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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 교고쿠 나즈히코 항설백물어

짐승은 원래 놀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논다고 해서 나이트 클럽이나 헌팅이나 그런걸 하는것은 아니고 -_-; 주로 영화, 혹은 만화나 소설책 따위를 뒤적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아니면 프라모델 따위를 주물럭 거리고 있는걸 좋아한다. 말하자면 '혼자놀기' 에 능숙한 타입이다. -,-;

 

어쨌거나 이놈의 놀기를 좋아하는 버릇때문에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게임을 하고 있거나 봐야할 신문, 책 대신에 소설이나 만화를 보고있는 모습이 꽤 자주 발견된다. 그런 모습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사냥' 해 버리는것이 사회나 개인에게나 여러모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 거기, 진담으로 받으면 곤란하다구 -_- )

 

아무튼 그런고로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인데, 주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적은 그 '어둠의 루트' 를 애용한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어떤 취향을 좋아하냐면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 기왕이면 좀 심각한 ( 혹은 심각해 보이는 ) 스토리들을 좋아한다. 반면에 선과 악이 나뉘는 작품이나 ( 건담 seed 를 싫어하는 이유중 하나 )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착하고 이쁜짓 하는 애니들은 끔찍히 싫어한다. -,-;

 

작년에는 '키노의 여행' 이 날 즐겁게 해주었고, 작년에 출시된건 아니지만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도 좋았다. 게다가 새롭게 발견한 '레인' 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다. 그런것들을 보며 흐뭇하게 지낸 작년에비해 올해는 이렇다하게 건질만한게 그다지 눈에 띄이지 않아 따분해 하던차에, 드디어 멋진 녀석이 내 레이더에 감지되었으니 바로 요놈이다.

 

교고쿠 나즈히코 '항설백물어'

 

  

괴담을 모아 출판하려는 주인공 '모모스케' 가  좌측 하단의 부적술사 '마타이치' 를 중심으로, 그 옆의 인형술사 '오긴' 그 위쪽에 있는 변신의 대가 '나카미미' 이렇게 3 인조로 이루어진 퇴마 (?) 집단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항설백물어 의 중심 스토리를 이루고 있다.

 

우선 작화가 독특하다. 특히 색상은, 마치 수묵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정도로 명암의 효과가 뚜렷해서 전반적으로 대략 암울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거기에 가끔씩 보이는 3D 타입의 거리들과, 무엇보다도 각 회마다 중심적인 인물을 제외하고 나오는 이른바 엑스트라들은 정말 인간같지 않게 대충 대충 그려져있다는것 또한 특이점이다.

 

보통 엑스트라는 이런식으로 그려진다.

 

항설백물어의 캐릭터성도 독특한데, 주인공 모모스케는 전형적인 '나약한 지식인' 그 자체다. 그는 이것저것 잡다하게 아는것은 많지만 혼자서는 무엇하나 해결할수 없으며 우유부단하고 심약한 성격이라 심지어 마타이치들과 함께할때조차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기가 일수다. ( 4화 던가 에서 나온 귀마鬼馬 하야테에 관한 이야기는 예외지만 ) 애니사상 가장 주인공 답지않은 주인공이라 할수 있으며, 능력으로만 따져본다면 마타이치가 주인공에 어울린다 할것이다.

 

그러나 마타이치역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잔인하다 할만큼 인정사정이 없고 자신이 없애버리고자 하는 목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없애버리기 때문에 역시 주인공으로서는 실격이라 할수있다. ( 그런면에서는 역시 모모스케가 전통적인 주연에 걸맞는다 ) 게다가 마타이치는, ( 마타이치와 같이 다니는 오긴이나 나카미미도 마찬가지지만 ) 그 자체가 요괴아니면 귀신으로 보인다. -,-;

 

중심 스토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에 대한 독설' 쯤 될것이다. 그들은 명색이 퇴마 집단이지만, 그들이 퇴치하는건 요괴나 악귀가 아니라 요괴만큼이나 더러운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인간군상들이다. 마타이치는 언제나 '악령 이 아래 멸하라' 하며 부적을 던짐으로서 매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그때 부적아래 들어가는것은 인간들의 시체다. 즉, 마타이치의 '악령퇴치' 라는것은 사실은 악령같은 인간들을 퇴치하는 ( 없애버리는 ) 행위이다. 이때문에 모모스케는 초반부에 '당신들도 단순히 살인을 저지르는거 아니냐' 면서 마타이치들에 대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인간세상은 더러워. 다 없어져야해' 같은 것은 아니다. 총 13 화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마타이치는 다소 순화된 모습으로 등장해서 세상을 정화시키려는 ( 다 없애버리려는 ) 절대자 격의 상대와 대결한다.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허무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는것 역시 항설백물어의 매력중 하나다.

 

제목중 교고쿠 나즈히코는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소설을 쓴 작가의 이름이다. 그는 스스로를 제67548 성운의 알파 혹성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소설가로, 괴기물이나 미스테리물에 뛰어나다고 하는데 아직 한번도 그의 작품을 보지는 못해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 소설 '항설백물어' 도 40 만부 이상이 팔렸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수입이 안된듯해서 더 아쉽다. 13 화로 비교적 짧게 끝나버린 ( 그러고보니 키노의 여행도, 부기팝도, 레인 도 모두 13 화 짜리다. 질질 끌지않는건 좋지만 방송국에서 작품성을 위해서 짧게 자른것은 아닐거라는것을 고려해보면, 역시 이런 작품들은 일본에서도 장사가 안되나보다. 원피스나 코난 등이 100 화를 넘긴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아무튼 항설백물어는 여러가지로 독특하고 볼만한 작품이다. 어떤 작품군들은 자주 접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특정 작품이 일찍 끝나버리면 아쉽고 2기가 언제쯤 시작되려나... 하면서 기다리기 마련인데 이 항설백물어도 그중 하나다. 아, 정말이지 2기 안나오려나... ( 참, 키노의 여행은 2 기가 곧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 

 

마지막으로 마타이치의 성격 ( 더럽다 -_- ) 을 잘 나타내주는 컷을 넣으려고 했는데 없어서, 아래의 두컷으로 대신한다.

 

부적술사 마타이치
인형술사 오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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