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를 받은 측은 누굴까?

드디어 2월 3일 임시 당대회 안건이 공개되었다. 안건내용이 공개되자마자 각 언론사들이 호들갑을 떨었고, 당 게시판은 난장판이 되었으며, 골수꼴통정당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잘한다고 응원가를 불러제꼈다.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까지 재생의 몸부림을 치는 민주노동당의 현실이 눈물겹다가도 한나라당이 깝죽거리는 꼴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울다 웃다 하면 똥구멍에 털난다는데...(뭐 기왕 난 거...)

 

안건이라는 것들이 사실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보면 별 거 아닐 수가 있다. 아니, 이토록 상식적인 내용들을 당대회까지 열어가면서 논의와 토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골때리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골까는 일이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벌어진다. 벌써 난리 굿을 하고 있는 경기동부 이하 쌩 주사돌이들은 어찌 민주노동당이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격문을 날린다.

 

아무튼 당대회 안건을 본 사람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사태를 평가한다. 이 혁신안이 누군가에게는 외통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외통수를 받은 측이 어디인가는 결론을 달리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첫째, 경기동부를 비롯한 주사돌이들이 양수겹장의 외통수를 받았다는 평가.

 

이건 혁신안의 내용 상당수가 과거 주사돌이들의 종북성향과 패권주의를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기동부를 비롯하여 그동안 당 안에서 주체학습과 통전활동을 해왔던 상당수 주사돌이들이 이 안을 거부할 경우, 당은 종북정당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극복하지 못하게 되고 더불어 수많은 상식적 당원들이 대거 이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은 주사돌이들이 장악하게 되고 이들이 앞으로 정당정치를 해야할 것인데, 과연 얘들 수준으로 이게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다. 얘들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생산이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 설령 이들의 '조국'이 이들에게 정치활동을 지도편달해준다고 해도 그게 이 사회에서 씨알이나 먹힐리가 없다.

 

반대로 얘들이 혁신안을 수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건 그동안 지들이 잘못한 것을 죄다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 북핵은 자위권 행사며, 소위 '일심회'는 통일사업이었고, 당 내에 종북주의는 없고 코연방으로 대표되는 허접한 대선정책들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주구장창 되뇌었던 그들이 혁신안을 수용한다면 지금까지 지들이 했던 말들이 죄다 개뻥이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된다. 주사돌이의 가오가 있지, 이거 얘들한테는 자존심 팍 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당 내 정치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주사돌이들은 이 혁신안을 받아도 문제요 받지 않아도 문제인 상황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성립한다.

 

둘째, 반대로 심상정 비대위가 스스로 자신을 외통수에 가뒀다는 평가.

 

이건 이 혁신안이 주사돌이나 신당파나 양쪽 어느쪽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혁신안을 '봉합안'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주로 신당창당을 주장하는 쪽에서 나오는데, 혁신안 안에 종북주의 및 패권주의 청산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

 

한편 주사돌이들은 이게 특정정파의 입장만 강조하고 다른 정파를 죽이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최기영이나 이정훈에 대한 제명결의(사실 이것도 당대회 안건에서는 상당히 후퇴한 표현으로 정리되었지만)는 국보법 희생자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는 거다.

 

따라서 이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심상정 비대위는 자동 해산과 동시에 당 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반대로 이 혁신안이 통과된다면 심상정 비대위의 성격이 당내 문제를 덮고 가는 수준에 머물면서 보다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떠나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느쪽이 외통수를 맞았건 간에 이번 당대회는 첨예한 의견의 대립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난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당대회 안건, 즉 혁신안은 지난 8년 간 민주노동당의 역사 중에 최초로 자민통에 대한 펀치를 날리는 거라는 점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정치적으로 정파적 이념이 노골적인 대립구도를 가진 적이 없었고, 좌파의 논리는 번번히 자민통의 쪽수에 밀려 사라져버렸다. 이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논란을 벌여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혁신안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2.3 당대회의 결론에 따라 당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환될 거다. 그 변환의 귀퉁이에서 정당운동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를 절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는 시간이다. 왤케 담배가 땡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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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8 17:18 2008/01/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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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담배가 땡겨 죽겠삼;; 아우 흥미진진-ㅜ-; 진짬;;

  2. 주사가 아닌 자민통 계열에 대해서 어떻게 볼 것이냐? 라는 문제는 여전히 고민되는 문제이지만... 딴 거 다 제쳐놓고 경기동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나름 당한게 좀 많거든요 ^^ 아하하하~ 힘내셔요 ^^/

  3. 민경호/ 한편으로는 흥미진진, 다른 한편으로는 속이 바삭바삭 합니다. ㅎㅎ

    에밀리오/ 뇌를 세탁해버린 경기동부는 연합 내에서도 골치거리더만요.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