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퇴

결국 총사퇴의 결단이 내려졌다.

당 내에서야 말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질질 끄느니 명확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깔끔하다. 그런 취지에서는 지난번 민주노총의 모습보다는 낫다고 본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아직은 명확하게 상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혜경 당 대표가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이 바로 우리의 갈 길은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총력지원이다.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 본인들이 이루어내야 한다. 해결의 방법은 물론 투쟁 뿐이다. 당은 이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는 곳에 당이 함께 있어야만 당은 살아날 수 있다.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 그리고 이후에 조직될 지도부는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책임의 일부가 나에게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왜 우리는 당 지도부를 더 강력하게 견인해내지 못했는가? 왜 더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했는가? 어느 샌가 내 분야의 일에 매달려 투쟁의 요구와 참여를 등한히 했던 것은 아닌가... 자괴감이 계속 머리를 짓누른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김혜경 당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 쳐다보기가 계면쩍어 그냥 자리로 돌아왔다. 계급정당의 꿈. 당차게 야무진 착각 속에 떠들어대고 있는 대중정당이라는 허위의식을 어떻게 걷어내고, 우리야말로 진정 이 땅의 노동자 농민, 박해받는 민중을 위한 그들 계급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려낼 수 있을 것인지, 계급정당의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고민된다.

 

매우 힘든 하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31 16:22 2005/10/31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