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
법학을 공부하다보면 누구보다도 확연하게 깨닫는 불후의 진리가 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현상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뒷골목 양아치들의 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경쟁제일주의가 판을 치는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 역시 법보다는 주먹(자본 등 물질의 우위)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힘 없고 빽 없는 작은 나라들은 강대국의 등쌀에 하루 하루가 지옥같은 거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주먹빵이 젤루 쎈 넘은 국가와 국민간의 관계에서 역시 국가다. 이건 맘만 먹으면 게임이 되질 않는다. 법이고 나발이고 소용없다. 공권력을 동원해서 들이 박아버리면 민간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도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인권이니 뭐니 떠들어봐야 알량한 보상금 몇 푼 준 걸로 국가는 지들 임무를 다했다고 뻗대면 그만이다.
그런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지금 평택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법률적 지식이나 합리적 사고도 끼어들 틈이 없다. 경찰들의 방패로, 용역깡패들의 폭력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말 그대로 완전 "무법천지"다. 실제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설치를 둘러싼 국가의 폭력행위는 그 위험수위를 진작에 벗어났다.
법? 국가는 지금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건 개뿔 지들도 아는 헛소리다. 개나 소나 우습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법률 어디를 훑어봐도 국방부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미군기지이전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합법적인 내용이 없다.
경향신문에 실린 시론 한 편은 이 무법천지의 내막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무단 전제하지 말라고 해서 펌질을 못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여기를 꾹 누질르시라) 기지 이전 협상과정은 물론이려니와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현재의 과정까지 실상 국가는 폭력배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 수준의 무법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에게 법질서를 운운하고 법치주의를 떠드는 것은 북어뜯다가 이빨부러지는 소리 하는 거다. 그나마 알량한 협상테이블 한 번 마련한다고 온갖 생색은 다 내더니 하루를 못참고 대집행 운운하는 정부의 행위는 국가적 사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지들이 자꾸 그러면 그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도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것을 실감할텐데, 그리고 그 실감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것인데 얘네들은 그걸 모르는 갑다. 뇌에 보톡스를 맞은 자들의 특징이지만서도...
자식 잃어가며 만든 땅. 그곳은 바다를 메우고 몇십 년을 고생하면서 농지로 일군 땅이란다. 일제 때도 빼앗기고 1952년 미군기지 확장 때도 보상 없이 빼앗겼으니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