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아침

#1

여수 이주 노동자 '보호시설'에서 화재가 나 9명이 죽고 십 수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뉴스가 보인다. 화재의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그 경위는 둘째치고 '보호시설'의 문이 밖으로 잠겨 있었고,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문이 열리지 않아 참화가 커졌다는 기사를 보며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보호시설'이냐, 수용소지...

 

아닌 말로 그 사람들이 테러범도 아니고, 게중에는 체불임금으로 인한 분쟁으로 수용되어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는데, 차라리 국가에서 임금지불 해서 출국시키고 업체에다가 따로 청구를 하던가. 도대체 아무리 탈출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사람들 사는 방을 밖으로 걸어 잠궈 밀봉을 시켜놓고 화재가 나도록 뭘 했단 말인가...

 

#2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방화용의자가 감시카메라을 가린 후 불이 났다고 한다. 용의자는 숨지고 따로 전기사고가 있었다고 짐작되는 만큼 아직 방화로 인한 불이라고 할 수도 없단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불을 질렀느냐 아니면 누전 같은 요인으로 인해 불이 났는가가 아니다.

 

카메라를 가리려 했던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부단히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고, '보호시설'의 인권문제가 제기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나 관리책임을 진 당국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그리곤 참사가 일어났다. 제정신들인가?

 

#3

포털사이트를 들락거리는 쪽글파이터들, 일명 찌질이들의 작태는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에 별로 큰 의미를 두고싶지는 않다만,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사 밑에 달린 악플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감수성이 보여진다. 몇 개의 찌질성 댓글들을 보면 이렇다.

 

 

 

악플들이 달린 기사는 한국으로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기사에 실린 내용은 이주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실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난리가 난다. 단지 악플러들의 난동이라고 보기에는 심히 찝찝하다. 어째서 그런가?

 

#4

지난해 11월 구리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던 "고구려 삼족오 대축제"라는 것이 있었다. 거기엔 '삼족오 소년소녀대(Corea Scout)'라는 청소년 단체가 등장한다. 동영상을 보면 히틀러 유겐트들의 출현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정도다. 복장하며 동작하며... 전두환이 만들었던 한별단 수준이 아니다. 자세한 분석글이 당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위 기사에 달린 댓글과 '삼족오' 페스티벌에 참여한 소년소녀대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금 뭐하자는 걸까? "순수한 한민족의 피"를 지키기 위해 히틀러 유겐트들이 동원되고, 그 와중에 인권침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감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된다. 얼마전 있었던 여성 토막살인사건 와중에도 중국국적 외국인과 중국동포들과 이주노동자들은 도매급으로 예비 살인범 취급을 받았다.

 

#5

'민족주의'의 폐해를 새삼 거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건 무슨 주의니 뭐니 하는 것하고는 별개로 상식에 관한 문제다. 누군가가 고통을 당했다. 그 고통이 남의 고통이 아니라 언젠가는 내 몸에 돌아올 고통이다.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감싸고 변호하고 그런 고통을 겪게 만든 자신에게 분노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고통을 당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을 쫓아 내라고 성화를 부린다.

 

세금을 퍼부어가며 이런 부당한 의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짓을 저지른다. '삼족오'정신으로 무장한 저들의 "순수한 피"는 과연 인권을 침해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아픔에 분노하게 될까? 몇 백만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가 키워낸 유겐트가 될까?

 

 

 

 

 

 

먹은 것이 얹혀 토욜 밤 새 오바이트(웨~~ㄱ) 하고 일욜 내내 배붙잡고 뒹굴다가 월욜 아침 새맘 새기분으로 일찌감치 출근을 했더니, 아뿔사... 다이어린 후배 방에 놓고 오고. 노트북 랜카드가 날아갔는지 인터넷도 안 되 무선랜으로 겨우 복구했더니 일정표 관리하는 사이트 도메인을 까먹었다... z가 들어가는 사이트였는데... ㅠㅠ

 

낮에 다이어리를 찾으러 간다고 전화를 해놓고 나니 순간 시간이 붕떠서(근데 이걸 왜 이리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인터넷 검색을 하다 참담한 심정이 드는 뉴스들만 보이고... 에라, 왜 이런 건가? 세상 돌아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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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10:31 2007/02/1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