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

뭐든 지 좋을 대로 갖다 붙이거나 지 편한 대로 해석하는 짓을 '제 논에 물대기' 또는 아전인수(我田引水)라고도 한다. 이 짓 잘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이빨을 한 번 거치면 원래 그렇지 않은 일도 원래 그런 것처럼 변하기 일쑤다. 워낙 이 분야에 빵빵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인지라 행인의 구라빨도 그에 비하면 코구녕 안의 코딱지 수준 정도 되겠다.

 

오늘 또 개구라신공의 극치를 보여준 인물이 있으니 한날당의 대표이빨 전여옥 의원 되시겠다. 발렌타인 데이에 큰아들이 여자친구에게 받아온 '고디바' 초컬릿을 보며 불현듯 11세기 영국 어느 지방의 전설을 떠올린 불세출의 이빨신공 전여옥 여사. 애들끼리 주고받았던 초컬릿의 의미는 어느덧 자기 한 몸 희생하여 민중의 아픔을 달랬던 어느 숭고한 여인의 행적과 오버랩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감세정책으로 돌아서더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날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고디바(Lady Godiva)의 전설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간단히 줄이자면 11세기 영국 코벤트리(Coventry) 지역 영주의 부인이었던 고디바는 남편이 주민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걷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세금을 낮추어줄 것을 부탁하는데 남편이 고디바에게 알몸으로 영지를 한바퀴 돌고 오면 그리 해주겠다고 했고, 이에 고디바가 알몸으로 영지를 돌아옴으로써 세금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주민들은 고디바의 마음에 감격하여 창문에 커튼을 치거나 덧문을 걸어 둠으로써 고디바가 알몸으로 영지를 돌 동안 그녀의 몸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우연히 아들이 가져온 '고디바 초컬릿'을 보고 이 전설을 떠올리면서 조세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도달한 이빨 전여옥 의원. 미국 정치인들이 커피와 베이글을 앞에 놓고 아침부터 감세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을 보며 감동 만땅 먹고 온 이야기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노무현대통령이 증세론을 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역사와 싸울 수는 있어도 현실과 생활과는 싸워 이길 수 없다"고 전여옥은 이야기한다. 역사가 지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얘기?

 

조세정책에 대해서는 쥐뿔 개념도 잘 잡지 못하는 행인이지만 열우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대강 거기서 거기라는 것만은 잘 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서민에 대한 세금부과에 대해서는 별반 내용도 없는 이야기 떠들어대면서 기업에 대한 감세정책에는 발을 벗고 나서고 있음을 모르는 이가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보자면 한나라당은 솔직한 구석이라도 있다. 열우당과 정부는 입만 열었다 하면 '양극화 해소'를 이야기하는데, 없는 사람 돈 걷어서 다시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열우당과 정부의 현재 조세정책이다. 쉬운 얘기로 길거리 지나가는 애들 삥뜯어서 그걸 다시 걔네들에게 나누어주겠다는 방식인데, 이게 무슨 짓인지...

 

한나라당은 솔직하다 못해 노골적으로 경제적으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계층을 위한 조세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에 대한 세제감면, 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누진과세 부정 등 얘들의 감세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집단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구구절절이 이야기할 것도 없이 전여옥의 이빨신공에 소재로 등장한 고디바는 지금 경우가 맞지 않는 예인 거다. 고디바는 착취당하는 영지의 민중을 위한 감세를 주장했다. 귀족과 승려, 기사계급에 대한 감세를 위해 알몸으로 영지를 돌아다닌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전여옥, 전혀 반대되는 경우에 고디바가 어쩌구 횡설수설 하고 있다. 전형적인 아전인수다.

 

전여옥 의원의 글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데, 이 전설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고디바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시간에 주민들은 모두 창에 커튼을 치거나 덧문을 대고 아무도 밖에 나오지 않으면서 고디바의 몸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띨한 넘이 고만 호기심을  참다못해 고디바의 몸을 내다보고 말았다. 고디바의 수행원이 활을 쏴서 눈이 멀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신이 벌을 내려 눈이 멀었다고 하는 설이 있지만 어쨌든 고디바의 몸을 훔쳐보던 한 녀석이 그만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짓거리는 사실 고디바의 몸을 훔쳐보려던 그 호색한의 경우에 합당하다. 서민을 위해 조세정의를 실현해야하는 마당에 고거 어떻게 해볼 요량으로 딴청이나 피우면서 눈치나 살피고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고디바의 모습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고디바의 알몸을 훔쳐보려 했던 어떤 덜떨어진 녀석의 모습에 부합하는지 전여옥이 알런지 모를런지 행인도 알듯 모를듯 하다.

 

훔쳐보던 넘의 에피소드를 알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아전인수, 모르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선무당이 사람잡는 격. 전여옥 이빨신공은 이렇게 또 뽀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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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8 20:50 2006/02/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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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아침부터 전여오크 이야기가 >_< 거참...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전여오크 책을 보고 기겁을 했더랬죠;; 이 분의 괴상한 논리는 참으로... 첨부터 기대도 안 했지만 orz 더군요.

  2. 에밀리오/ 괴상한 논리인데, 그게 또 먹히거든요. 전여옥의 강점이 거기 있죠. 어차피 생길 안티라면 그 안티를 확실히 만들되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 역시 확실하게 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전여옥의 글쓰기 패턴입니다.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그 대표적인 경우죠. 암튼 갖다 붙이는데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란 건 분명한 듯 합니다.

  3. 행인님의 구라신공은...역시 시원!!하삼~

  4. azrael/ 헹~~ ^^;; 이제 자주 뵙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