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와 집권

널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뎌 그만 물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헤엄을 치지 못하는 데다가 물이 깊어 당황한 이 사람, "사람 살려~! 사람 살려~!"하고 외쳤겠다. 마침 지나가는 양반이 있어 더욱 큰 소리로 "사람 살려~!"하고 소리를 쳤는데, 이 양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천운으로 지나가던 '행인'이 사람을 구해놓긴 했는데, 이 양반의 행실이 괘씸하여 쫓아가 따졌다.

 

행인 :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구해주지 않는 심뽀는 뭐요?

양반 : 저 놈이 싸가지 없이 양반에게 반말을 하지 않나?

 

2012년 집권을 부르짖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딱 저 물에 빠진 사람의 꼴이다.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상당수의 인민들은 이 양반의 모습이다. '행인'은? 그냥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소품일 뿐이다. 이렇게 행인은 오늘도 소품의 신세로 전락한다.

 

어찌되었든,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을 상당히 난해한 대상으로 바라본다. 쟤들은 도대체 뭐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하다. 첫 번째 사례. 민주노동당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당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가공해야할지 모르는 일이 태반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선경선후보로 출마한 모 후보. 당의 정책이 창고 안에 있다고 난리다. 웃기고 자빠졌다. 지가 언제 창고 들어가 보기나 했나?

 

당 지도부라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정책위 의장이라는 자 역시 '정치'하는데 혈안이 된 반면 자기 부서 소속 연구원들이 내놓은 정책이 뭔지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당론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론에 맞춰 정책이 나와도 외부 단체 입방정 한 번에 딴 소리를 밥먹듯이 한다.

 

또 다른 사례. 적어도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노동당이 당 상근자들의 임금조차 제 때 맞춰주지 못한다. 노동조합이 수 차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조합과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완전 무시 쌩까기 전략으로 일관한다.

 

사무총장이라는 자는 들어오지도 않을 돈으로 예산을 짜고, 당 노동정책의 일관된 방향이었던 동일임금체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무총국 상근자들의 임금을 적어도 연구원 수준으로 맞추어달라는 요청에 대해 당에 돈이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마스터플랜? 그런 거 없다.

 

사례 무궁무진 하다. 예컨대, 당 강령에 대해선 무지한 자들이 국방위원장에게 바치는 충성서약은 다이어리에 붙이고 다닌다. 당 게시판에는 주체진리교에 대한 교리예찬과 포교활동 차원의 선전문구가 올라온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은 원천봉쇄된다.

 

당내 정리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선사회당은 만나러 가고 베네주엘라는 쫓아 간다. 도대체 집권 가능성이 0.00001%도 되지 않는 조사당을 만나러 가는 이유가 뭘까? 방문 기간 내내 정상적인 정치활동조차 하지 못했던 베네주엘라에 생돈 들여서 날라간 결과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한 주먹구구식의 활동을 하면서, 집권을 이야기한다. 기껏 정책을 만들어 놔도 어떻게 가공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인민들에게 내놓을 정책이 없다고 궁시렁 거린다. 도대체 니들이 하고싶은 것이 뭔데? 라는 질문에는 우리도 정책 있어요, 한 번 봐주세요~, 이러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들도 잘 모른다. 주체진리교 신자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도 않은 채 오히려 이들을 등에 업고 대권을 꿈꾸는 사람마저 있다.

 

내가 인민이라도 대체 민주노동당이 뭐하는 집단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밖에 대고 민주노동당 찍어 주세요, 우리가 진보정당이에요, 백날 이야기해 봐야 이를 쳐다보는 인민들, 여전히 쟤들은 뭐하는 애들이야? 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 뿐이면 다행이려니와 더 심한 경우에는 물 빠진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양반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살려 주시면 그 은혜 백골난망이려니와 살아서는 우마지로를 다하겠고 죽어서는 분골쇄신하여 결초보은이라도 하겠나이다" 뭐 이래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싸가지 없이 반말 찍찍 하며 "살려~!"라는 명령까지 하고 있는 자를 지나치던 그 양반.

 

이야기대로라면 욕 바가지로 처먹을 인간은 그 양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행인'이 등장하여 인명을 구조하는 전래 코메디와는 분명 양상이 다르다. 어찌되었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현실은 그러한가? 정말 우리는 노동자, 농민, 빈민에게 지지받고 있나? 지지받을 수 있도록 잘 하고 있나? 누가 보더라도 아, 저 정도면 나라를 맡길만 하다라는 인정을 받고 있나?

 

개뿔... 지네 집구석 단속도 못하는 것들이 무슨 국정운영을 하겠나라는 비아냥이나 받지 않으면 본전이다.

 

오늘, 낮 12시에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은 당사에서 임금체불 및 퇴직금 미지급, 사업비 미지급 등에 대한 항의로 피켓팅을 한다. 쪽팔린 일이지만, 이 일이 당 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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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10:20 2007/08/28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