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들, 흥겨움

철군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청계천 변에서 결국 멈추고 말았다. 경찰은 끝내 '허가'해준 대로 갈 것을 요구했고, 연좌했던 사람들은 어둑해진 청계천을 앞에 두고 해산해야 했다.

 

경찰들과의 대치는 여전히 불쾌하다. 눈 앞에 있는 막둥이들같은 의경들은 볼 때마다 불쌍하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의경들을 볼 때면 까닭모를 분노가 솟구친다. 그러나 그들은 내 적이 결코 아니다. 왜 우린 이렇게 항상 피를 볼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할까...

 

이 와중에 평택지킴이들이 보여준 몸짓은 행인이 바라던 집회문화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즐거웠다. 집회시위는 그들에게 잔치판이었고, 그 몸짓 하나 하나가 바로 평화의 서신이었다. 그들의 노래소리와 춤은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그들의 눈빛은 그동안 힘들고 서러웠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싶었지만 경찰을 등에 지고 긴장한 상태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징글징글한 눈치쟁이.

 

연좌하고 앉아서 이름있는 연사들의 발언을 듣거나 연좌한 사람들에게 고정적인 발언을 요구하는 집회는 여전히 계속되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말을 흥겨운 몸짓으로 풀어내는 지킴이들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결국 경찰도 차벽을 치우게 되리라.

 

지킴이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세상은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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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01:02 2007/03/18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