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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삶과 투쟁 그리고 죽음의 기록일수도..

  • 등록일
    2006/06/15 09:03
  • 수정일
    2006/06/15 09:03

지난 주 먼곳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몇권을 책을 읽게 되었다.

심지어 책이 모자라 같이 갔던 선배의 책을 빼앗아 읽게되었는데, 우연찮은 일이었지만 간만에 좋은 책을 읽게되었다. 『날개달린 물고기』란 제목의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 고(故) 이용석 열사 평전이다. - 작가 이인휘

 

1.

고((故) 이용석 열사를 2003년 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차별 철폐를 외치며 분신하신 분이라는 단편적인 기억만을 가진 나같은 비현장 활동가에게,

『날개달린 물고기』는 섬 출신 촌놈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했던 고인의 삶과 투쟁 그리고 희생을, 그리고 동시에 비정규직이라는 동시대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고인의 갑작스러운 희생으로 가열되었던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투쟁과 아쉬운 결말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비정규직 투쟁은 단지 적들의 비열함만이 아닌 나약한 우리 자신 - 사람들은 흔히들 인지상정이라고도 하는 그런것 - 과도 온몸으로 갈등해야만 하는 고난함이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물론 작가의 욕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들쑥날쑥한 문체가 좀 아쉬운 구석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아주 잘 읽혀지는 책이다. 덤으로 낯익은 이름이 쏠쏠히 나오는 재미도 있다. 

 

2.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은, 작가가 고인을 기억해내기 위해 인용한 글중에 상당수가 근로복지공단노동조합 비정규직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고인이 남긴 글이라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동조합 홈페이지(http://together.nodong.net) 는 2003년(정확한지는 잘~) 노조가 결성되면서 진보넷 웹호스팅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고인이 분신하시던 그 순간에 조차도 내가 관리해야 하는 많은 사이트중에 하나이고, 때론 귀찮은 문의가 오면 대략 불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던 홈페이지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누군가에게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이름 자체로 스팸이나 욕설 아니면 사측이 농간이 난무하는 그저그런 곳이었겠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낯선 누군가에게는 삶과 투쟁 그리고 죽음의 기록이었던 것이다.

 

3.

며칠전, 작년 5월 억울하게 죽은 동아리 후배의 추모문집이 내게 배달되었다. 지난 5월 내 우울증의 원인이기도 했던 그 아이는, 한권의 조그마한 책으로 계속 기억될 것이다.

그 아이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결국 고통스러운 병마를 싸워이겼다. 때문에 그 아이는 자신이 삶과 단절되어 버린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죽을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책은, 그 아이가 그린 그림과 우리와 장난스럽게 써내려간 글들은, 사랑과 죽음 그리고 병마와의 기나긴 투쟁의 기록이다.

 

4.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칭칭감아 소중한 사람들을 어이없이 삶의 바깥으로 던져버린 이 놈의 '세상'.

외로움에 뼈져리거나 혹은 '세상이 왜 이렇게 개같애, 에이씨 다 뒤집어' 이렇게는 결국 되지 않고,

죽음의 향연에는 언제나 그렇듯 낯선 이들이 내손을 잡고 울고, 내 의지가 아닌 그 낯섬에 주저주저하고, 그리곤 누군가가 또 빈자리를 채우고, 그래서 또 미치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피곤한 일이다.

 

5.

한동안, 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주위사람들이 내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것처럼 느껴진다.

소통이 막힌 것에서 오는 우울함, 처연함 그런것이 나를 휘감았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작지만 성실한 외침들이 대부분의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소음이겠지만, 또 이곳에서 살아가는 그 작은 누군가에겐 삶과 투쟁의 치열한 기록이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여전히 게시판 관련 전화나 문의는 귀찮고 피곤한 일이다~~~

마음과 몸은 늘 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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