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와 조선일보

행인님의 [황선이 조승수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 에 관련된 글.

 

 

조승수가 무슨 말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 즉 조승수가 한 발언이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정작 논란은 조승수가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느냐로 번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의 논평이었다. 행인은 이 웃기지도 않는 물타기를 비웃기 위해 황선의 예전 글 하나를 올렸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 논란이 다시 이 블로그 안에서도 재현된다.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나?

 

특히 덧글을 달아주신 '전복'님과 'J'님은 매우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행인은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확인을 위한 전화통화가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조승수가 좀 더 노련하게 조선일보를 피할 필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을 하는 분도 있는데 그건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 했냐?'는 이야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전복님과 J님은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여기에 행인은 물론 삐딱선님께서 반론을 제기하신 바가 있다.

 

덧글로 계속 이 논의를 이어가기 보다는 차라리 새로 판을 마련해서 이 분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포스팅을 한다. 동시에 논쟁의 발전을 위해 조선일보 인터뷰 금지 당론이 정해진 계기 및 안티조선과 관련된 몇 가지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1. 민주노동당,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금지하다

 

사건의 발단은 2004년 12월 국보폐지총력투쟁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차례 밝힌 바가 있지만 당시 벌어졌던 국보투쟁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열우당 2중대라는 세간의 인식을 확고히 하는 실수를 범하고, 사회적으로는 다 죽어가던 수구세력의 집결을 촉진했던 몰정세적 투쟁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정세판단이라고는 과거 학생운동하면서 주기적으로 떠들어대던 "민중총궐기"수준에 머물러 있던 당시 당 지도부들이 닥치고 아스팔트로 돌진하는 통에 따라갈 수밖에.

 

이 과정에서 당시 정책위실장을 하던 현 레디앙 편집위원 이재영이 진보누리라는 매체에 글을 하나 올렸다. "노선전환, 서민경제를 살리자"라는 이 글은 당시 국보철폐 올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실제 생활정치의 영역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런데, 이 글이 조선일보기자에게 포착되었고, 조선일보기자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국보철폐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기류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그러자 국보철폐연대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으로 항의공문을 보내 당직자가 당면투쟁의 김을 빼는 이야기를 하였고, 특히 그 내용이 조선일보에 기사화됨으로써 투쟁의욕을 반감시키게 되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이재영실장의 그 글을 읽어봤느냐,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느냐, 이재영이 국보철폐투쟁을 그만하자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 왈,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짓을 하였나?"였다. 그들은 이재영의 원래 글 조차도 읽지 않았던 거다.

 

어쨌건 문제가 불거지자 당은 앞으로 조선일보와 모든 인터뷰를 금한다는 방침을 내걸게 된다. 이 방침에 대해 당 내에서 이견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것은 일단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당 내의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당인 민주노동당이 특정언론에 대해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국보철폐투쟁이 워낙 당면한 현안이었던데다가 민주노총과 국보폐지연대에 대해 당은 사과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2. 조선일보배격은 정당한 조치였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소위 '안티조선'의 목적이 무엇인가이다. 안티조선운동은 조선일보를 건전한 언론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운동이었나? 아니면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줄여보자는 운동이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 땅에서 조선일보를 완전 매장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나?

 

행인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목표로 안티조선을 했다. 그러다가 조직화된 안티조선운동이 결코 행인처럼 두 번째 목표로 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조직차원의 결합을 포기했다. 안티조선운동은 세 번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행인의 판단이었던 거다.

 

첫 번째 목적, 즉 조선일보의 자성과 개선이라는 것은 애당초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흔히 언론에 대하여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라고 요청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세상 어떤 언론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보도만 하나?

 

언론은 언론사마다 지향이 있고 색깔이 있다. 조선일보는 5공 이후 정권에 투항하여 정권의, 특히 수구집단의 주구가 되기로 작정한 언론사다. 이런 언론사가 있는 반대편에 한겨레나 경향같은 자유주의적인 언론이 있는 거다. 조선일보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것은 수구집단에서 한겨레나 경향의 '개과천선'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고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일정정도 제한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건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목적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 번째 목적, 즉 조선일보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안티조선의 목적일 수밖에 없다. 행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회에 조선일보같은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 같은, 흔히 말하는 "꼴통 언론"이 있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진보의 성향을 드러내주는 언론사가 존재해야 한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그 편향성때문이 아니라 독점성에 있다. 이건 조선일보뿐만이 아니라 소위 메이저 신문이라고 하는 조중동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인데, 이들 신문으로 인해 지역신문은 아예 설 자리가 없다. 결정적인 문제는 여기 있다고 본다.

