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는 어디로??

행인[참외 밭에서 신발끈...] 에 관련된 글.

오늘 신문들 보니까 일심회 사건 관련 기사 꼭지들이 한두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삼일 전만해도 다 잡아먹을 듯이 난리를 치던 조중동문은 우째 이 근사한 사건을 이렇게 빨리 주댕이 닥치고 쌩까는 걸까?

 

존재 자체가 비극이자 코메디인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현실로 나타나 무소불위의 초강력 울트라파워를 자랑하는 이 법률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 악법에 기생해서 살아가고 있는 안보장사꾼들은 죽으나 사나 이 법률이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중동문. 얘들, 기껏 안기부 뒷구멍으로 빨대꼽아 뽑아낸 따끈따끈한 사건하나 포장질 하는 수준이 죄다 "카더라"통신이다. 지령을 받았다더라, 북한 공작원과 만났다더라, 문건을 빼냈다더라, 북한이 주는 상을 받았다더라...

 

"카더라"통신의 문제점은 무한확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 이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발견되는 즉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거다. 누군가가 그걸 그럴싸하게 여기는 한 "카더라"통신은 가지에 가지를 쳐서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여기에다가 각종 근거가 요사스럽게 달라붙으면 그게 바로 음모론이다.

 

그런데, 대명천지에 드러나는 내용들이 뻔하게 보이면 음모론이고 나발이고 그냥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아무리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인 김 모 재일교포 박사가 북한에 첨단무기가 널렸다고 쌩구라를 쳐도 대부분의 남한사람들은 물론 미국사람들 조차 별로 귀담아 듣질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솔방울로 폭탄을 만드셨던 장군님의 신통력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게거품 물어가며 광명성이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든다고 술도 마시지 않고 주정을 부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만...

 

일심회 사건 역시 마찬가지. 사상과 이념의 차이 같은 곁가지는 다 제껴두고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의 전모만 보더라도 이건 간첩'단' 사건과는 매치가 되지 않는다. '일심회 수괴'인 장 모는 어떨지 모르겠으되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뒤벼봐도 그냥 제 자리다. 재수 없어서 국가보안법 제8조 상 회합통신죄 정도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죄목, 즉 목적수행이나 형법 제98조 상의 간첩죄는 성립될 거리가 없다.

 

게다가 국정원과 검찰이 이번 사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예컨대,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간첩용의자를 체포하자마자 언론에다가 흘리고 그 다음부터 증거자료 수집하고 자빠졌나? 그러다보니 마치 '일심회' 수사를 국정원과 검찰이 하는 것이 아니라 조중동문 찌라시들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언론에서 "카더라"하면 그 다음에 국정원이 수사 착수하고, 또 다른 것으로 "카더라" 하면 얼른 공안기관이 글루 뛰어가고... 내 이런 것들이 국가공안을 책임진다는 것을 믿고 발뻗고 잠을 자야 하나... 국가안보가 애들 장난이냐? (-.-)ㅗ

 

암튼 오늘 내로 몇 사람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신청이 결정될 거다. 대~한민국 법원의 능력을 함 봐야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시국사건, 특히 간첩사건의 경우 공안기관의 신청에 대해 청구와 다른 결정을 한 예가 없었던 법원의 관례를 볼 때 그닥 기대할 만한 여지는 없다만, 그래도 법원이 뭔가 달라질라고 노력을 하고 있는 현실에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여전히 무리일까?

 

피의자로 구속되어 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특히 몇 사람의 경우 행인과 그들의 신념은 도저히 맞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은 개인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이 희대의 코메디가 지 발등을 지가 찍을지 아니면 그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여 21세기에 또다시 부활의 드라마를 연출할지가 달려 있는 문제다.

 

(물론, 답답한 것은 여전히 남는다. 제발 까마귀 날자 배떨어졌다는 식으로 핑계대지 말고 평소에 좀 잘 하자. 참외밭에서 신발끈 고쳐신다가 재수없게 서리범으로 몰려 주어 터지는 일이 벌어지면 당한 놈이야 뭐 지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할 터이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뭐가 되나? 그저 모진넘 옆에 있다가 같이 벼락맞은 셈 쳐야 하나? 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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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3 10:36 2006/11/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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