내학생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 대처방안'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교육관료들이 학생들을 인간으로 보는지 '자원'으로 보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학내에서 폭력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교육관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지침까지 나올 정도면 학생들이 폭행사건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아주 희귀한 사례가 아님을 알 수도 있다. 이건 뭔가 우리 학생들이 있는 교육현장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학생의 목숨을 사람의 목숨으로 알지 않고 '자원'의 존부로 판단하는 교육관료들은 학내에서 폭행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수사기관이나 언론기관이 손쓰기 전 유서, 일기장, 편지 등을 찾아 해결에 불리한 내용은 정리해 둔다. 조그만 도덕심이나 인정에 이끌리지 말고 남아있는 학생들을 위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냉철하게 처신해야한다"는 지침을 만들었다. 이거 자세히 보라. 이게 선생들에게 시킬 짓거리인가? 남아있는 학생들을 위해? 그 학생들의 뭘 위해? 쥐랄 용천을 한다....

 

학생들의 탈선이나 조직적인 폭력행위는 갈수록 가관이다. 후배들에게 앵벌이 시키지를 않나 취업강요해서 임금 뜯어내질 않나, 성인 조폭조직이 하는 짓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관련기사). 애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이나 인권교육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번 경남교육청이 친 사고처럼 일 나면 감추고 쉬쉬하고 여차직하면 사건 전말을 왜곡하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덮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 못된 버릇을 계속할까?

 

당분간 이런 못된 버릇 깨버리기는 어려울 듯 싶다. 예를 들어 학내 CCTV 설치. 이거 전형적으로 학교 담장 안에서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학교 담벼락 기준으로 반경 100m 이내에서만 사고치지 마라. 너거 동네 놀이터에서 애를 패던 삥을 뜯던 그건 니들이 알아서 해라. 단, 학교 근처에만은 하지 마라! 그 이유가 경남교육청 문건에서 잘 드러난다.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은 학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울타리 안에서는 조용하게, 설령 일이 터졌더라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쓱싹 덮어버리면 그걸로 교육자들의 의무는 다한 셈.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관련자들 전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지침 만드는 인간들에게 줄 월급으로 애들 급식비나 올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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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30 08:13 2005/04/3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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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학교에서도 '의문사'가 나오는 거지.. 뭐.

  2. 네오/ 그렇군...

  3. 성적을 비관해서 목숨을 끊는 아이들과 교내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왠지 무서운 세상입니다. 이러다가 뭔 사단이 나지 싶은게...곧 자본주의가 끝장날꺼 같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