 

따라서 조선일보를 아예 말려버리겠다는 목표는 행인의 입장에서 매우 부당한 목적이 된다. 행인은 그저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250만부 이상을 찍어 돌리는 신문사가 아니라 그저 한 20만부 정도 팔리는 신문이면 된다고 보는 거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과는 별도로 조선일보를 어찌 해야겠다는 측의 목표 자체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 우리에게 유리한 이야기가 아니면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수구세력도 아닌 자칭 진보세력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솔직히 좀 우습다. 그런데 이 웃기는 짓을 노무현이 했고 지금 민주노동당 일부세력이 하고 있다.

 

노무현은 취임초기부터 조중동과 전면전을 치룰 것처럼 설레발이를 쳤다. 시시때때로 언론의 문제, 특히 조중동의 문제점을 거론했고 적대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무현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조중동 역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정부를 까댔다. 그런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노무현은 겉으로 보이는 조중동과의 대립각과는 달리 조중동이 하라는 대로 다 해주고 있었다. 노무현식 언어조립을 동원해보면 적대적 동지의식이라고 할까?

 

결과적으로 노무현정권은 자신들의 정책을 충분히 실어 폄으로써 수구언론을 궁지로 몰아간 것이 아니라 수구언론의 말은 다 들으면서 겉으로만 수구언론과 싸우는 척 했다. 언론은 그저 그것들이 나쁜놈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무현이 진짜 몰랐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나온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할 때 노무현의 대 언론정책은 완전 실패했음이 이번 대선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노동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은 말로 먹고 살아야 하는 공당이며 원내정당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가 우리 적입니다"라며 공공연히 떠들 필요가 없는 거다. 이건 방식의 문제다. 우린 조선일보 미워해요, 인터뷰도 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선언이라면 모르되 최고 정치조직인 정당에서 그걸 방침이라고 마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언론관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이 지난번 대선 당시 당 내 문제를 기사화했던 한겨레에 당직자 일부가 항의방문을 간 일이다. 솔직히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뭐하는 짓인가? 언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언론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다보니 너무나 쉽게 조선일보와 인터뷰 금지라는 당론을 세우는가 하면 한겨레에 항의방문을 가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도 하지 말라는 방침을 세운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이번 조승수의 조선일보 인터뷰 사건은 단지 헤프닝 수준에서 논의되면 충분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었다는 것이 행인의 생각이다.

 

 

3. 조승수는 정말 죽을 짓을 했나?

 

조승수가 인터뷰 하기 전에 이미 조선일보는 지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준비해놨다. 기사란 원래 그런 거다. 다만, 사실확인이라는 차워에서 따옴표(" ")안에 들어갈 멘트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조승수와 조선일보는 통화를 했고, 조선일보는 조승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조승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사실확인을 해주었다.

 

여기서부터 비판론자들은 왜 조선일보와 통화를 했느냐고 난리를 친다. 조승수가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는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조선일보와 통화를 했다는 사실만이 부각되면서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는 거다. 조승수가 그런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투쟁 당시 벌어졌던 웃기지도 않는 항의공문 소동을 돌이켜보면 지금 조승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조승수의 말이 조선일보에 옮겨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얼마든지 비난을 할 사람들이다. 그 때와 똑같이 이렇게 말이다.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말을 하는가?"

 

여기서 잠깐, 조선일보는 조승수의 전화통화를 이용하여 전혀 없는 엉뚱한 말을 했던가? 당시의 기사를 보면 조승수가 한 것으로 따옴표 쳐서 나온 멘트들은 이미 다른 언론에서 다 기사화된 이야기였다. 거기에 조선일보가 뭔가 색다르게 자기들만의 표현을 동원하여 색깔공세를 하거나 조승수가 다른 언론에서 한 말이 아닌 것을 각색해서 넣어 놓은 것이 있는가?

 

결국 조승수가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 말고는 조선일보가 뭔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승수를 비난하는 측에서는 그 내용이 아니라 조선일보에 민주노동당의 이야기가 실렸다는 그 자체만으로 조승수를 때리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때낀 것만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셈이다.

