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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방문기 #2


인디언 거주 지역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인도 이외에 인디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남아공이라고 하더군요. 같은 식민모국을 둔 덕분이랄까.... 그들은 플랜테이션에서 일하기 위해 끌려왔고, 남아공의 민주화 투쟁 동안 역시 "유색인"으로서 함께 투쟁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간디의 비폭력 평화 사상은 남아공의 투쟁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네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세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수학, 문학.. 그리고 lifeskill... 도대체 이건 뭐냐 물었더니만... 자기 몸의 소중함, 영양, 에이즈, 다른 인종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평등과 민주주의... 이런 걸 배우는 과목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은 고개를 숙여서 동양식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바로 이런 걸 배우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저는 이런 걸 배운 적도, 학교에서 가르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운영은 물론 각종 지원금 유치나 결연을 통해 어린이들의 생활 문제를 해결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나라 경제는 어렵지만 기본 교육 12년은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새삼... 중요한 것은 가치.... 비록 남아공이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과거의 불행한 유산으로 인해 커다란 교통을 겪고 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인간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아공의 주요 종족은 줄루 족입니다. 11개의 언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을 만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줄루 킹덤이 가장 강하고 아직도 국가 중대사는 정부 관계자가 국왕이나 족장들과  협의를 하고 자문을 구한다고 하더군요. 사진은 이들의 전통 청혼 의식입니다. 일부다처제 사회인데, 경제력이 되는 한 부인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소 열 마리 이상을 주고 신부를 데려온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일종의 민속촌 같은 곳이었는데 단지 보여주기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 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 엄마는 남자친구가 돈이 없어서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줄루족 마을 바로 옆에 악어와 뱀 농장이 있었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가까이서 악어를 본 적은 첨.... 손만 뻗으면 만질 수도 있었는데, 엄청 무섭더만요 -_- 안내원 총각(?)이 어찌 해박한지 악어의 종류, 습성, 그리고 뱀의 경우 cytotoxic, neurotoxic toxin에 이르기까지 정말 재밌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악어가 90살이 넘어서까지도 몸이 계속 자란다는 거 모르셨죠? 부화 온도에 따라 성별이 달라진다는... 퀴즈 프로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

지역 공공병원의 소아과 대기실 풍경입니다. 이곳의 의료 체계는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민간의료보험제도에 의해 많은 부분이 이루어지고... 6세 미만의 어린이, 임산부, 실업자, 장애인, 노인 등은 조세에 의한 완전 무상의료 혜택을 받고 있었습니다. 좀 부끄럽더군요. 도덕적 해이니, 재정 파탄이니.... 교육 사례에서 보았듯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보호해야 할 핵심인지 잘 알고 있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기관은 낡기는 했지만 상당히 큰 규모에 괜찮은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보수를 했다더군요. 부유층이 모여있는 주택가에는 민간 클리닉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의대는 엄청 인기가 있다고 하네요. 문제는 고급인력들이 자꾸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고, 농촌 지역일수록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더번 시 ANC 지부 사무실을 방문했었습니다. 이전 혁명 동지들의 기념 사진과 선거 포스터가 어지럽게 붙어있었습니다. 현재 움베키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이전 만델라만큼은 못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만큼 민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물론 코사투와 SACP(남아공 공산당)의 연합 전술 덕분이었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말 노력하고 있구나... 그리고 가치와 철학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 사무치는 평등과 연대의 정신, 그리고 놀라운 민중들의 평화 존중... 이 모든 것에서 남아공의 밝은 미래를 보았습니다. HIV 유병률 22%, 실업률 40%라는 이 사회가 세계화,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힘을 잃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더욱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유인물 한 장.. 열추적 미사일에 발각될 수 있으니 작전 지역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피델 카스트로의 메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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