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로스쿨의 실상

각 대학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드디어 로스쿨의 실체들이 하나씩 둘씩 그 껍데기를 벗고 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실태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이나 많은 시간이 흘러가야 하지만, 뭐 그걸 꼭 눈으로 봐야 그 때서야 아, 그랬구나 할 것인가? 안 봐도 비디온데...

 

행인, 그동안 돈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이넘의 로스쿨이 왜 문제인지를 손가락이 부르트게 끄적여 댔다. 블로그에도 그랬고 오프에서도 그랬고 그 이전에 당 사업으로도 추진했었고...

 

하지만 역시 대세를 돌이키지는 못하는 법. 한 개인의 힘은 기껏해봐야 그들이 무슨 소리를 했었는가를 기록하는 것 뿐이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마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로스쿨 주장했던 사람들, 그 옆에서 부화뇌동하여 문제의 본질은 제쳐둔 채 "올바른 로스쿨" 운운하면서 인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사람들, 이 사람들 지금이라도 나와서 지들이 한 소리에 대해 책임 좀 져달라는 거다.

 

행인이 로스쿨 관련해서 끄적였던 글들의 리스트를 보니 이렇다.

 

2008.01.03 | 새만금, 로스쿨, 대운하
2007.12.15 | 로스쿨 이야기하던 분들 뭐하시나?
2007.11.29 | 로스쿨 결전의 시간
2007.11.13 | 로스쿨과 삑사리 공화국
2007.11.10 | 로스쿨 관련 두 개의 헌법소원
2007.11.03 | 로스쿨 지지 시민단체의 뒤통수
2007.10.30 | 7월 3일,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07.10.29 | 로스쿨 정원과 관련된 쟁점 하나
2007.10.29 | 평택, 개구라의 현실
2007.10.27 | 로스쿨 정원논란 제2차전~! 땡~!!
2007.10.26 | 국가후견주의와 로스쿨,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
2007.10.26 | 로스쿨을 둘러싼 동상이몽
2007.10.25 |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제도는 필패!
2007.10.25 | 로스쿨은 전태일을 조영래로 만들어주나?
2007.10.24 | 입학정원논의가 아닌, 시스템으로 로스쿨을 이야기하라!
2007.10.23 | 로스쿨을 둘러싼 이중잣대
2007.10.22 | 로스쿨, 점입가경
2007.10.19 | 로스쿨로 대학교육 정상화??
2007.10.19 | 로스쿨, 본격적인 대학서열화?
2007.10.19 | 교수들은 자존심도 없나? 
2007.10.19 | 왜 목숨을 걸고 로스쿨을 유치하려 할까?
2007.10.17 | 로스쿨 평지풍파
2007.10.15 | 총선용 멘트를 대선에...
2007.07.03 | 어느 '인권단체'의 메일
2007.03.13 | 쏠림현상
2006.12.01 | 사학법 재개정?
2006.11.25 | 법학전문대학원 논쟁

 

이 외에도 로스쿨 단어 들어가는 포스트를 다 찾아보니 더 많은 글이 있으나 주요한 글들의 목록은 이 정도다.

 

제 분에 못이겨 이렇게 주절주절 글들을 남겼는데, 정말 재수 더럽게도 우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사운영의 파행이며, 로스쿨 낭인들의 등장이며(벌써!) 교육부괸료, 정치계, 법조계, 학계의 난장판 개싸움이며, 드디어 그동안 그렇게 아니라고 우겨왔던 등록금 연간 2000만원시대의 도래며...

 

로스쿨 등록금과 관련한 다음 기사를 함 보자.

 

"주요 대학 로스쿨 연간 등록금 1400~2000만원 ... 귀족학교 전락 우려"

 

국립대학 서울대학교가 로스쿨 연간 등록금을 1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 등록금 액수는 사립대 일반대학원보다도 1.7배 높다. 올 것이 오고야 마는 거다.

