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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에 대해 - 무엇으로 현실을 바꿀것인가?

* 당직 선거중 정책위의장 선거와 관련하여 중앙당 게시판 에서 윤영상 후보의 '정규직노동자 양보론' 에 대한 토론이 진행중입니다. 이에 관련해서 허접하나마 끄적거려둔 글이지만, 반드시 선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됨으로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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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은 웹 에이젼시 업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마포지역위원회 당원으로 정책위의장으로 김인식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먼저 밝힙니다.

 

자신이 윤영상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그의 정견에 동의한다면 김인식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과의 토론에 성실하게 임하면 그만입니다. 자신 스스로가 진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면, '윤영상 후보의 정규직 양보 개념은 문제가 있다' 고 주장하는 당원들의 주장을 꼼꼼히 읽어보고 차분하게 그에 반대되는 주장을 펼친다면 아무런 문제 될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범적인 토론의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윤영상 후보를 지지하시는 당원 동지들중 많은 분들이 성실하게 토론에 임하고 계십니다만, 게시판에서 오래 활동하시던 일부 당원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것 같습니다. 단순히 상대방 후보 진영에 대해 '너희 정파는 원래 비현실적' 이라는 말로 도배만 하면 문제가 해결 되나요?


비록 윤영상 후보가 '정규직노동자 양보' 라는 말을 노무현 정권의 그것과 같은 의도에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지들의 말 처럼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고민해보지 않을수 없습니다. 윤영상 후보의 주장을 현실로 연결시켜 본다면 결과적으로 자본에게 더 강력한 타격을 주고 그들로부터 더 많은 '양보' 를 쟁취하는것이 아니라 노동계급 내에서의 임금 재분배 정도의 결과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현실' 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이 존재하는 것입니까?


현실적으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통제하고 민주노조 활동을 옭죄고 가로막고 있는" 모습들이 존재하는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순을 해결하는데 있어 '양보' 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규직 노동조합 지도부가 그러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해당 지도부에 대해서 비판하고 노동조합의 원칙과 방향을 올바로 세울수 있도록 현장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 문제이지, 전체 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물어 '양보' 하라고 요구하는것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말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위와 같은 퇴행적인 모습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연대를 저해하고, 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에만 매몰되도록 조장하는 투쟁회피적 지도부에 대해서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고, 조합원들을 교육하거나 연대투쟁에 머뭇거리는 지도부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통해서 일반 조합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도부가 행하고 있는 배신적 행위에 대해서 반대할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할때 "비정규직 노조를 통제하고 민주노조 활동을 옭죄고 가로막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행태가 바로잡아 질 수 있겠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주장한다면 그 지도부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감하고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사회임금제와 같이 제도적으로 규정할수는 없습니다.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양보' 하듯이, 그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를 마치 노/사 의 관계와도 같이 나누어 분열시킴으로서 윤영상 후보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 노동계급의 단결을 저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영상 후보를 지지하는 동지들은 '노동계급의 연대투쟁' 이라는 단어에 비관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진정으로 윤영상 후보가 주장하듯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를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연대를 건설하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진지하고 흔들림없이 연대투쟁을 진행 ( 금호타이어 공장의 모범적인 사례에서 보이듯이 ) 하는 가운데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고 시혜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연대의식의 발로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양보' 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가, 그렇지 않은 방법인가 하는 부분은 단순하게 투쟁에 중심을 두느냐 그렇지 않고 의회협상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것으로 구분지어질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 스스로의 상황이 보다 나아지길 바라면서, 그것을 위해서  정규직 노동조합, 그리고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연대해서 싸울수 있도록 당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하는, 비정규직 권리보장법안의 후퇴는 지배계급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더욱 옥죄게 만들수 있는 법적.이데올로기적 빌미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김인식 후보의 주장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만을 주장하고 있는 윤영상 후보의 주장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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