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들, 그리고 무력감...

행인[강성대국의 핵실험] 에 관련된 글.

강성대국 그 위대한 공화국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심초사 선군정치의 기치아래 용맹정진하던 국방위원장 이하 북조선 지배세력들의 "핵시험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목하 남한의 각 세력들이 자신의 입장을 소리높혀 외치기 시작했다.

 

먼저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가 내놓은 희대의 호소문.

 

한판 뜨잔다. 60년 넘게 참을 만큼 참았단다. 기왕에 있는 핵무기 그거 가지고 미제 숨통을 끊어놓잔다. 한치의 양보도 필요 없단다. "그리하여 저 '악마의 소굴'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들고 미제 놈들에게 피와 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안겨주고 미국의 지도를 아예 이 행성에 지워버리자!" 사생결단을 내잔다. '토황소격문' 이후 이토록 진한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오는 호소문을 본 일이 있는가? 장하다,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심장이 덜덜덜 떨린다. 너무 감동했다. 아니 감격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말에 혹할뻔까지 했다. 그러나 참으로 냉철한 이성은 이 호소문이 가지고 있는 비애를 감지하는데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거다.

 

지랄 염병하고 있네...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뭐?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들어? 백악관 불바다 만들기 전에 "반만년 단일혈통의 순수한 7000만 백의민족"은 방사능 낙진에 숯검댕이가 되어 "아예 이 행성에서 지워"진다. 이 닭대가리들아... 참으로 신비한 두뇌다. 미군기지철수, 이거 굉장히 중요한 거 인정한다. 그런데, 아닌 말로 니들만 그 운동 하고 있냐? 미제박멸? 미국 인민들이 이 말 들으면, 아 그동안 우리가 전나게 잘못했구나, 다 나가 뒈지자, 이러고 앉아서 국방위원장께서 쏘아올린 대포동 밑에 어떻게 요염하게 깔릴 수 있을까 궁리 하고 있다니?

 

이런 인간들이 통일 운동 하고 앉았으니 통일이 요원해진다. 이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으로 미군철수 운동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일본의 미군철수 운동단체들, 미군 애들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좌불안석으로 만들어 놓는 수법으로 단계적 미군기지 축소를 이루어가고 있다. 좀 가서 배우든가, 아니면 스스로 무식함을 탄하고 뭔가 슬기롭게 방법을 찾던가...

 

다음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응.

 

한나라당 고조흥이는 620조 쳐들여서 국방개혁 한다고 하지 말고 2000억 들여서 싼 값에 핵무기 보유하잔다. 공성진이는 전술핵 도입하고 있냐고 윤광웅을 몰아쳤단다. 김학송이는 노태우가 했던 비핵화 선언을 재고하자고 주장한다.

 

열우당의 이근식이도 여기 꼈다. "우리도 핵이 있어야 안심한다. 북한과 대등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하다, 열우당. 언제 이런 참신한 인물까지 보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임종인이나 임종석이는 뭐하고 있나? 얼른 가서 이근식 뒤통수를 한 대씩 쌔려주던가 하다 못해 에라 이 존마난 쉐리야 하고 욕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국회의원들 중 매우 질 떨어지는 쉐리들이 있다는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만서도, 북한이 핵 가지고 있으니 우리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는 이 또라이들은 남한이 핵 무기 하나 가질 때 일본이 그 몇 백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이 쉑덜이 미국도 핵이 있는데 우리도 핵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면 미군철수운동본부에서 상이라도 주지...

 

당 게시판에서도 난리가 났다. 한미군사동맹을 파기하는 것이 전쟁을 피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매우 단순무식한 해법이 등장했다. 당 업무 그만 두면 내 반드시 양계장 차릴란다. 이런 닭들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양계장이야 까이꺼 껌이겠다. 암튼 이 닭들이 준동하는 한편, 은근슬쩍 물타기 하는 인간들 역시 제 세상 만난듯 스리슬쩍 껴들고 있다. 뭐 핵은 안 되지만 그러니까 미제국주의를 몰아내야하지 않겠어요? 가관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한미군사동맹 파기 하면 부시가 전쟁 안 일으키냐? 미 제국주의 내몰아야하는 거 충분히 인정하고 항상 같이 싸우고 있다만, 지금 기름탱크에 불 붙일라고 라이터 켜든 놈은 북한인데 걔들에 대해선 왜 일언반구도 하면 안 되는데?

 

이 얼토당토 않은 닭쑈의 와중에 기가 막힌 게시물 하나 등장. 오히려 이 게시물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남한 자본가들의 이해타산을 절묘하게 풍자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니, 당게에서 찌질대는 인간들에게 그들이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음을 예리하게 비꼬는 것이라고도 보인다.

