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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개악안이 아니라 권리보장입법이 필요하다.

정부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비정규 교섭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초순만 하더라도 법안 처리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하면서 “노사 대화를 보고 나서 (법안처리 여부 등) 모든 것을 결정할 것” (이목희 제 5 정조위원장) 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미 지난 6 월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으로 인해 '이 정권 내 비정규직 입법이 불가능하다' 며 좌절감을 드러낸 이목희로서는 법안 통과여부에 확신을 가질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회적 합의에 너무 치중한다고 비판받아온 민주노총 지도부 총사퇴 이후 등장한 비상대책 위원회가 지난 10 일 부터 노사실무협상에 들어가고 6 개월만에 교섭이 시작되면서 다시금 ‘법안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목희는 "노사간 단일안이 안 나오더라도 이달 말까지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그 결과를 존중해서 입법에 반영하겠다" 라고 말하면서 비정규직법을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20 일에는 내년에 로드맵과 특수고용직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법안 처리 일정까지 제시하는데 이르렀다.


열우당이 지금 보이고 있는 태도는 지난 4 월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리당은 4월과 6월 교섭에서 합의가 힘들어지자 “합의된 부분까지는 처리하고 나머지는 국회가 판단해 처리하겠다” 고 나섰다가 의회 밖에서 노동자, 민중의 거센 저항에 마주친데다 민주노동당이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강하게 반발하자 법안 처리가 무산됐던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개악법을 비판하며 기간제 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파견업무 제한 등을 제시한 비정규 노동법 개정 권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장관 김대환이 직접 나서서 '무식하면 용감하다', '단세포', '돌부리'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통과를 강행시키려고 한 적 이있다.


틈만나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언급하며 '대기업 노조' 를 공격해온 노무현 정권이지만 정부가 책임지고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 '효율성' 과 '경영악화' 를 핑계삼아 비정규직 노동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며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겨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린우리당 당사를 점거하고 농성투쟁을 진행했을때 당시 열우당 이부영 의장은 '법안에 문제점이 많더라, 의견을 수렴해서 수정하겠다' 고 약속했지만 농성투쟁을 풀고 얼마 있지도 않아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으며, 파견 업종은 확대돼야 하고 결국에는 전면 허용돼야 한다' 며 말을 바꾼바 있다. 곧 이어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은 11월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바로 이런종류의 사기극이 노무현 정권이 민중들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일관된 수법이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은 국가기관조차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인정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정부 법안은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를 괴롭히는 파견제를 현재 26개 업종에만 허용되는 것에서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으로까지 무제한 허용하려 하고 있으며 기간제의 사용 기간을 3년으로 늘려 그 기간 안에서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3년 뒤에는 정규직화할 거라고 말하지만 기간 만료 전에 해고하면 그만이고, 3년 뒤에 정규직화하지 않아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법안에 명시된 차별시정기구도 전혀 실효적이지 않다. 계약 때문에 기업주의 눈치를 보는 비정규직이 어떻게 감히 차별 시정을 신청할 것이며, 설사 차별 시정을 신청해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비용을 대기도 어렵다. 대법원 판결이 날 쯤에는 이미 계약이 해지된 상태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문대 보좌관은 "[이 법에 따르면] 합리적 사용자라면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 정규직 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것" 이라고 지적한바 있다.실제 경총이 121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퍼센트의 기업이 이 법이 시행되면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해고하거나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정규직은 한 명도 없고, 월급 1백10만 원을 받는 11개 파견업체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 8백50명이 12시간 맞교대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충남 서산의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의 모습이 이 법이 만들려는 미래이다.


노무현 정권의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 은 이와 같이 전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 할수 없으며 오히려 나락으로 밀어넣게 만들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진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는 법안은 이미 지난해 말에 민주노동당 단병호의원이 입법발의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 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 은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에는 비정규직 고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일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그런 경우도 1년 이상 기간제 고용을 사용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은 무권리의 노예노동이라는 점에서 파견제를 폐지한다. 불법파견 근절에만 머무르지 않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하고 불법적 간접고용으로 일한 시점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3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정 자본에 편입되어 노동하고 보수를 받는 노동자들을 모두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필요성이 있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보장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가 적용받고 있는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퍼센트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등 많은 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비정규직 보호법안 5대 쟁점 (클릭) , 비정규직 10문 10답 (클릭) 을 참고해 주세요 ^^; )


민주노총은 기만적인 '비정규직 보호법안' 이 아니라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 쟁취를 위해서 국회 비정규 법안 교섭 결렬시 12월1일 총파업투쟁에 돌입할것을 밝히고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위한 여의도 국회앞 천막농성을 30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며, 23일 15개 지역의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매일 오후 2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노총도 20 일 대학로에서 4 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비정규 보호입법 쟁취·노사관계 로드맵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지고 이것이 쟁취되지 않을경우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70% 이상의 노동자들이 저임금(120만 원 이하) 계층에 해당되고 그 평균임금이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수준 밖에 미치지 못하는, 4대 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20퍼센트 수준인데다 퇴직금,상여금,시간외수당 적용률은 10퍼센트이하인, 400만 신용불량자 중 70 퍼센트의 인원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필요한것은 '노동귀족' 더러 양보하라는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보호입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 이 될 수 밖에 없다. 기만적인 '비정규직 보호법안' 이 아니라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안' 을 통과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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