 

행인의 앞 글에 덧글을 달았던 전복님은 행인에게 "조선일보를 언론사로 보고 언론이니까 맘대로 말해도 된다는 식의 안일한 판단"은 위험하다고 지적하셨다. 그러나 지금 이 기사를 다시 보신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맘대로 말"했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권한다. 조선일보 기자들, 그렇게 돌대가리들이 아니다. 이건 전복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형식논리"도 아니고 있는 사실 그대로다. 조선일보를 보는 독자들이 그 기사를 보면서 아, 쒸바 민주노동당은 죄다 북조선 남파간첩들만 있나보다라고 생각할지라도 그 기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J님은 덧글에서 지난 2004년의 그들처럼 "왜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고 묻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행인의 답은 간단하다. 조선일보가 이용할지 모른다는 가정만으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J님은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하필 조선일보냐고 주장하신다. 여기에 대해 반문하자면 조선일보가 예를 들어 조승수의 말을 왜곡 과장하여 없는 말을 지어내서 기사로 썼다면 그건 다른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조선일보와 싸울 수 있는데 왜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배제하는지를 묻고 싶다.

 

J님의 주장대로라면 과거 2004년 민주노동당에게 항의했던 그 사람들이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고 물어본 것과 J님이 "왜 주사파에게 이용당할 짓을 하느냐?"는 질문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에게 이용당할 것이 두려워 입을 닫아야 하는 것과 주사파에게 이용당할 것이 두려워 입을 닫아야 하는 것의 차이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행인은 조선일보를 감싸거나 혹은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조승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은 접어둔 채 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냐고 조승수를 비난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조선일보의 성격이 뭔지, 조선일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되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땅의 진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와 똑같은 양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4. 물타기를 할 시간은 없다.

 

당이 지금 처한 위기는 조승수가 조선일보에 인터뷰 했냐, 왜 했냐하는 식의 논의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전화인터뷰를 한 것 자체 역시 그걸 잘했다 못했다 하는 식으로 도마위에 올려놓을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행인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조승수가 조선일보에 사실확인을 해 준 것은 그가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문제는 불거질 일이 없다.

 

정작 지금 이야기되어야할 것은 조승수가 조선일보 기타 각종 언론매체에 쏟아낸 말들을 과연 적실한 것인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타개해야하는 것인지, 타개할 방법이 없다면 장차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기껏 조선일보에 인터뷰 왜 했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 쇄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승수에 대해 강력하게 징계할 것을 청원하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들었는데, 그거 볼 때마다 웃기지도 않는다. 당 정책위에 돌연 쳐들어온 이석행과 이용식이 "조승수가 누구야, 얼굴 좀 보자" 어쩌구 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던데 그 얼굴에 침 한 번 뱉은 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더랬다. 이것들이 지금 당을 뭘로 보고...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 즉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본질을 묻기 위해 물타기신공을 펼치는데 주력하는 현상들이 벌어지는 한 안티조선이고 당 혁신이고 그 끝이 보이지 않게 된다. 안티조선 하려면 정확한 타격지점을 가지고 치밀하게 해야하고 당 혁신을 하려면 쓸 데 없는 물타기할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조승수는 어찌보면 조선일보와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노련한 당내 유력인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전화통화한 것을 가지고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것은 실로 가당찮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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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7 10:45 2008/01/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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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래 강준만 교수가 안티조선을 처음 제창할 때는, 본문처럼 "250만부 팔리는 거 한 20만부만 팔리게 하자"라고 했었지요. 그래서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 운동"이라는 말도 썼었고... 근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행인님 판단처럼 사실상 "조선일보 없애자" 운동이 되어 가더군요.

    이건 딴 야근데.. 얼마 전 한총련 의장이 잡혀 간 걸 두고 모 조직에서 성명서 낸 걸 우연히 봤죠. 뭐 한총련 의장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 간 건 당연히 규탄해야 할 일인데, 중간쯤에 갑자기 "꼭 공안당국이 요즘 전진에서 '종북주의자' 운운하는 걸 보고 타이밍을 잘 잡은 꼴 같다" 요런 말이 튀어나오대요. 결국 끄트머리는 "그러니 '종북주의자' 운운하지 말고 공안탄압에 '다함께' 맞서자"로 마무리짓더군요(어느 조직인지는 이 문장으로 판단하시길).

