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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노무현은 우리의 적이다 / 노무현의 ‘자주 외교’?

다함께 44 호

노무현은 우리의 적이다 / 노무현의 '자주 외교'? - 전지윤

http://alltogether.or.kr/

 

지난 11월 11일은 열우당 창당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열우당 창당 1년을 기념하는 사람은 ‘빼빼로 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보다 더 적었다.
왜냐면 “우리당 창당 이후 1년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가득 차 국민의 시름만 깊어[진]”(민주노동당) 1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노무현과 열우당은 “미국에 목덜미 잡히고 조·중·동과 한나라당에 휘둘려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이라크에 파병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주력한 것말곤 내세울 게 별로 없[다.]”(홍세화, <한겨레> 11월 17일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개혁을 노무현과 열우당에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이해찬은 “조선·동아는 까불지 마라”, “한나라당이 나쁜 건 세상이 다 안다”고 큰소리쳤지만 ‘까불고 있는 나쁜 놈들’에게 노무현 정권은 쩔쩔맸다.
이해찬은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 안에서 논다”고 했지만 정작 조·중·동의 손아귀에 잡힌 건 노무현 정권이었다.  
열우당이 ‘친일법’을 ‘부일법’으로 바꾸며 직위가 아닌 행위 중심으로 조사하겠다고 물러나자 <오마이뉴스> 정운현은 “친일 ‘청산’인가, 친일 ‘면죄’인가” 하고 개탄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거듭 후퇴해 “타워팰리스 81평”도 빠져 나가는 ‘종합구멍세’가 됐고 경실련은 “열린우리당은 땅 부자를 대변하는 특권층 옹호 당”이라고 규탄했다. 
문화관광부는 “개정된 신문법에 따라도 조·중·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라며  ‘친절한’ 유권 해석을 내려 주었다.
검찰은 2억 원이 든 굴비 상자를 받은 한나라당 안상수를 굴비만 받은 걸로 봐주며 불구속 기소해 면죄부를 주었다.

 

최근 열우당과 한나라당의 “재벌 총수의 소유권 보장을 위한 오십 보 백 보의 진흙탕 싸움”(민주노동당) 끝에 통과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대로 하면 “출자 제한을 받는 재벌은 현재의 18개에서 10개로 줄어들”(참여연대) 참이다.
이미 알맹이가 빠져 껍데기뿐인 4대 ‘무늬’ 개혁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고사하고 “안에서 개판치는 모임”(김정란)이라는 ‘안개모’의 벽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아닌데 싶어 한마디 하고 싶어” 하던 한나라당, 자민련, 자유총연맹과 재벌2세 출신의 열우당 의원들이 모여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혁 입법”(창립선언문)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이부영은 “산이 높으면 돌아가[자]”고 했고, 천정배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노무현의 복심(腹心)’이라는 문희상도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며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김덕룡은 “4대 국론 분열법 밀어붙이기를 중단할 것을 시사한 … 반가운 소식”에 기뻐했지만 <오마이뉴스> 고태진은 “그 높다는 산, 한번 올라가 보려고 해 보기는 해 봤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11월 12일치).

 

4대 ‘무늬’ 개혁에서는 이토록 힘없이 동요하는 노무현 정권이 이라크 파병 연장, 비정규 노동법 개악, 공무원노조 탄압, 기업도시법 강행 등 ‘4대 개악’에서는 거침이 없다.
“다음 대통령에게는 너무 어려운 숙제를 넘기지 않겠다”는 심보인지 노무현은 반민중적·친제국주의적·친기업적 악행들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려 한다. 더구나 여기서는 ‘안개모’와 개혁적 386과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별 차이도, 이견도 없다.
노무현의 오른팔인 386 이광재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보수언론들에 이메일을 뿌렸고, 유시민은 “누가 공무원 되라고 협박했냐”며 막말을 해댔다.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전공노는 대화 상대가 아니다” 하고 나섰다. “정부는 탄압하고, 한나라당은 공조하고, 조·중·동은 응원하는”(진중권, <경향신문> 11월 16일치) 상황이 연출됐다.
기업도시법에서는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준다”(한나라당 최구식)는 우파와 재벌들의 주문에 따라 온갖 친기업적 특혜가 쏟아지고 있다.

 

해외에 나간 노무현은 이번에도 친기업적 발언을 쏟아냈다.
“오늘까지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었다. … 대통령이 성과라고 내놓는 것[은] …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한 것이고 대통령은 그냥 밥 짓는데 뒤에 가서 부채질 한번 해 준 수준[이다.]”
기업주들을 위해 ‘부채’를 넘어 선풍기 수준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 온 노무현 정부는 최근 ‘부채질’을 위해 시위진압용 살수차 26대 구입 비용 39억 원을 편성했다.
노무현 정권은 이처럼 4대 개혁에서는 우파와 가끔 말로만 싸울 뿐 행동에서는 우파에 타협해 껍데기뿐인 ‘무늬’ 개혁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4대 개악’에서는 우파와 손잡고 말과 행동 모두 무자비하게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열우당은 적과 아를 분명히 구분해 …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움직임을 중단하고  개혁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민중의 소리> 11월 2일치 논평)는 미련은 버려야 한다.
정말이지 적과 아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개혁을 이루고 ‘4대 개악’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에서 우파와 함께 노무현 정권도 우리의 적이다.
‘안개모’의 안영근은 “민노당에 대한 기대는 이만 버리고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열우당의 우향우를 재촉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유사시 못살겠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국민이 1천만 명이 될 것”(모 장관이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회동에서 한 말)이라는 지금, 노무현에 대한 미련을 이만 버리고 노무현에 맞서는 전면적 투쟁의 길로 나서야 한다.

 

노무현의 ‘자주 외교’?

 

 

해외로 나간 노무현이 11월 13일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편드는 듯한 말을 하면서 작은 파장이 있었다. 
우파들은 노무현이 11월 20일 부시와 만나서 “대들까 봐 걱정”(한나라당 김덕룡)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모처럼 빛이 났다”(<민중의 소리>)고 환영했다.
<오마이뉴스> 등은 노무현이 그 동안의 ‘한미공조 올인’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로 나아가는 신호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막상 부시를 만난 노무현은 ‘대들기’는커녕 부시의 재선을 거듭 축하하고 이라크 파병 연장을 약속하며 알아서 기었다.
노무현은 이번 해외순방에서 기업을 찬양하는 발언들을 쏟아내며 신자유주의를 위한 한-일, 한-싱가포르, 한-캐나다 등 ‘FTA 드라이브’를 펼쳤다.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노무현의 발언도 이런 발언을 한 게 놀라운 게 아니라 “할 말은 하겠다”더니 그 동안 이런 발언도 안 한 게 놀라운 일이다. 

 

노무현의 말이 없더라도 케네스 퀴노네스(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가 지적했듯이 “이라크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부시는 노무현에게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번에 노무현은 “자기 국방은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어서 국방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해 앞으로 4년 간 99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를 삭감하며 군비를 늘리고, 이라크 파병 연장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아예 “해외 파병 상설부대의 편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게 노무현식 ‘자주외교’, ‘자주국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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