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의 허구
category 朱鷄  2017/05/29 15:24

10여 년 전만 해도 연말만 되면 가짜 영수증 만들어서 정산 서류 맞추는 게 전국적인 연례행사였던 적이 있습니다. 맞춰야 할 숫자가 소액인 경우, 또는 옛 규정을 아직도 안 고친 곳에서는 아마 지금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겠지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 뻔한 일들을 모두가 모르는 척하고 그런 일은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그런 세상을 우리는 만들었고 살아냈습니다.

4월 4일에 중대장 명령으로 나무를 베고 다음 날 나무 심으며 기념사진 찍던 군대 생활처럼, 민둥산을 없애야 한다며 온 국민들을 동원해 나무를 심던 그 민둥산들은 고작 한 세대도 채 안 걸려 빌라촌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관념에 과도하게 몰입해서 허구로 돌아가는 그런 사회를 남과 북은 만들었습니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사회들이 한 실수를 보면서도 똑같이 되풀이 했으니 변명은 안 통합니다. 입으로 말하여지는 것만 그럴싸한 사회, 그러다 보니 남는 것은 ‘정신 승리’밖에 없지요.

맹목적이고 반민주적인 폭력조차 ‘양념’이라고 불리는 시대여서인지 양념이 강하면 재료를 의심해야 함에도, 맛있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굽은 것은 펴지게 되어 있듯이, ‘양념’으로 상한 맛을 속이려는 식당은 반드시 손님이 끊기게 되어 있습니다.

 

2017/05/29 15:24 2017/05/29 15:24

제6의 대멸종
category 朱鷄  2017/05/28 18:52

제6의 대멸종(The 6th Extinction)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인간이 멸종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지구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는 데 실패하거나 인공지능과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 진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같은 종끼리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잊어가는 중이기 때문이지요.

 

2017/05/28 18:52 2017/05/28 18:52

경유차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category 朱鷄  2017/05/27 20:11

지난 한 주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주말에도 좋아서 차 몰고 나들이도 많이들 다녀오시는 군요. 그 차들 중 상당수가 경유차인데, 오히려 미세먼지는 더 적어졌습니다. 비가 안 와서 건조하므로 대기 상황이 안 좋을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요. 중국에서 대형 황사나 미세먼지가 발생해서 한반도로 몰려오지 않은 덕분이겠죠.

얼마 전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경유 유류세를 올리고, 나아가 2030년부터 경유차를 전면 제한하겠다는 공약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경유차를 제한한다고 해서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되지는 않습니다. 원인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따라서 경유차에 세금을 더 물리고 궁극적으로 운행을 전면 제한하겠다는 정책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에 따라 경유차 구입한 사람들이 좀 억울할 수 있습니다. 고등어구이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니 고등어값을 올리고 점진적으로 고등어를 안 먹도록 유도하고, 나중에는 잡지도 못하게 하겠다면 이상한 정책이잖아요?

물론 환경 문제로 경유차의 판매 감소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만, 경유차 구입자에게 손해가 덜 가는 쪽으로 정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일괄적으로 경유에 세금을 더 내라고 할 게 아니라, 차량의 노후화에 따라 세금도 달리 매겨야 할 것이고, 특히 노후 경유 차량을 생계에 활용해야 하는 영세민들을 위해서는 가솔린 차량으로 교체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거나 하는 정책도 같이 있어야겠습니다. 이미 그런 제도가 시행 중이라면 다행이고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대안적인 기술 발전을 유도하며, 동시에 미세먼지가 국가재난이라는 인식을 갖고 당사국들과 보다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경유에 세금 올리는 행정편의적 발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산업용 에너지에 보다 납득할 만한 요금을 물리고, 전기차 기술 개발과 보급을 장려해야 설득력 있는 정책이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원자력을 대체할 노력도 더 해야 하고요. 그런 것 없이 맑은 하늘 보고 맑은 공기 마시기 위해 경유차 타지 마라는 식의 정책은 곤란합니다. 가솔린 차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모든 경유차를 가솔린 차로 바꿨는데도 하늘이 맑아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뭐라고 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차량 교체에 따라 발생한 각종 비용과 손해, 부담한 세금을 돌려줄 방법까지 마련해 놓기라도 한 모양이죠?

 

2017/05/27 20:11 2017/05/27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