    제가 보기엔 진보진영 내에서 굳이 '조선일보'라는 단어를 동원해서 뭔가 이야기를 할려면, 바로 요런 행태를 논할 때 써야 할 것 같습니다만.^^

  2. 삐딱선/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 운동"이네요. 이 운동 구호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조아세에서 자료 받아서 학내 신문에 올리기도 했고 스티커 받아서 문짝 달린 곳마다 갖다 붙이기도 했고 명절 귀향길 기차역이나 터미널에서 찌라시 나눠주기도 하고 했더랬죠. 벌써 그게 10년 더 된 이야기네요...

    그 조직이야 뭐 새삼스러울 것이 있겠습니까? 당최 지들 이론의 근거가 뭔지도 모르는 식으로 행동하기를 밥먹듯 하는데요. 당 내에서 보여주는 그 전형적 기회주의자들의 모습은 오히려 종북주의자들보다 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더군요.

    조선일보 때려잡다가 조선일보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이런 걸 거울효과라고 하는 건지... 암튼 답답한 와중이지만 삐딱선님 덕분에 많이 힘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3. 프랑스에서는 '해방'이후 나치에 부역한 언론사들을 모조리 폐간시켰습니다. 행인님이 보기에는 부당한일인가요? 조선일보, 동아일보 다 일제에 부역한 신문이었습니다.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저 세가지보다 적을수도 있고 많을수도 있는데 맨 마지막 입장만이 진정성을 지닌다고 봅니다.

  4. 전복/ 나치에 협조했던 비시정권은 수복되자마자 처절하게 깨졌죠. 남한의 경우는 정 반대로 친일파가 잡았습니다. 이 왜곡된 역사가 결국 오늘날 남한사회의 질곡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선 이의가 있을 수 없죠. 그러나 그 이후 프랑스와 남한은 똑같이 반세기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에도 파쇼신문이 있죠. 남한의 조선일보에 버금가는 정도로 말입니다. 프랑스와 남한의 차이는 이거죠. 프랑스는 완전히 뒤집어 엎은 이후에 그런 꼴통언론이 등장했다는 거고 남한은 청산과정이 없이 꼴통이 그대로 살아남았다는 거고요. 그런데 지금 전복님은 조선동아를 다시 반세기 전 프랑스 수복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폐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거죠? 전 그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겁니다. 역사의 청산이라는 것은 프랑스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그와 다른 경로를 걸었던 남한은 남한 나름대로 청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베네주엘라의 챠베스는 왜 꼴통 언론들을 그대로 놔뒀을까요? 미제에 부역했던 신문들, 지금도 앞장서서 부역하고 있는 신문들을 강제력을 동원해 폐간시켰습니까? 진정성의 문제는 그것이 진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몸소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 안티조선운동이 이렇게 맥빠진채 널부러져 있는 이유는 바로 님이 가장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하시는 세 번째 목적에 함몰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어떻죠? 조선일보는 다시 자기 정권을 세웠습니다. 안티조선 선봉에 선 것처럼 설치던 노무현은 일제에 부역했던 조선일보에 부역하다가 5년 보냈고요. 프랑스 대중교통에 노약자석이 없다고 해서 우리 버스와 전철에서 노약자석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과거청산의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죠. 남아공처럼 할 수도 있고 대전직후 프랑스처럼 할 수도 있는 거에요. 조선일보 이뻐서 이러는 거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실 거구요.

  5. 노무현이 조선일보를 폐간시키려고 했나요? 노무현 세력-자유주의 세력-은 단지 안티조선의 이미지를 활용했을뿐입니다. 정말로 행인님이 보기에는 노무현이 조선일보랑 맞짱뜨려했다고 보시나요?

    팩트를 진보적으로 해석할수도 있고 보수적으로 해석할수도 있습니다 사실에 대한 해석은 전적으로 자유지요 그러나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수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몇십년동안 사실을 왜곡해왔습니다. 조선일보는 폐간되어야 합니다.

  6. 전복/ 저는 노무현이 조선일보를 폐간시키려 했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더불어 조선일보와 맞장뜨려했다고 본 적도 없습니다. 누차에 걸쳐 말했지만 노무현은 전복님의 말씀 그대로 "안티조선의 이미지를 활용했을 뿐"입니다. 제가 이 말씀과 달리 생각하거나 달리 표현한 적이 없다는 것은 확인하시면 아실 겁니다.

