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돌아오다

금호강님의 [김우중 귀국, 밝혀야 할 의혹 4가지] 에 관련된 글.

업무상 횡령과 배임, 외환밀반출,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 거기다가 뇌물공여까지.

대충 김우중이라는 사람에게 걸려있는 죄목들이다. 몇 년이나 살려나? 업무상 횡령과 배임죄만 해도 최고 10년 까지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기왕에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과 70이 다 된 나이, 장기간의 해외도피 등으로 인한 개인적인 고통 등을 감안하면 기껏해야 2년. 잘 하면 한 일년 지나 사면 받을라나? 다른 범죄들이 경합하기 때문에 형량이야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다 사는 건 한 2~3년 될 듯 싶다. 몇 천원 훔친 죄가 쌓여 청송에서 20년을 보낸 어떤 사람들이 봤을 때는 기가막힌 일일게다. 올림픽으로 전국이 들떠있던 88년의 어느 지루하게 더웠던 날, 인질범들과 함께 있던 지강헌이 했던 그 유명한 말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도 여전히 현실이다.

 

김우중이야 그렇다고 치자. 와이샤츠 한 장 들고 열사의 사막땅을 휘저으면서 대우그룹을 일궈낸 김우중 신화. 불과 10여년 만에 대우를 4대 재벌로 만들어낸 그의 화려한 경영능력. 그리하여 그의 공을 인정해야한다는 어느 386들. 말인즉슨 그럴듯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 말이 그닥 신뢰가 되질 않는다. 분식회계와 빚을 동원한 기업인수가 대우신화의 내막이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말이다. 어느 기사를 보니 김우중에 대한 변명은 단순한 김우중 살리기가 아니라고 이 386들이 주장하고 있다. 주로 운동권 출신이면서 김우중에게 선택되 대우가족이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단순한" 김우중 살리기가 아니면 "복잡한" 김우중 살리긴가? 여러 가지 근거를 동원하면서 김우중의 공적을 인정하자고 하는데,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건 "단순"히 김우중의 공적을 보자는 주장만으로 보이질 않는다.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 사람들. 학생운동 노동운동 하면서 열심히 뛰었단다. 그런데 한 십년 열심히 뛰고 나니 김우중 회장님께서 부른다. 졸지에 대우의 중견사원으로 발탁된 이들. 그동안 운동하시느라 집에 돈도 제대로 못가져다 드렸는데 갑작스레 대기업 한 부처의 팀장으로 발탁되어 눈부신 변신을 한다. 금의환향이라고 해야할까나? 자신들같은 인재를 알아본 김우중이 얼마나 고마울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우중 회장의 그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 중에 하나인 자신에 대한 자부심.

 

그런데 이 자부심 산산조각이 난다. 기껏 자기를 알아본 인물이 알고보니 범죄자. 자격지심에 열불이 날 일이다. 김우중이 계속 범죄자로 남아 있는 한 자신들은 김우중의 범죄에 동조한 공범. 비록 현행법상 공동정범이 될 수는 없겠지만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 된다. 이들은 운동권 출신이라는 그 경력 자체가 완전히 구겨져 버린다. 사실 구겨질 일 하기도 했다.

 

소위 '386'이라는 이 사람들. 장기간 운동경력으로 대우에 입사해서 열심히 김우중에 충성할 때, 그 나이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그 잘난 '386'에서 학번 번호가 빠지는 사람들, 즉 대학출신 아닌 대우가족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되었을까? 지들 10년간 운동할 때, 그 사람들 10년간 대우를 위해, 아니 김우중을 위해 뼈가 빠지게 일했다. 그런데 정작 IMF 터지고 김우중 해외로 날랐을 때, 운동권 출신 '386'들은 멀쩡하게 대우에 남고 가운데 '8'자 빠지는 사람들은 명퇴에 강퇴에 밥그릇마저 뺏겼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모가지가 잘려 나갔는데, 어째 운동권 '386'들은 대우에 그대로 남았을까? 자신들의 손에는 모가지 잘린 노동자들의 피가 묻어있지 않은가?