 

이 기사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누차 행인이 지적했던 학부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 로스쿨법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일단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한다는 조건이 부과된다. 엔간한 4년제 대학 등록금이 연간 700만원~1000만원(이과대, 공대, 의대 포함) 수준이다. 4년 동안 이 돈을 쳐 붓고 그것도 모자라 연간 1400만원에서 2000만원의 등록금을 3년간 퍼부어야 한다.

 

장장 7년간(휴학이나 등록금 인상에 관한 논의를 제외하고) 최소금액 7000만원에서 최대 1억 4천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기껏 '변호사격시험응시자격'을 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비용, 예컨대 생활비와 교재비, 실험실습비 등등을 포함하면 이 금액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지금 이걸 '개혁'이라고 하고 있다. 이명박의 삽질공화국을 비판할 계제가 아닌 거다. 이런 삽질이 또 있는가?

 

한 해 로스쿨 응시자 10000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연간 7천억원에서 1조4000억원이라는 돈이 학생들의 순수 고등교육 학비로만 지출된다. 여기에 로스쿨 입학을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적어도 로스쿨 등록금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할 때, 10000명 중 20%만 사교육시장에 돈을 퍼붓는다고 해도 연간 최소 1400억원에서 2800억이라는 돈이 사교육시장에 흘러들어간다. 

 

게다가 변호사자격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이 현재 정원 2000명 중 30%(정부예상 합격률 70% 가정)~50%(실제 합격예상률 50% 가정)정도 수준이라고 하면 첫 변호사자격시험이 치뤄진 후 그 다음해까지 물경 300명 내지 1000명이 공교육시스템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교육 시장에 또다시 돈을 퍼부어 넣어야 하고, 이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얼마전 발표된 LEET(로스쿨 예비시험) 예상 문제들을 보니 이건 뭐 4년제 대학교육 충실히 받았다는 거하고는 거의 관련 없는 내용들이다보니 실제 응시했던 사람들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숫자가 겨우 커트라인 턱걸이하는 수준의 성적을 보였고, 이런 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학부에 따로 커리큘럼을 만들던지 아니면 이런 교육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교육기관이 성행하던지 해야하는 판국이 되었다. 난리도 이정도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책임지는 넘 아무도 없다. 이게 한국사회의 정책현실이다. 말은 무수히 뱉어놓고 얼마든지 정책을 남발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만 아주 당연스럽게도(!) 책임에서는 한없이 자유로운 이 현상. 그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인민들이다. 인민들이 무슨 봉이냐...

 

로스쿨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런 시스템을 거쳐 나온 전문법조인이 과연 현재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연수원에서 연수한 법조인들과 비교해 더 나을 것이라는 전망조차 불명확하다. 통곡하는 마음으로 호소하는 건 다른 것이 아니다. 입바른 소리 했던 사람들, 대책이라도 좀 이야기해보라는 거다. 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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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21:15 2008/01/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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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암울하군요. 한국사회

  2. 뷁입니다 정말로;

  3. 안녕하세요 행인님 우연히 행인님이 쓰신 뚝방의 추억이란글을 읽게되었습니다. 저도 유년시절을 행인님이 사시던 반대쪽 뚝방 즉 문래동 뚝방에서 보낸사람이라 글을 읽으면서 무척 반갑더군요. 나랑 같은 추억이 있는사람이네 하구요. 더불어 산오리님의 칼산의 추억도 읽었구요. 정말 인터넷이 아니면 이런 같은 기억을 가진사람을 만날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좋은세상이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소주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꼭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뚝방의 추억은 9편이 끝인가요?

  4. su/ 암울하네요... ㅜㅜ

    에밀리오/ 그쵸. 다 함께 뷁을 외쳐야겠어요...

    ycidea/ 안녕하세요. 너무 반갑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같은 유년의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꿈같네요. 워낙 이리 저리 쫓기며 살다보니 어릴적 친구라는 것이 없어서 좀 삭막하답니다. ^^;;; 뚝방의 추억은 글쎄요... 요즘 생각이 번잡하다보니 다시 시작이 어렵네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조금씩 또 올리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