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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비정규 개악안은 파견제를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까지 무제한 허용하고 파견제와 기간제의 사용 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고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 아닌 불가피한 고용 형태”(비정규 대책과장 장화익)라며 비정규직의 확대 강화를 정당화했다.
민주노동당 강문대 보좌관은 “[이 법에 따르면] 합리적 사용자라면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 정규직 노동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은 “자연 감소된 정규직만 비정규직으로 돌리더라도 10∼15년 뒤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경총이 121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퍼센트의 기업이 이 법이 시행되면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해고하거나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교체하겠다고 답했다.
90퍼센트의 기업은 파견 노동자를 3년 간 사용하고 3개월 휴지기 동안 임시직 등으로 대체한 다음, 다시 파견제 노동자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업은 11.6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총은 중소기업에서만 21만 7천 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규직은 한 명도 없고, 월급 1백∼1백10만 원을 받는 11개 파견업체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 8백50명이 12시간 맞교대로 자동차를 조립하는 충남 서산의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의 모습이 이 법이 만들려는 미래이다.
‘노동귀족’론의 본질이 드러나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된 후 틈만 나면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비난했다.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노동운동이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비정규직 문제에서 과연 그러하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의 말처럼 노무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있을 수 없는 못된 짓을 한” 것이다.(<참소리> 9월 21일자)
이번 법안으로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대공장 정규직 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했을 뿐, 실제 비정규직 문제로 들어가면 철저히 자본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을 따름”(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이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노무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권력에는 쓴맛도, 신맛도, 떫은맛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노무현에게 이간질당해 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노무현에게 쓴맛을 보여 줘야 한다.
누가 전선을 흔드는가
노무현의 비정규 개악안에 맞서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한 9월 21일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 등 6대 개혁 과제에 대해 열우당과의 공조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노무현의 당과 ‘함께’ 싸우겠다고 한 셈이다.
이 같은 모순은 노무현에 맞선 투쟁 전선을 흐릴 수 있다.
열우당 당원 이광재는 ‘수구 세력에 맞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게 “역사적 단일 전선”이라며 “전선을 흔들지 말아달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우당 점거 농성을 비판했다.(<서프라이즈> 9월 17일자)
그러나 지금 전선을 흔드는 것은 파병과 노동자 공격에서는 우리의 적인 노무현이, 국가보안법과 과거사 청산에서는 우리의 동맹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이 말했 듯이 노무현의 ‘국가보안법 폐지’는 “음식점 간판만 바꾸고 불법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위장 폐지’일 뿐이다.
과거사 청산에서도 열우당은 과거사 규명 법안의 조사 범위 및 조사 기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는 등 거듭 우파에게 타협하며 후퇴하고 있다.
이런 사안에서도 노무현과의 공조는 진정한 개혁을 얻는 길이 아니라 잃는 길이 될 뿐이다.
파병 연장, 비정규 개악, 국가보안법 ‘위장 폐지’, 과거 청산 시늉의 주범인 노무현에 맞선 전면적 투쟁이라는 범노동계급의 역사적 단일 전선을 흔들어선 안 된다.
기대되는 총력 파업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반기에 ‘사회적 합의’에 미련을 가지고 노무현에 맞선 투쟁을 머뭇거렸다. 노무현은 “[대기업 노조가] 이제 한 발씩 좀 스스로들 절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시사매거진2580>)라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가자 노무현 정부는 더 참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냈다.
노사정위 논의와 심지어 공익위원안까지 무시하고 비정규 개악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열우당 점거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열우당 의장 이부영은 면담을 거부했고, 총리 이해찬은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예사로 [한다.]”며 “엄정 대응해 국가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협박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나서야 이부영은 “노동부 안이 문제점이 많더라”며 말을 바꿨다. 따라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현재 상황에서 … 사회적 합의주의는 불가능할 뿐더러 아예 성립할 수도 없다”고 한 것은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탈퇴를 말하며 민주노총과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현 상황에서 [노동계에] 구걸하듯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전히 강경하다.
이수호 집행부는 지난 민주노총 선거 때 “면피용 총파업”, “선언에 그치는 총파업”, “양치기 소년”이 문제라고 말했었다. 지금이야말로 행동으로 조직되는 ‘총파업’이 필요한 때이다.
<조선일보> 문갑식은 “지금 연출되는 그림은 김영삼 정부 말기 노동법 개정 파동 이후 양 노총이 결집한 것과 유사한데, 당시 정부도 결단의 시기를 놓치고 미적거리다 결국 노동계에 모든 것을 양보하는 KO패를 당한 적이 있다.”고 두려워했다. 이 두려움은 현실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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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 박대규 의장직무대행 인터뷰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는 기회다”
박대규 의장은 지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단장으로서 열우당 점거 농성을 이끌었다. 이번 농성은 비정규 개악안을 폭로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총파업과 공동투쟁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Q 이번 법안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으니 아예 합법화하자는 것이다. 도둑질을 너무 많이 하니까 도둑질을 합법화하자는 것과 같다. 사실 비정규직은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이번 법은 정규직을 코피 터지게 하는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간이 바뀔 것이다. 정규직 근간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중심으로 정규직이 일부 채워지는 식이 될 것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가 다 비정규직이 될 것이다.
Q열우당 의장 이부영이 법안의 문제점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열우당은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을 수 있다. 정치인들이 밥먹듯이 하는 게 거짓말 아닌가. 노동계가 싸울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그 다음 날 바로 뒤집을 것이다. 결국 그걸 결정하는 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힘이다.
Q노무현이 그 동안 펴 온 ‘노동귀족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에 점거하면서 이부영, 이목희 등을 만나 대선 공약을 지키라고 했더니 공약이 뭐였는지도 모르더라. 공약집을 보여 주니까 말을 못했다. 정반대의 내용을 법안으로 낸 거다. 이번 일로 비정규직을 들먹이던 노무현 정부의 허위와 거짓말이 완전히 증명된 것이다.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과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이 피해를 본다는 건 아무리 경제 성장을 해도 사용자 몫과 노동자 몫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노동자들끼리 나누고 사용자 몫은 그대로 갖겠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덜 가지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자본의 기득권 유지 논리일 뿐이다.
Q이번 법안은 노사정위 논의조차 무시한 것인데…
이미 1998년에 노사정위 들어가서 깨지고 나오지 않았나. 들어가면 또 당했을 것이다.
사회적 교섭에 반대했던 쪽이 올바른 판단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 노사정위 논의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정부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드러난다.
이제라도 올바르게 판단해 총파업 결의가 나왔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한테 고맙다. [우스개 소리로] 김대환에게 표창 주자는 말도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기회는 왔지만 정규직들이 정신 못 차리면 꽝이다.
Q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민주노총의 중심인 정규직 조합원들은 앞으로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받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과 자본이 싸워야지 3자 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분열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번에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만들어졌다.
이게 통과되면 나중에 발버둥쳐도 안 된다.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노동부가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을 인식하고 비정규직과 연대하는 건 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다.
무기한 총파업을 해야 한다. 4시간 파업, 하루 파업은 의미 없다. 저들도 그 정도 손해는 계산하고 감수한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은 계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을 조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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