 

"이제 '핵실험'과 함께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우량주를 매수하자!"라는,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의 호소문과는 질적으로 다른 이 호소문은 핵시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식투자동향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투매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세적인 매수를 하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핵이고 나발이고 간에 어차피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 아닌가? 말걸기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인민이야 굶어 죽던 말던 핵핵 거리면서 자위나 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나 해상봉쇄까지 운운하면서 앞뒤 돈줄 다 막아 북한의 씨를 말려 자위도 못하게 하려고 하는 미국이나 그 목적은 하나가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저 난리 북새통을 보면서 과연 이 찌질스러운 인간들과 얼마나 함께 더 해야할지 고민이 드는 시간이다. 분명한 것은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가 미국으로 대포동 타고 날라가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들던 핵핵거리며 자위하다가 지나친 오르가즘으로 기절을 하던 나는 거기 결코 동참할 마음이 없다는 거다. 그 변태스러운 전쟁선동에 왜 내가 동참을 해야 하나? 내가 닭이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09 23:22 2006/10/09 23:22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622
  1. 닭이냐고? 닭띠잖아... -.-a 어... 이런 농담할 때가 아니징... 쏘~오리

    그나저나,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따위를 위해서 국가보안법은 언른 폐지되어야 한다고 봄. 그래야 더 깊숙한 내면의 소리를 낼 수 있지. "김위원장 동지, 감축드립니다!"

  2. 헉... 천기를 누설하다뉘...

    국가보안법철폐운동이 그래서 필요한 거여. 사실 2004년도에 각만 제대로 잡았어도 지금쯤 국가보안법 완전 무용지물을 만들고 내후년쯤 철폐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내철폐 어쩌구 하면서 저 미군철수운동본부와 유사한 닭덜이 설치는 바람에 엉뚱하게 다 죽어가던 한나라당만 기사회생시켜놓고... 뒌장이여...

    하루 속히 국가보안법 폐지되어야 "위수김동" 소리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텐데 말여...

  3. 돈 있으면 주식 좀 사고 싶은 마음 간절하던데..ㅎㅎ
    마이너스 통장 갱신 안했더니, 점심먹으려고 돈 찾으려 하니까 돈이 안나왔다는....그래서 현금서비스받아서 밥 먹었다는..
    현금 서비스 받아서 주식 사면 수수료는 빠질라나요?ㅋ

  4. 아직 고민 정리는 안됐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아직 더 고민해봐야할듯. 그건 그렇고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이번 성명서는 진짜 아니로군요... 에휴...

    P.S. 국보법은 ^^; 그 '커밍아웃'과 상관없이 공개되어야 아하하 ^^; 이런 농담에 못 끼는 ㅠ.ㅠ

  5. 히히히, 그러나 양계장서 고생하는 닭들을 저것들에게 비유하는 건 닭에게 넘 심한 처사. -_-;

  6. 산오리/ ㅎㅎ... 벌써 시장 정상화 되었다네요... 이젠 뭐 별로 메리트가 없을 듯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빚갚느라 주식도 못해봐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쩝...

    에밀리오/ 절멸을 댓가로 하는 평화라는 것은 사기죠. '재래식무기' 역시 평화하고는 별로 상관 없는 것이구요. 어쨌든 하나 하나 총칼을 내려놓는 일을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디디/ 사실 항상 닭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ㅡ.ㅡ;;;

  7. 미국의 서부지방이 침몰할 것이라는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나부랭이를 저 사람들도 신봉하는 것은 아닐지 ... ... 참 저 사람들의 뇌구조는 정말 아햏햏하다는 말밖에는 ... ..

  8. 손윤/ 차라리 예언을 들먹이면 아, 이 사람들이 드디어 교인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할텐데, 그것도 아니구요... 김수령 일대기에 보면 김수령이 가뭄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어느 농촌 현지지도를 가서 어디를 가리키며 그곳에 물이 있다고 해 마을 사람들이 거길 파 본 결과 물이 나와 가뭄을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의 예수랑 맞먹는 기적을 일으키는 거죠. 그걸 믿고 있는 사람들이니 정말 아햏햏할 수밖에 없겠지만요...

  9.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링크를 무심코 클릭했다가 먹고 있던 라면을 뱉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

  10. suksim/ 헐... 제가 괜한 짓을 해서 민폐를 끼치는군요... 죄송합니다... (-.-)m(_._)m(-.-)

  11. 진보적인 시각도 잘못 가면 엄청 위협이 되고, 과격한 사상은 오히려 극우보다 더 위험하다는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백악관이 어디~~~ 놀이터인감..

  12. 티에프/ 남한사회에서는 친북하고 반미하면 그대로 진보로 포장되는 경향이 있죠. 일부 진보 내지 빨갱이라고 알려진 단체들 중에는 친북반미 덕에 진보취급 받고는 있지만 내용적으로 극우 그 자체인 단체들 많이 있습니다. 저 호소문 내놓은 주미철본, 그거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같은 데서 진보로 분류해놓은 겁니다.

  13. 니네 꼴보기 싫어. 당장 나가~

    이런 식은 분명 진보도 아니고, 전혀 운동도 아닐텐데. 놀랍게도 지금 운동하는 곳들이 제법 그런 모습 보이는데가 많더라고요. 정말 놀랐어요.

  14. 티에프/ 오히려 지금의 진보진영은 좀 더 분명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죠. 군사정권과의 투쟁 과정에서 일단 같은 편이라는 식의 입장정리를 한 채 지금까지 애매모호한 동거를 계속해온 결과가 이제 곪고 골아 터지기 직전에 온 거 같습니다. 다만 밖에서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것이 진보의 분열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