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나 보다...

날이 선선해지니까 가을타는 증세가 나타나는 분들이 여럿 있다. 기왕 타는 가을, 좀 낭만적이고 그럴싸 하게 분위기나 좀 풍기면 좋은데, 이분들은 지들이 가을 타면서 구리구리한 냄새만 펑펑 풍겨댄다. 며칠 전에는 모 신문에 이문열이 나타나 온갖 궤변을 다 늘어놓더니 이번엔 지만원님께서 한 건 하신다.

 

지만원 '박사', 가을 심난하게 타는가 싶다. 올 여름 땡볕에 맛이 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나 보다. 아, 글쎄 이명박이 빨갱이란다. 아주 제대로 맛이 갔다.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는데 뭐 재밌는 일 없나 하고 심심해하시는 분들은 시간 남을 때 전문을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아주 제대로다.

 

지'박사'가 이명박을 빨갱이라고 추정하면서 갑작스레 그의 출신지역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이명박이 태어난 곳이 빨치산들의 활동무대였단다. 근데, 그게 뭐?

 

아닌 말로 이문열의 아버지가 친북주의자라고 이문열이 빨갱인가? 암튼 지만원 '박사', 그냥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말 별로 없다. 뭐하려고 출신지역과 빨치산 이야기는 했을까? ㅡ.ㅡ+

 

게다가 이명박이 한나라당 모 의원과 배다른 형제라는 가설을 이야기한다. 그저 들은 이야기란다. 지가 확인하지는 못했단다. 근데 왜 그 이야기를 하는데? 카더라 통신의 2006년 버전이냐? 미확인 첩보라 여러 사람들에 의해 확인돼야 한단다. 그거 왜 확인하는데? 남의 집 가정사 들먹여서 뭐할라고? 재미로?

 

사실 이 정도만 되도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이 지'박사'는 그런 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신다. 이명박이 이미 김정일에게 퍼주기 할 돈을 다 마련하고 있단다. 게다가 이명박이 서울시장 재임하면서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바로 전태일을 우상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단다.

 

이 정도 되면 지'박사', 소설계로 진출하셔야할 판이다. 이 상상력을 보라. 거의 3세 아동의 수준과 맞먹지 않는가? 어린 아이의 상상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나이만 댑다 드셔버린 이 백발 '박사'의 두개골 안쪽에 있는 단백질 덩어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지'박사'에 의하면 전태일은 '민노총'이 만들어 낸 '가공된 영웅'이란다. 그런데, 지'박사'는 이 '가공된 영웅'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그 과정을 이렇게 소개한다.

 

1964년 '한국도시산업선교연합회'가 근로자 의식화 시작

1976년 사회선교협의회가 지하조직 건설

1981년 경기지역 비밀지하교육기관 '다락원' 설치, 이념교육

그 후 1년에 걸쳐 200명의 전문세포들이 지역 기업체에 위장취업

1980년대 후반 '사장실 점거-협박-린치-파괴-방화-분신 등 온갖 불법투쟁 연출'

이후 전교조, 전공노, 386 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대한민국 전복 기도

386은 대한민국 전복 목표

1970년 "아무 것도 모르는 한 가난한 노동자 전태일을 희생양으로 삼아 분신케 한 후 그의 죽음을 극도로 활용"

 

지'박사'의 열거를 쭉 따라가다보면 "이들은"이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1970년에 전태일을 꼬셔서 분신사망케 한 "이들"이 도대체 누군지 헷갈린다.

 

지'박사'가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순서를 따라가다보면 대한민국의 전복을 노리는 386들이 전태일을 꼬신 것으로 되는데, 386의 시작을 1960년으로 보더라도 1970년 전태일이 분신했을 당시 이들은 기껏 10살. 그렇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한 가난한 노동자 전태일"은 10살짜리 꼬마의 꼬심에 넘어가 청계천에서 분신했단 말이냐?

 

사실 뭐 이런 실수쯤은 안 돌아가는 머리로 뭔가 끄적거리다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귀엽게 넘어가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지'박사'쯤 되는 분이 하는 것은 대단히 웃기는 일이다. '박사'라는 타이틀이 이정도 논술실력만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라면 이 땅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인민들은 다 자기 이름 뒤에 '박사'라는 칭호를 붙여도 무방하다. 정 안되면 논술 공부나 좀 다시 하던가...

 

암튼 이런 헛소리를 꾸역꾸역 하더니 결국 이명박이 사실은 마빡에 든 것도 없고 대단히 무능력한 인간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줄줄이 엮어낸다.

 

2006년 가을에 이명박이 빨갱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행인은 그만 경악과 충격에 빠져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0살 짜리 얼라에게 꼬심을 당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절규를 남기고 분신한 전태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노인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가을 타는 정도가 아니라 노망을 의심해야 한다.

 

사실 지'박사'가 하고픈 말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거다.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를 뭘 궁시렁 궁시렁 하고 있나? 하여튼 잔머리(孱腦) 굴리는 사람의 특징은 여기서도 발견된다. 뭔가 지 속은 숨기고 성동격서를 해보고 싶어하나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그 잔뇌질을 다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지만 모른다. 지'박사'만 모른다.

 

올 겨울 많이 춥지 않기 바란다. 이렇게 벌써부터 심하게 가을 타는 지'박사', 한 겨울 추위에 아예 뇌활동이 정지되어버리면 가끔 이렇게 웃어볼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암튼 연세드셔서 나이 어린 행인을 웃겨주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지'박사',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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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9 19:56 2006/09/19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