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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일정에 끼워 맞추는 투쟁 - 승리할수 있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기회는 왔지만 정규직들이 정신 못 차리면 꽝이다. (중략) 민주노총의 중심인 정규직 조합원들은 앞으로 [비정규직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받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한다. ... 무기한 총파업을 해야 한다. 4시간 파업, 하루 파업은 의미 없다. 저들도 그 정도 손해는 계산하고 감수한다. 그러나 무기한 파업은 계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을 조직하는 것이다."


지난 9월 정권의 비정규직 개악법안에 맞서 열린우리당 당사 점거투쟁을 벌였던
전국 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 박대규 의장이 '다함께' 신문 (10월 9일자, 40호) 과 인터뷰 한 기사중 일부다. 그리고 11월 26일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던 당초 선언과달리 민주노총 지도부는 '저들이 계산하고 감수할만한' 6시간 시한부 총파업을 시행했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당초 예정되었던 파업 찬반투표와 총파업 돌입시간을 보름이나 연기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일정에 합류하려 했다. 그 사이에 정권과 언론은 계속해서 엄정처벌 운운하며 협박을 가했고, 투쟁의 동력이 줄어드는데는 이러한 탄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투쟁일정에 공조한다는 결정 자체는 오히려 바람직한것이 될수도 있었다. 만약 민주노총이 '전공노 혼자 외롭게 투쟁하도록' 두지말고 15일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투쟁에 돌입했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15일 노동자대회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26일 파업에 돌입할것을 선언했다. 그 결정은 공무원 노동자들을 위축시켰고, 정권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전공노를 탄압할수 있었다. 그나마 26일 총파업 이라도 착실히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이나, 단위 사업장에 완전 총파업으로 투쟁 지침이 내려왔고, 많은 노동자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전에 갑자기 지도부가 6시간 총파업으로 지침을 바꿔버렸다. 이쯤되면 민주노총 게시판에 '( 이수호 위원장이 ) 고교 친구인 노동부 장관과 짜고치는 고스톱' 이라는 글이 올라온것도 지나친것이 아니다.


26일의 6시간짜리 '경고파업' 에서 이수호 위원장은 "국회가 29일 비정규 개악법안을 강행통과할 조짐을 보인다면 12월2일 전면적인 2차 총파업을 가질것" 이라고 말했다. 사실 경고파업 몇일전에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미 비정규직 대표자들의 열우당 점거 때도 '법안을 고치겠다' 고 약속했다가 몇일 지나지않아 '정부법안 문제없다' 로 돌아선것에서 보이듯이, 그러한 제스쳐는 시간벌기용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경고파업이 벌어졌던 26일 정병석 노동부차관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사항은 교섭대상 아니" 라고 못을 박았다.


정권의 입장에서 비정규 개악법안은 언제든지 통과시킬수 있다. 민주노총이 이런식으로 흐지부지한 투쟁을 조직한다면 이번회기때 못할것도 없으며, 설사 이번에 통과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통과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비정규직 개악법안 폐지' 가 아니라 '이번에는 통과시키지 마라' 라고 외치며 싸울수 있단 말인가? 어렵게 준비하고 조직한 총파업을 이런식으로 흐지부지 끝내놓고 다음에 통과할 기미가 보이면 그때 또 총파업을 선언하고 준비할건가?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총파업이 그렇게 쉬우면 지난 몇년간 뭐하러 '양치기소년' 이라는 불명예를 들어가며 그토록 자주 총파업을 연기해 왔는지 묻고싶을 정도다.


국회일정에 끼워맞추는 이런식의 투쟁은 결코 승리할수 없다. 자본가, 정치인들이 민주노총을 눈치보고 노동계급의 힘을 두려워 하도록 만들지는 못할망정, 되려 정부여당 몇몇의 립서비스에 기대는 그런 투쟁은 승리할수 없을뿐더러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사회적합의란 있을수없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국회일정이 문제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게속되는한 지속적으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과 탄압이 있을것이며, 따라서 '이런 분위기' 는 계속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분명하게 우리 민중의 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기대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런 분위기' 의 해소는 열린우리당도 국회도 만들어 주지 않으며, 사회적 합의로 해소되는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노동자 자신의 힘으로 싸워서 뺏아내는 것이다.


6시간 총파업, 국회일정에 끼워맞추는 조건부 총파업으로는 '사회적합의' 조차 성사시킬수 없이 여론의 질타만 받게 될 뿐이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린우리당의 '이번 회기내 통과하지 않을것' 이란 말이 시간끌기용 사기술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고있으며,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고공 농성을 펼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유사시 못살겠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국민이 1천만 명이 될 것" (모 장관이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회동에서 한 말) 이라는 지금, 노무현에 대한 미련을 이만 버리고 노무현정권에 맞서는 전면적 투쟁의 길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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