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정치행태의 백미

몇 차례 언급한 바가 있지만, 참여정부는 그 태생부터 매우 독특한 캐릭터로 성장해왔다. 2002년 연말 대선에서 보여주었던 그 읍소정치, 구걸정치, 협박정치. 그리고 2004년 탄핵의 소용돌이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올인정치. 2004년 총선에서 또다시 재발한 읍소정치, 구걸정치, 협박정치. 그 대표주자들, 문성근, 명계남, 유시민, 노무현...

 

신영복 교수가 후학들에게 써 주었던 "처음처럼"이나 옛 말로 회자되는 "초지일관" 같은 용어가 참여정치의 황건적들에게 적용되면 이렇게 "구태의연"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어째 변한 것이 없냐...

 

노무현 또 그 입을 열었다.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열 받으면 다 때려 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역시 한결같은 그의 모습이다. "대통령 못해먹겠다"던 그 유명한 발언은 아직도 면면히 그의 가슴 속에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다. 한나라당에 제안한 여야정 3자 대연합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이거 예측하지 못한 일이 아니었을 터. 이미 연전에 "대연정" 운운하면서 한나라당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가 개망신을 당한 전차가 있다.

 

일단 사태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청와대,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회동을 주선했으나 이번엔 여당 대표가 쌩까버렸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김근태의 심중에는 "이게 지금 누굴 지네 집 종으로 아나??"하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그렇잖아도 심기 불편한 여당대표, 보기 좋게 퇴짜를 놓았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존심이 상해도 이만저만 상할 일이 아니다.

 

결국 노무현, 자꾸 이러면 대통령 그만 둘 수도 있다는 공갈빵을 때린다. 당적이탈도 이야기했다. 국민에게 하던 공갈정치신공, 올인정치신공을 여당을 상대로 펼치고 있다. 동시에 국민들(더 엄격하게 말하면 아직 남아있는 황건적 잔당들)을 대상으로 읍소정치신공을 펼치는 거다. 얘네들이 저를 못살게 해요, 저 여기까지 왔어요, 제발 쟤네들 좀 어떻게 해주세요... 잉잉잉...

 

근데 이제 식상하다. 사람들이 예전처럼 화들짝 놀라지도 않는다.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발언했을 때와는 달리 별로 반응도 없고 심드렁 하다. 지난 4년 간 진행되어온 학습효과 덕분이다.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허구헌날 개구라 치면서 사람들이 놀라는 것을 즐기던 양치기 소년, 결정적인 순간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이 웃는다. 저쉑 또 발작이네...

 

노무현, 걱정할 필요 없다.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그의 희망은 이미 다 이루어졌다. 노무현이 지금 퇴진한다고 해도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은 되지 않는다. 노무현이 하야하면 임기 채우지 못한 5번째 대통령이 되니까.

 

이승만은 419로 몰아쳐온 민중들의 거센 분노 앞에서 경무대를 내려와 하와이로 갔다. 아마 민중들이 이렇게 외쳤었나 보다. "니가 가라, 하와이..."(친구 장동건 버전)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윤보선, 불과 1년도 채 못견디고 박정희에 의해 쫓겨났다. 임기를 채우기는 커녕 뭐 하나 큰 소리 한 번 질러보지도 못한채 말이다.

 

박정희는 또 어땠는가? 궁정동 안가에서 심수봉의 노래소리 듣고 앉아 시바스 리갈 홀짝거리다가 제 부하의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는 경험을 겪으면서 대통령직과 아듀를 고했다. 그리곤 지금 누가 지 무덤에 침을 뱉어줄 것만을 기대하면서 동작동 국립묘지에 누워있다.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전두환의 전투복에 쫄은 최규하 역시 어영부영 그 두툼한 입술을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할 수준이 되지 못하니 이렇게 항상 성동격서식으로 난데 없는 협박을 일삼는 것이 정부최고수장의 정치활동이 되어버렸다. 노무현은 그의 "정치적 아버지"였던 YS의 행동방식을 너무나 고스란히 닮아버렸다. 아니, 청출어람이라도 하더니 그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번이지, 이젠 뭐 별로 영양가도 없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시큰둥하다.

 

그러니 노무현, 걱정하지 말고 언제든 하야해도 된다. 다만 그 하야의 길 가운데에서 자신이 져야할 역사적 책임을 던져버리고 새벽 여명에 양상군자가 모습을 감추듯 그런 식으로 도망치긴 말기 바란다. 전두환이 앉아있던 자리에 명패를 던졌던 그 패기(라기 보다는 사실 그것도 웃기는 짓이었지만)로 남은 1년 동안 싸질렀던 분비물을 잘 거두기라도 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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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8 16:09 2006/11/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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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데요, 뭔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없는 비판은 너무 허망하지 않아요? 글은 긴데, '노대통령 못하고 있다' 밖에 없어요. -_-;;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할 수준이 되지 못하니" 이부분을 글쓰신 분의 글에도 한번 적용을 해보심이. :)

  2. 나그네/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서 청와대까지 보내주고 세금 들여 월급 준 겁니다. 대통령은 괜히 목에 힘주라고 뽑아놓은 것이 아니죠.

    그리고 제 블로그는 정책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공간이 아닙니다. 필요하시다면 그런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어 있는 사이트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 사이트 주소를 남깁니다.

    http://poli.kdlp.org/

  3. 대통령 시켜놓고 원숭이 취급하면 원숭이일뿐.

  4. ↑그게 아니라 자기들이 원숭이를 대통령 만들어놓고 남들이 뭐라 한다고 욕하는게 진짜 원슝이 아닐까요ㅡ.,ㅡ;
    음.. 이걸 뜨거운 동족의식이라 해야 하려나. 히히히

  5. Draco/ 노무현을 원숭이 취급하다뇨. 노무현 스스로가 원숭이 노릇을 한다면 모를까. 원숭이에게 책임져주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나마 그 자리에 앉았던 이상 책임을 져주기 바라는 마지막 마음은 그를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상관 없이 최소한 남은 그에 대한 인간적 기대랄까요.

    sirocco/ 다음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입니다. ㅡ,.ㅡ

  6. 거참... 노무현씨 ^^; 그러고보면 그런 이야기들 있지요. [그래서 대안이 뭔데?] 라고 하는 사람들 말에요. 그 [대안]을 만들라고 세금으로 월급주고, 선거해서 뽑아주고, 국민의 권리들 떼내어서 힘을 준건데... 다시 국민들에게 대안을 피드백하면 뭐 어쩌자는건지... 그럴꺼면 그냥 직접 민주주의 하든가 말에요 에휴... 노무현씨 무슨 자기가 이병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