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다...

요즘 TV를 보고 신문을 봐도 뭔가 찜찜하다. 뭔가 꼭 나와야할 것이 제대로 안보인다. 간혹가다가 잠깐잠깐 쬐끄맣게 뭔가 보이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감질나게 쑤석거리다고 말 일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연정에 연석회의에 뭐 하자는 수작인지 정치판을 흔들더니 이번엔 또 개헌론이라... 그런데 이렇게 이것 저것 가지고 들썩거리는 와중에 뭔가 알맹이가 쑥 빠져버린 느낌이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게 다름 아니라 삼성문제다. 이 미꾸라지 같은 것들은 어느새 또 세인의 관심에서 살살 멀어져가고 있다.

 

애초 X-File 사건 터지고 도청녹음테이프는 공개도 해선 안 되고 그 내용을 수사기관이 청취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행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기왕에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수사를 했어야 한다. 그 수사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그 가운데서 10만명의 어리석은 중생을 먹여살리는 한 사람의 인재가 10만이나 깔려있는 삼성의 속살이 드러났어야 한다.

 

그런데 그다지 진전은 없는 것 같다. 여론에 밀리다 결국 탈법증여에 대한 혐의만 포착해놓고, 그것도 그 다음엔 지지부진이다. 홍석현은 미국에서 돌아올 줄을 모르고, 검찰은 여전히 욕 들어먹을만 하면 뭔가 하는 척하기 바쁘다. 중간에 강정구도 한삽질 해주고 천정배도 한 건 올려주고 하다보니 검찰, 삼성 건은 완전히 쌩 까고 지들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한 것마냥 설레발이만 친다.

 

사실 삼성, 10만명의 어리석은 중생의 등을 쳐 이건희 일가의 배를 채우는 짓을 해왔다. 이거야 뭐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근데 거꾸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인재 한 명(삼성)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전 국민)이 먹고 살았다는 식으로. 이걸 "삼성이데올로기"라고 불러야 하나?

 

어떤 교수께서 행인을 붙잡고 왈, "삼성 잡을거냐?" 하시기에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랬더니 후폭풍이 클거라나 어쨌다나... 어떤 후폭풍을 이야기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국가경제 운운... 족벌경영에 돈이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경제가 튼튼한 경제냐고 하니까 한국의 특수상황론이 튀어나온다. 경제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행인이지만 듣고 있을라니 부아가 치밀어 군사정권은 한국적 민주주의하고 독점재벌은 한국적 경제를 만들어나가고, 그렇게 하다가 오늘날 이모양 된 거 아니냐고 했더니, 젊은 사람들은 어려웠던 시절을 몰라서 큰일이란다... 줸장... 나도 밥 굶고 살았는데...

 

교수씩이나 하시는 분 중에서도 간혹 이런 분들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생각하는 분이 꽤 있다는 거다. 삼성으로부터는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애국'적 관점에서 삼성을 다그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돌아가시겠다.

 

삼성은 일개 단일 기업이 아니다. 삼성은 대한민국의 반민중적 반노동자적 독점자본의 상징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개밥그릇에 뼉다구 정도로 아는 이 정신나간 기업체는 자신의 파멸을 부르는 몸집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숙주의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 제 덩치를 불려가는 암세포 처럼. 이 삼성의 치부가 낱낱이 까발려지는 순간, 이 땅의 왜곡된 경제현실이 제 자리를 향해 전환하게 될 거다.

 

그게 두려운 것일까? 정권도 사법기관도 어영부영 삼성의 문제가 덮혀지기를 바라는 듯 하다. 매우 수상쩍고 불쾌하다. 그래선 안 된다. 고름이 뚝뚝 떨어지는 환부를 거적때기로 자꾸 덮어봐야 그 상처, 아물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진다. 삼성을 망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사실 그게 이 사건의 본질적 한계이기도 하다). 건강하게 다시 키우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삼성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삼성은 이제 끝나야 한다. 이렇게 외쳐야 하는 거다.

 

"삼성, 됐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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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5 08:55 2005/10/25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