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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여기저기 타고 넘다가, 한 블로그의 글에서 잠시 멈췄다. 글의 내용보다는 덧글들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 블로그에 놀러온 한 남성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여성 흡연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내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뭐 그리 흙탕물 튀기며 싸우는 논쟁이 된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남성의 논쟁에 참여하는 태도였다.
(그를 M이라고 지칭할께요.) M을 제외한 사람들은 M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었고, M이 이야기한 근거들을 중심으로 어떤 점에서 그 입장에 대해 반대하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달았는데, 그에 대한 M의 덧글은 한결같이, '아무리 당신이 말하는 입장이 옳다고 해도,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렇게 생각해주지도 않을겁니다'라는 요지의 내용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거 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는 만능 답변인양 똑같은 요지의 덧글이 되풀이해서 달리는 걸 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일거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일은 종종 벌어지고 있었던것 같다. 합리적, 논리적, 진보적인 '척', 여성에 대해 모든 것들을 이해해준다 하면서도 "담배불 좀 빌리자"는 말에 '임산부의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경고 문구를 들이대며 촉촉한 눈빛으로(-_-;;;;;) "네 건강을 위해서 그러는거야"라는 낮게 깔린 목소리를 몇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사람들이 M과 같은 마음일거다. '이해는 해 주고 싶지만, 다른 녀석들은 나처럼 맘이 넓지 않아..' 얼마나 마음이 넓으신지, 타인이 넓은 맘을 가지지 못한 것 까지도 알려주며 나를 배려해주려 한다. 한마디로 역/겹/다.
M에 대한 덧글 중 한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나는 당신 M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자꾸 다른 '남성들'이야기를 꺼내는가? 다른 남성들이 바뀌기를 원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당신 M이 다르게 생각했으면 하기 때문에 논쟁을 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덧글이었다.
어릴때 친구들 끼리 싸우다가 뭔가 내가 옳다고 주장하고 싶을때는 '누구도 그랬고, 누구도 그랬고....선생님도 그랬어!'라며 우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딱 그때 그 시절의 상황을 다시 보는 기분이랄까..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의 입장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나'가 아닌 '우리'를 들먹이며 우기기 신공을 쓰는 사람들이 참 안타깝다. 나도 완전히 예외라 볼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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