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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미는 손의 내음

  • 등록일
    2007/07/29 23:03
  • 수정일
    2007/07/29 23:03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다라고 규정하는 짓은 멍청하고 독선적인 언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단히 계몽적이고 해석적인 사람임을 부정하긴 쉽지않다.

이런 사람일수록 상대하기 힘든데.. 항상 언더라인이 있고,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것에는 미련할정도로 집착하는 반면, 그 외의 삶의 구석진 곳들은 다 타인들에게 의지한다.

즉 적극적 의지가 결핍되어 있는 부류이다.

그래서 스스로 각성하지 못했던 욕망이나 삶의 맛과 향기를 배려받을때야말로 호불호가 명쾌해진다.

 

고등학교때, 운동하는걸 무척 좋아했는데 딱히 잘하는게 아니어서 나서는걸 잘 못했는데.

항상 나를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축구, 농구, 탁구를 같이 해주던 친구들이 있다.

다른 넘들은 솔직히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놈들은 아직까지도 가끔씩 '씨뱅이 이건 먼저 전화하는 법이없어~ ', '뭐하냐. 내일 놀러가자' 라고 전화질이다.

^^ 그래서 다음주말에 놀러가기로 했다.

대학때도 운동이고 뭐시고 그런 야부리보다는, 나에게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법을 가르쳐준 선후배들이 가장 소중한 기억들이다. 지금 내 영혼의 지평이 되어준 사람들이랄까..

 

그때나 저때나 이 지긋지긋한 고질적인 병이 있는데,

어릴때부터 입맛이 짧아서 비린것 잘 못먹고, 달달하고 향긋한 냄새를 좋아한다.

하는 짓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입만 비싸다 보니, 어떤걸 찾아먹어야 할지 잘 모르고 차라리 불만족스럽게 사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좋은 냄새와 좋은 향, 그리고 좋은 맛이 채워졌을때 어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신안에 있는 모순들의 충돌로 괴로워하고 자학하고 있을때,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 바깥에서 누군가 새로운 생각, 새로운 눈, 새로운 맛, 새로운 향기를 채워주기를 갈구하고

그런 것에 사소하게 감동하고, 삶의 위대함을 경배하게 된다.

 

이 엄혹한 시절에 향긋한 커피 한잔을 건내는 미소와 내음 하나에 지난 일주일이 눈녹듯이 사라짐을 느끼며.



간격과 거리의 미학.

지난 과거에 대한 무책임한 반복일 뿐이야.

 

그렇지만 잠깐의 행복은 상관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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