 

공과를 보자고? 보자. 좋다. 함 보자 이거다. 그러나 과가 있은 즉,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지들도 처벌 자체를 반대하는 거 아니란다. 정 그렇다면 조용히 입닥치고 자중하고 있을 일이다. 처벌 받은 후 세상 좀 잠잠해지면 그 때 가서 굿을 하던 쥐랄 용천을 하던 하란 말이다. 졸지에 밥그릇 뺏기고 가족들과 피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이 신새벽에 인천공항까지 몰려나갔다. 그거 왜 그런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나?

 

인터폴에 지명수배가 되어 있으면서도 6년 가까이나 멀쩡하게 해외를 유람하면서 "세계는 넓고 토낄 곳은 널렸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김우중이 왜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돌아왔는가도 궁금하다. 세계 곳곳에 널렸다는 지 별장에서 탱자탱자 하면서 비망록이나 쓸 것이지 왜 돌아왔을까? 그러나 그거보다 더 궁금한 것은 이 잘난 '386'들의 멘탈리티다. 주군에 대한 충성인가?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들의 죄과에 대한 면죄부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겨진 자존심의 회복. 김우중의 철창행을 막아야만 회복될 수 있는 그 무엇을 위해 공이 어쩌구 과가 어쩌구 지금 구라를 풀고 있는 거다.

 

구라는 나 혼자 푸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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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4 07:24 2005/06/1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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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포, 구속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대긴 하는데...그게 모두 쑈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이 놈의 나라에도 정의가 존재하긴 할까요! 하긴 전두환같은 놈도 떵떵 거리면서 살고 있는데 김우중 같은 놈이야..떳떳하게 살겠죠..OTL 아침부터 아름다운 나의 입에서 욕나오게 하다뉘!!! 나쁜 넘들 같으니라구!!!!!!!

  2. 객/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모토가 바로 전두환 정권의 모토였죠. 그 정의가 비록 광주학살과 삼청교육대, 온갖 비리의 형태로 나타나긴 했지만 학살자 역시 입에 '정의'라는 말을 물고 살았죠. 김우중 역시 '세계경영'이라는 모토를 걸었었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도주할 은신처를 만들어놓는 경영이었지만요. 과거를 용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잊는 것은 용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망각이 결국 이런 인간들을 발뻗고 살게 만드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좌절금지~! OTL은 즐겁기 위해 써보자구요오오오~~~ *^^*

  3. 그 쓰벌놈 왜 왔대?? 사기친 돈 액수 보니 죽을때까지 세어도
    못 셀것 같드만...젠장~!

  4. 머프/ 글쎄요... 뭔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많이 드는데, 아직은 딱히 잡히는 것은 없구요. 먹은 돈, 그거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니 검찰 수사결과를 봐야겠지만, 도피 6년 이전에도 이미 외국 법인을 통해 엄청나게 빼돌렸을 거니까 찾기 힘들겁니다. 그나저나 몸이 좋지 않아 귀국한다던데 뉴스 봤더니 쌩쌩하기만 하더군요. 내 참...

  5. 죄송합니다. 요새 돈이 떨어져서..
    대한민국 땅에 널린 돈 포크레인으로 주어담던 옛 생각도 나고요.

    그까이거 검찰 애덜 따위 어우르는게 하루이틀 일이겠습니까.
    걔덜 중에도 예전에 제게 용돈받으며 공부한 애덜 많~습네다.
    이게 바로 인재양성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인적자본이 곧 국가경쟁력입니다.
    미래를 내다본 본인의 선견지명이지요. 엣헴.

  6. 김우중/ ㅋㅋㅋ 정확한 선견지명이올시다~! *^^*

  7. 일단 공과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과는 과로서만 처벌을 받아야 되는데 '공이 많으니 그걸로 과를 덜자'이 따위 소리가 소위 386출신이라는 김우중 똥개들의 말의 요지인 것 같습니다. 그럼 법이 왜 있는 건지...옛날처럼 나랏님이 재량껏 알아서 재판하면 되는 거지...

  8. 수부기/ 법률이라는 것이 가장 무기력할 때가 이 때죠. 그런데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법률이라는 것 자체가 바로 권력과 자본이 자신들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이니까요. 지들이 만든 덫에 지들 목을 걸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