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the Reds???

국익을 생각하시는 애국자 여러분에게 mbc와 더불어 민주노동당, 그만 역적이 되고 말았따. 황우석교수의 '애국적' 줄기세포연구에 민주노동당이 그만 '반 애국적' 윤리문제를 들고 나와 딴지를 걸었다는 거다. 민주노동당 자유게시판, 지금 난리났다. '애국시민'들이 모여들어 사이버판 촛불시위까지 하고 계신다.

 

IMF 사태가 터졌을 때, 갑작스레 애국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금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TV로 생중계까지 되면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금을 모으자고 난리가 났던 거다. 이 와중에 그저 착하시기만 한 우리 모친께서 "나도 금붙이나 있으면 좀 낼텐데..." 하시는 것을 보고, 반애국적 행인, 결사만류한 적이 있다. 물론 그로부터 불과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전 국민이 모아다 준 금붙이 가지고 몇 몇 대기업들 배만 불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애국시민들 완전히 뻘짓한 거다.

 

황우석의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자 갑자기 애국적 시민들의 '난자모으기'가 벌어진다. 황우석 팬클럽들의 한 사이버 까페에는 어제까진가, 벌써 700명 이상의 난자기증희망자들이 줄을 섰단다. 다른 경로까지 합치면 1000명이 넘는 난자기증자들이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다.

 

원래는 의학적인 분야의 민감한 주제인지라 행인,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난자적출이나 기타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달라지고 있다. 이걸 자꾸 난자와 관련된 생명윤리문제로 국한시키려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문제는 생명윤리라는 하나의 측면에서 논의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불과 6%(어떤 조사에 따르면 4%)에 불과한 mbc PD수첩 시청률 이후에 나타나는 역풍 치고는 거의 쯔나미급인 이 난리통은 어이가 없는 것이다. 왜 갑자기 여기서 매국 애국 논쟁이 치솟는데?

 

민주노동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황우석의 연구라는 것은 그 연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성과의 당위성을 넘어 사회양극화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소위 '황우석사단'이라고 칭해지는 일군의 인물군과 그들이 한 짓을 보면 이러한 비판은 더욱 타당성을 가진다.

 

줄기세포 연구결과에 따른 특허는 서울대가 가지고 있다. 서울대는 국립대학교이고 황우석의 연구에 투여된 자본의 거의 대부분이 국가세금으로 마련된 연구비이다. 그런데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특허지분 중 40%가 황우석의 초기 연구에 난자를 제공했던 미즈메디 노성일에게 양도되어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공계의 사망선고를 운운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의 부족을 논하는 국가에서 R&D 비용의 상당부분이 황우석 한 사람의 한 종류 연구분야에 지급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의 기초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얼마씩이 돌아갔는가? 황우석 사단이 국가비용을 이처럼 싹쓸이(!)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 과연 황우석과 그 주변 연구자들의 연구만으로 이런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언론기사를 통해 알려진 것들만 요령있게 살펴보아도 국가연구비의 과도한 싹쓸이는 '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황우석과 그 주변 인물들의 '정치'를 통해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정치'를 할 줄 모르고 말 그대로 '연구'만 할 줄 알았던 다른 분야의 학자들은 국가의 지원금을 구경도 못해보고 쫄쫄 굶는 사태가 발생한 거다. 이게 연구비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야할 기술의 특허권이 엉뚱하게 개인들의 앞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성일등 한 두명에게 특허지분 40%가 양도된 것도 문제지만 황우석이 만나고 돌아다녔다는 소위 "황금박쥐"클럽의 인물군들도 문제다. 이 인물군들 중에는 진대제를 비롯한 관계의 굵직한 인물들이 있었고, 특히 진대제를 비롯한 일단의 사람들이 모두 삼성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황우석은 왜 이 사람들을 만나가면서 '연구'가 아닌 '정치'를 했는가?

 

삼성이나 정보통신부로부터 황우석이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 그렇다면 삼성이나 정보통신부는 황우석의 연구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을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노상 황우석과 만남을 가졌으며 그 와중에 지난 10월 초에는 삼성 모 관련자의 상가집에서 황우석이 "민주노동당 때문에 연구를 못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왜 그는 연구소의 연구실에서 그런 소리를 하지 않고 삼성그룹 관계자의 상가집에서 그런 소리를 했는가?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비의 충당을 위해 황우석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연구의 질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연구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획기적인 무엇인가를 주기적으로 계속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왕에 얻어진 연구결과를 가지고 연구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만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품'의 판매를 통한 이윤으로 충당하는 것. 그렇다면 향후 판매루트를 어디로 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 혹시 황우석은 그 파트너로서 삼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

 

거론된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인간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연구의 성과가 누구를 위해 이용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때문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종합하면 아무래도 연구의 성과가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기는 어려울 듯 하다.

 

우선 국내로 논의를 한정해보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난자의 제공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해준다. 댓가도 바라지 않는다. 난자를 제공하겠다 또는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여성들도 그 층위가 무척 다양하다. 국회의원도 있고 관료도 있고 연예인도 있고 평범한 시민들도 있다. 어떤 남성 왈, "여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이렇게 한스러울 수가 없다"고 하더라. 이 정도면 "유대인으로 태어나 총통에게 미안하다"며 자살한 나치시대 한 독일인의 한탄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거의 '공짜'로 모아진 무수한 난자로 황우석의 연구는 계속될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누가 가지고 있는가하면 이야기는 엉뚱한 곳으로 전개된다. 즉,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로 변질되는 거다. 일부 관련자들이 특허의 지분을 독식하고 특정 재벌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양산체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냥 음모론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될 경우 연구결과를 이용한 치료의 대상은 누가 될 것인가? 꼭 결과를 봐야 그 사태의 충격을 알게 될 것인가? 몇 해 전 백혈병 치료제의 강제실시 문제로 한동안 뜨거운 논란이 있었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글리벡'이라는 이 치료제의 가격이 너무나 비싸 왠만한 사람들은 약이 뻔히 눈 앞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죽어갈 수밖에 없게된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적이 있다.

 

국내로 논의를 한정하지 않고 국외로 확장시키더라도 이 문제 심각하다. 조류독감증상완화제인 타미블루가 공급되지 않아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의 국민들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국의 인민들은 언제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저 증상완화제가 공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극히 적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제국주의이다. 글리벡사건이나 타미블루 건을 보면서 한국의 시민들이 분노했던 것이 바로 약품공급을 둘러싼 제국주의적 작태때문이었음을 생각해보자. 황우석의 연구결과가 특정한 기업에 독점되거나 특별한 국가의 것으로 한정될 때, 세계의 모든 환자들은, 특히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황우석의 연구결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인가? 황우석은 '애국'시민들의 난자를 무상에 가깝게 제공받아 만들어진 연구결과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인가?

 

황우석과 관련되어 할 말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애국이라는 단어로 포장해서 황우석의 행위를 마냥 감싸고 도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더구나 그 논의가 난자를 둘러싼 생명윤리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행위이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는 세상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더 큰 문제다. 이건 애국이냐 매국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황우석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 답답하다. 황우석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황우석의 연구결과가 '애국의 결실'은 더더욱 아니다. 이 집단광기에서 빨리 빠져나와주는 것이 바로 '애국'하는 길임을 왜 모를까나? 참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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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6 16:56 2005/11/26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