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기사와 민주노동당

처음에 연정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 하는 것을 보면서 참 기가 막혔다. 노무현이 뭐라고 하건 문희상이 뭐라고 하던 간에 어차피 그놈의 연정이라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손짓한 것이 아니었다. 유시민이라는 자칭 자유주의자는 이념이 다르니까 연정을 하는 것이라고 떠들기도 했다만, 걔 머릿속에서 떠도는 이념이라는 것이 어차피 그 수준이기에 뭐 시큰둥할 뿐이다. 그 때, 민주노동당의 반응은 그냥 한 번 씨~익 웃어주는 것으로 족했다. 마음대로 떠들어라. 미니정당이라고 가지고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지고 놀아라. 단, 가지고 놀 때 놀더라도 제자리에 갖다 놔라. 니들이 어찌 떠들건 우린 우리 갈 길을 간다.(그나저나 이거 우리 갈 길을 제대로 보여주기나 해야 이런 말을 할텐데...)

 

연정가지고 생쑈를 하는 동안 박근혜와 한나라당은 민생걱정을 하고 나섰다. 유일야당이라고 선전질을 했던 민주노동당, 야당의 본색을 저버리고 여당의 손짓에 우왕좌왕할 동안 만년 여당본색의 한나라당이 야당노릇을 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실 민주노동당은 욕먹을 짓을 했다.

 

그러다가 덜컥 한겨레21일 "민주노동당이 뒤집어진다" 운운 하는 기사를 냈다. "'거대한 소수 전략' 원내진출 1년만에 사실상 파산"이라는 매우 쉑쉬한 타이틀로 무려 8페이지에 달하는 기사를 낸 것이다. 쓴소리 많이 나왔다. 윤종훈 전 정책연구원과의 인터뷰도 있었고 홍세화 당원의 글도 실렸다. 내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아픈 이야기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사들이 뭐 엄청나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미 당 안에서나 밖에서난 줄곧 이야기되어왔던 일들이고 윤종훈 전 정책연구원의 대담 역시 이미 지난 연초에 정책위를 떠날 때 했던 이야기의 재판일 뿐이었다. 홍세화 당원의 글도 마찬가지, 이건 당에서 주관한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도 직접 했던 이야기들이니까.

 

그런데 이 기사가 지금 민주노동당 안을 발칵 뒤집고 있다. 최고위원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정보도 내지는 반론기사를 요청해야한다느니, 윤종훈 전 정책연구원을 고발해야한다느니, 소스를 제공한 당직자를 색출한다느니 별놈의 소리가 다 나왔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의 인터넷 기관지 '판갈이 넷'에서는 김장민이라는 기자가 거의 광기에 가까운 비판기사를 실었다.

 

김장민 기자가 올린 한겨레 비판기사는 사실 기사로서는 빵점이다. 언론기사가 가지고 있어야할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fact 또는 truth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전혀 그런 것도 없다. 침실 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들(Ecstasy, Katharsis)을 동원해가며 거품을 물고 욕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김장민 기자의 용어들과 유사한 용법으로 표현하자면 김장민 기자 혼자 "딸딸이"를 치고 있는 것 뿐이다. 마스터베이션이라는 그럴싸한 용어로 포장해주면 기사에 사용되는 언어처럼 보일라나?

 

최고위원들과 김장민 기자, 지금 헛발질 하고 있는 거다. 한겨레가 색깔이 갈수록 구질구질해지고 있다는 거, 그거 누구나 다 안다. 조선일보가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으로 자부하던 뒤를 이어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을 만든 신문 한겨레. 그 한겨례가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으로부터 월급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그 변색이 뭐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신문사가 그렇다고 해서 그 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기사가 문제가 있으면 기사만 탓하면 될일이다. 왜 진짜 구질구질하게 신문사 재정문제 거론하면서 비아냥 거리나?

 

게다가 이렇게 최고위원들과 매체 기자라는 닭들이 합동 헛발질을 유려하게 펼치고 있는 가운데 당 게시판 난리가 났다. 갑작스레 나타나는 유령아이디들이 한겨레를 씹고 윤종훈을 씹고 홍세화를 씹는다. 왜? 기냥! 지들 맘에 들지 않으니까. 최고위원들의 발언과 김장민 기자의 기사 하나에 때는 이때다, 한겨레와 일전불사 하자 뭐 이런 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쥐랄 옆차기들을 한다....

 

쪽팔린 줄을 알면 기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일이다. 마음이 아프고 뜨끔거린다면 아, 좋은 기사 실어줘서 감사하다, 좀 과장된 표현이 있어 아쉽기는 하나 당의 발전을 위해 언론이 많은 힘을 주는 것 같아서 더없이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이정도 수준의 발언만 하면 딱 그뿐이다. 그런데 이 닭들은 더 쪽팔리기 싫다고 아예 쪽을 갖다 버리는 짓들을 한다.

 

사실 그런 기사 나오는 게 싫었으면 진작에 잘 할 일이다. 지들이 철전지 "원쑤"로 생각하는 한나라당, 연내 국보법 폐지 어쩌구 하면서 올인 짓거리 하다가 그 "원쑤" 같은 한나라당 기사회생 시켜줬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자는 당원들의 빗발같은 요구를 계속 쌩까고 있다가 난리가 나자 어쩔 수 없이 위원회 하나 만들었다. 독도문제 터지니까 독도에 군대보내자고 난리를 치고 학생위원회라는 또라이들은 아예 울릉도에다가 살림까지 차렸었다. 홍준표가 재외동포법 내놓으니까 당의 이념조차도 살펴보지 않은 채 우왕좌왕 했다. 전방 GP 터졌을 때 청와대 들어가서 밥한끼 먹고 오더니 갑자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하다는 둥 국방개혁해야한다는 둥 해임반대에 총력을 하더니 이번에 평택에서 최규엽이 얻어 터지고 오자 경찰청장 해임하라고 나섰다. 경찰개혁은 안하나?

 

이렇게 좌충우돌, 계급정당, 좌파정당의 모습을 상실한 채 헛발질만 시리즈로 계속 하다보니 그런 기사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왜 웃기지도 않는 논리로 반발하는가?

 

민주노동당, 할 말이 있으면 그걸 이빨로 보여줄 생각은 접어야 한다. 민중과의 강고한 연대를 강화해서 몸으로 보여주고, 진정 민중을 위한 제도적 대안을 들이 밀어서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금까지 못했으면 앞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뭐가 두려워서 기사 하나에 이렇게 광분하는가? 그렇게 주먹 불끈 쥐고 게거품 물고 달려들면 달려들 수록 더 웃음거리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러나? 그거 모르고 있다면 진짜 닭이다.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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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02:28 2005/07/18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