    조승수 인터뷰건으로 발단이 되었던 이번 이야기가 결국 조선일보를 어찌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조선일보를 완전히 폐간시키자는 운동은 결론이 나지 않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일보는 어쩌시렵니까? 조선일보보다 더 앞장서서 난리를 치고 있죠? 동아일보는요? 중앙일보는 폐간운동 안 할 겁니까?

    군사정권시절에 앞장서서 군사파쇼의 주구역할을 했던 서울신문과 경향신문은요? 일제에 부역한 것보다도 더 실감나게 군사정권에 부역했던 그들에 대해 민주정권이 들어선 후 폐간조치를 왜 하지 않았을까요? 지금 그냥 찌그러져 있으니 가만 둬도 될까요?

    이건 조선일보 완전폐간을 목표로 안티조선 운동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왜 조선일보일까요? 강준만이 애초 조선일보를 타겟팅한 것은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때문이었습니다. 그 상징성이라는 것은 조선일보가 폐간됨으로써 구체화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같은 신문이 사회의 소수세력으로 전락하는 것으로서 완성되는 겁니다.

    팩트 이야기를 하시는데요, 그 팩트라는 것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겁니까? 왜곡이라고 하시는데요, 왜곡에 관한 한 조선일보 욕 먹어도 싸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곡에 관한 한 조선일보보다 더한 곳이 중앙일보입니다. 그런데 왜 안티중앙은 일어나지 않나요? 왜곡보도라는 기준에 따르면 안티중앙이나 안티문화로 안티조선운동하시는 분들이 방향을 바꾸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중앙일보와 문화일보가 일제시대때는 없었기 때문입니까?

    조선일보가 폐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이를 위해 매진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말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하게 될 경우 조선일보의 뒤를 잇는 포스트 조선일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프랑스 극우신문에 대해 안티운동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신문들, 그 동네에서는 거의 오타쿠들이나 보는 걸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고 네오나치들이나 열광하는 신문으로 인식됩니다. 우리도 조선일보를 그렇게 만들면 되는 거죠. 인터뷰할 건 하고 그거 왜곡하면 그 때 또 싸우고 그렇게 가는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7.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때문에 조선일보를 먼저 친다는 전술 아니던가요? 안티조선을 하는 이유는 조선일보의 지분이 전체언론에서도 가장크고 보수언론에서도 가장 크기 때문아니던가요?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기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삼성공화국 해체를 외쳤을때 삼성 하나만 때릴려고 꺼낸말일까요? 삼성부터 때리고 나머지 잡겠다는거 아닌가요?


  8. 그리고 저는 프랑스에서 보수언론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전술을 써야한다 그리고 그게 목표다 또 그런 목표로 가는 수단 또한 먹힐것이다 라고 보는것은 좀 안일한생각이라고 봅니다.

  9. 전복/ 조선일보의 상징성 문제는 저도 이미 언급했구요. 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냐에 따라 전복님과 제 입장이 갈립니다. 조선일보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나 조선일보의 입지를 현저하게 축소시키느냐 완전 폐간시키느냐의 차이일 뿐이겠죠. 개인적으로 아무리 짝퉁 꼴통 언론이라도 제 하고픈 말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 입장인데 전복님은 여기에 다른 입장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은 누차 확인했습니다.

    삼성재벌 해체와 관련해서는 당 내에서 저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굴뚝같은 입장입니다만, 삼성재벌이 가지고 있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삼성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은 족벌지배체제의 해체가 주 내용이죠. 삼성 자체를 없애겠다고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이건 강준만이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로서 안티조선을 시작한 것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삼성그룹 제 몫 찾아주기"라 불릴만 한 것이겠죠. 삼성과 비교를 할 문제는 아닙니다만 조선일보에 대한 입장과 삼성에 대한 입장에서 저는 양자를 공히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전복님께서는 지난번 댓글에서부터 계속 제 생각이 "안일"하다고 주장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과도한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조선일보와 동일하게 색깔론을 주장하는 일부 안티조선 사람들의 생각이 안일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조선일보가 자주민보나 독립신문 정도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고 오히려 그것이 수구세력을 더욱 비참하게 몰아넣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언론자유의 이상에도 맞구요. 프랑스 얘기 하시는데 프랑스가 그러니까 우리도 그러자고 하는 이야기 아닙니다. 프랑스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