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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서 '은회색나무' 님이 쓰신 '당의 위기가 의회주의 때문이라는 거짓말' ( 원문보기 ) 에 대한 답글입니다. 답글로 달긴 했지만 의회주의 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으므로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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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해할수 없는 부분부터 지적하고 싶습니다. 은회색나무 님은 "당 건설의 역사를 비판적지지와의 싸움이었으며, '원외중심','대중투쟁' 중심론과의 투쟁의 역사로 이해" 하고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비판적 지지와의 싸움이었다는 부분은 저도 의의가 없습니다만, '원외중심 대중투쟁 중심론과의 투쟁' 이라고 하신 부분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당 건설의 목표가 오로지 국회입성, 의회내 활동에 국한된 것입니까? 물론 의회주의를 지지하는 동지들은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당 내에 존재하는 여러 의견들 중 하나일 뿐이지 '당 건설의 목표' 가 될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대의원대회 등에서 승리한 사람은 '조합조직 지도부이고 투쟁단체 활동가들' 이며, 패배한 사람은 '사회(민주)주의가 좋아서 입당한 평당원들이고, 당 밖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대중들' 이라고 말하며 활동가와 일반 평당원,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립시켜 놓고는 이들 평당원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마치 의회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자신의 입장과 같은 것인양 말하는 부분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지는 의회주의 비판에 대해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습니다. 의회주의 비판은 국회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거나, '정치투쟁' 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의회주의에 비판적인 동지들은 지난 총선, 보궐선거때 선거운동을 하는 대신 '우리가 부르조아들의 국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고 선전했어야 할 것입니다만, 오히려 그 동지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며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에 임했습니다. 의회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있는것은 의원들은 입법기관에서 전문가의 역활을 수행하는것과 동시에 제도권 안에서 투쟁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내는 마이크의 역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회내에서의 활동이 한계가 많다는 주장들은 우리 국회의원들도 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단병호 의원은 ( 최근에 비정규직 권리보장법안에 대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긴 했지만 ) 그 동안 꾸준하게 열린우리당의 '비정규직 보호법안' 을 저지하는 힘은 의회내에 있지 않으며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의 힘에 달려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아마 미래에도 적들은 우리의 능숙한 '타협의 기술' 에 감화받고 토론에서 설득당했기 때문에 민중의 이해를 위해 양보하는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직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자신들이 받을 타격이 현실로 닥쳐올때만 그렇게 움직일 것이며, 따라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것은 저들에게 양보를 강제할수 있을 만큼 피지배 민중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저지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리입법을 쟁취하는 문제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강력하게 투쟁할 필요가 있으며, 당은 그러한 투쟁을 조직하는데 주력하고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동지는 집값파동,삼성X-file,조승수 의원직 박탈,지방의회 선거구 획정 등 사회 정치적 의제에 당이 전력을 기울이고 당원들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며, 민주노동당이 보다 강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 의제를 둘러싼 투쟁역시 국회 안에서의 한정된 '정치투쟁' 으로 승리를 보장할수 없습니다. 저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제를 둘러싼 민중운동을 진지하고 의욕적으로 조직하여 국회의원 몇몇의 '위로부터의 정치투쟁' 대신 아래로부터의 정치투쟁을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적들을 견딜수 없을 정도로 압박할때 비로소 정치 사회적 의제들도 우리의 뜻대로 이룰수 있을 것입니다.
몇몇 농민들이 돌아가시고 나서 얻어낸게 무엇이냐고 동지는 물었습니다. 물론 경찰청장 해임과 대책기구 설립 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잘것 없다고 해도 그 역시 두분이 돌아가시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면서 싸웠던 투쟁이 얻어낸 성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만약 거대한 거리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의회활동에 치중했을때 우리가 얻어낼수 있는것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치열하게 싸워서 압력을 넣어도 꼼짝도 안하는 정부가 별다른 지지행동도 없는 소수정당의 소수의원들 눈치를 보겠습니까? "농업보호정책의 필요성, 도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방법들,논리들" 을 고민하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정책들을 실현시킬수 있는 힘이 먼저 필요한거 아닐까요?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정책이 허접해서 한나라당 과 열우당이 반대하고 있는 겁니까? 새로이 제출한 수정안을 포함해서 우리가 제시한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안이 법안으로서는 너무나 허접해서 열우당이 쳐다도 보려고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동지는 "조직된 대중을 민주노동당 지지로 이끌고, 원칙에 비타협적이었다는 명분을 살리면 충분합니까? 차라리, 원내에서 예산안을 볼모로 인권위 수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했어야 옳았지 않았나, 말이라도 꺼냈어야 하는거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2월 20일 민주노동당 주최 ‘비정규 주체 간담회’ 에 참가한 학습지 노동자는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쌀 비준안 강행처리를 저지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퇴한 수정안을 보고 무척 실망했다' 고 말했습니다.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구권서 의장은 '민주노동당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정부 여당을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그 전에 있었던 토론회에서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오민규 집행위원장은 “수정안은 저들에게 법적·이데올로기적 빌미를 제공했다” 고 지적했습니다. 동지의 말대로 '인권위 수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했었' 다면, 그를 위해서 열린우리당의 바지끄뎅이를 잡고 매달렸다면 도대체 무슨 얼굴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할수 있겠습니까? 그분들에게 민주노동당이 희망적인 대안 정치세력으로 각인될수 있겠습니까?
동지가 지적한 여러가지 당의 위기에 대한 원인들 - 무능함, 활동가들의 명확하지 못한 입장, 당 지도부의 권위주의, 비밀주의, 정파구도 등 - 에 대해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그러나 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고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함으로 인해서 스스로 지지율의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에서 열린우리당과 공조하는 스탠스를 취했다가 뒤통수 맞았듯이 의회내에서 지배계급들과의 공조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보려고 하는 모습들이 실제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자꾸 후퇴만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 주었던 희망들을 거두어 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습들은 동지가 지적했던 "구체적 사안에 대한 대처방법의 문제, 혹은 정치적 처신의 제약성, 당력의 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대중투쟁이 아닌 의회내에서의 타협을 중시하려고 하는 경향이 근본적인 문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고, 때문에 사안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힘없이 밀려나가는 모습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무능' 하게 보여지고 있다면 바로 이와 같은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을수 있을 것입니다.
의회주의 노선은 겸직 금지 조항의 삭제 등의 부가적인 조치들을 수반하면서 정치활동을 국회의원들에게 집중시키게 될 것입니다. 민중운동의 힘이 기반이 된 정치활동이 아닌 의회 내부 활동을 근본으로 삼는 정치활동은 그 실효성에서도 의심스럽지만 무엇보다도 억압받고 있는 민중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기보다 쟁점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며 국회활동에 이목을 집중하도록 만들것이고 이는 일반 당원들로 하여금 보다 수동적인 참여자로 남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그리고 전체 운동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수 국회의원이 지배계급과의 공조여부를 중점으로 두는 위로부터의 운동 이 아니라 여전히 노동자 민중의 힘을 기반으로 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추구하는 보다 좌파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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