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학군단이라...

한나라당 집권시 국방부장관은 따논 당상인 송영선 의원께서 기발한 글 한편 내셨다. 세계일보에 기고한 "여성 학군단 제도 도입 미룰 일이 아니다"라는 글이 그거다. 대강의 주제는 미래의 전장상황을 고려하여 여성학군단제도를 빨리 도입하자는 것이다.

 

2004년엔가엔 여성들의 사병복무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시고, 급기야 작년 6월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FTM에 대해서도 병역의무를 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옥같은 말씀을 하셨던 송영선 의원. 드디어 남성 대학생들만의 성역으로 알려졌던 ROTC에 여성대학생들도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궁극의 양성평등을 주장한다.

 

징병제가 유지되는 현행 군복무제도에서 사병징집대상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거나 ROTC 및 3사관학교에 여성이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 성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군대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인의 입장에서는 있는 군자원도 줄여야할 판에 남녀불문 전 국민 공히 군사훈련을 받게해야 한다는 송영선 차기 국방부장관님의 말씀에 동의하긴 어렵다.

 

군대가 남성만의 근거지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폐단에 대해선 일일이 열거하기도 귀찮다. 아닌 말로 가부장성에 관한 주입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군대라면 그 이외에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다. 이런 공간 안에 여성들이 대거 입성하게 되면 그동안 발생했던 군대의 폐해가 사라지나? 양성평등이라는 고도의 가치관이 제 자리를 찾게 될까?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이런 거다. 전 국민을 군바리로 만들어 놓으면 속이 시원하겠냐?

 

어떤 근거를 갖다 붙이더라도 군대는 필요악이다. 궁극에는 완전히 소멸되어야 하는 집단이다. 군대 없는 나라가 어딨냐, 군대 없앴다가 '북한괴뢰도당'이나 '짱꽤'나 '쩍발이'들이 쳐들어오면 그 땐 우짜자는 말이냐 등등의 반박이 있을 터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말고 장기적으로..."하면서 한 발 빼는 치졸한 자세를 보이기 쉬운 터이지만(비겁한 행인...)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북한 합쳐 200만에 달하는 군인들이 득시글 거리는 이 골때리는 현실에서 이젠 모든 여성들까지 전부 총들고 전선 앞으로!를 외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그닥 반가워할 일이 아니다.

 

물론 송영선 차기 국방부장관의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현역군인들과 예비역들이 있게 되면 자신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실만 하다. 겉보기 등급으로 그럴싸한 양성평등 계속 주장하시는 것도 까짓거 그냥 봐줄 수 있다. 하긴 대한민국 대부분의 대중들이 송영선 의원님을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으로 볼지 몰라도 젠더적 측면에서는 꼴마초로 본다는 사실 역시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군대 역시 사람사는 곳이니 그 안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고, 군대 가고 싶어서 밤잠을 설치는 여성들에게는 군복무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처우의 개선과 국민동원령 발동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도대체 이 분은 어찌하여 그토록 비대한 군대를 원하는 걸까? 21세기판 10만 양병설? 스스로 이율곡의 현신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다른 것은 몰라도 차기 국방부장관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본인이 먼저 논산훈련소 입소해서 훈련병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이병, 일병, 상병 거쳐 병장제대 해보시라는 거다. '한따까리'를 통해 끈끈한 전우애를 배우시고, '사역'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배우시며, '짜웅'을 통해 아름다운 상하관계를 형성하는 것부터 배우신 다음에 트랜스젠더들을 군대로 쳐 넣던 모든 여성들에게 군복을 입혀버리든 하시기 바란다.

 

아아, 송영선 의원이 국방장관이 되시는 그날, 한국의 모든 국민은 병사가 되어 우렁찬 함성으로 일떠서서 만주벌판 말을 달리며 고구려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중공군'과 살수대첩을 벌리고, 저 얌퉁스러운 '왜적'들을 맞아 학익진 펼치며 명량해전을 재현할 것인가... 이거 기대해도 되는 일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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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2 00:55 2007/03/22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