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젊은이들

지난번에는 어르신들께서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평생의 신념으로 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시더니 이번엔 떡대 좋은 청년들이 몰려와 '간첩노동당'을 화형시켰다. "자유개척청년단"인지 뭔지 하는 단체라는데, 달랑 열명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이 와서 우렁찬 목소리로 민주노동당 '박살'내자고 성토를 하고 있었다.

 

인공기와 민주노동당기를 화형하려고 수차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경찰들의 소화기 세례로 불발. 그러나 어디서 준비해왔는지 토치램프로 결국 소각 완료. 나무판대기에 '간첩노동당'이라고 써놓고 그걸 화형하려 했으나 역시 불발. 다시 토치램프로 소각 완료.

 

전경들과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당사 우측 출입문 유리창을 박살냈다. 애꿎은 유리창은 왜 깨고 쥐랄인가? 이러니 건물 주인이 빨리 민주노동당 나가달라고 성화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애국하시는 분들이 이토록 넘치니 자유대한민국, 앞으로 상당기간 망할 일은 없어 보인다. 건 그렇고...

 

희안한 것은 민주노동당 당사를 전경들이 지켜주고 있는 이 모습이 영 께름칙해보인다는 것이다. "자유개척청년단"의 대표가 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들어오려 하는 것을 전의경들이 막아섰고, 그 과정에서 폭력행사가 벌어졌다. 사실 택도 아닌 것 가지고 생 난리를 치는 대한민국 우익들의 수준을 보면 한심하다못해 가련하기까지 한데, 그런 어린 백성들을 전경으로 막아놓고 코빼기도 내보이지 않는 당 지도부의 모습도 별로 좋아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닌 말로, 당 대표가 쓰윽 나가, 애국 하느라 고생이 많다, 항의서한을 가지고 왔다는데 함 보자, 날도 추운데 뜨끈한 커피나 한 사발 하고 가라, 뭐 이런 거 좀 해야하는 거 아니었나? 불러다 놓고, 그래, 너덜의 주장이 뭐냐, 저건 이렇고 이건 저렇다, 당신들의 항의서한은 잘 접수하겠다,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 이러고 보내면 얼마나 깔끔하고 좋겠나?

 

정 당사 안에서 깽판 놓는 것이 두려우면 대표 한 두명 만 불러놓으면 되는 거고, 젊은 혈기에 마빡에 피가 몰려 주체를 못하는 그들에게 잠깐 스팀 뺄 시간을 주는 거, 이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전경들 앞에 놓고 막도록 하고 그냥 쌩까고 있어봐야 꼭지 돌은 애들 달래기는 커녕 걔네들 기만 살려놓고 만다.

 

괜히 조선일보 앞에다가 항의집회 박아놓는 뻘짓 하지 말고 찾아온 손님들이나 잘 대접하기 바란다. 뭐가 두렵나? 아... 언론사 기자들이 없어서 그랬나? 거 보수단체들, 언론 조직화 좀 해가지고 오지... 쯔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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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15:17 2006/11/07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