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서 영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저항은 지금도 계속된다'는 포스터 표제와는 달리 과거의 운동을 청산하는 시각에서 영화는 전개된다. 청산은 아니라 할지라도, 영화는 너무 모호하다. 어느때에는 너희는 헛것을 보고 싸운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들이 정말 그랬을까?

 

테러리즘이, 혹은 그들의 저항이 자기 모순이었다면 그것을 들추면 될 일인데, 영화는 개인들이 어떠한 모순도 느끼지 않는 것 마냥 그리고 있다. 이건 애초에 피를 즐기는 인종이 테러를 한다는 식이다. 오히려 테러의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공권력이 스스로 던진다. 적군파 스스로는 그것에 대한 질문도 못던질만큼 폭력에 미친 집단이었던 걸까. 아니면 관객들이 동기 정도는 이해할 거라 생각해서 언급하지 않는 걸까. 물론 초반에 어떤 꿈이 있었는지는 소개되지만, 바더-마인호프 그룹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으로 테러를 선택했는지가 빠져있다. 그들의 군사훈련 장면은 실제와 너무 달랐을 것 같은데, 자신의 저항을 하나의 놀이쯤으로 생각한 것 처럼 그린 게 싫다.

그런데, 불쾌감을 유발한 장면들이 실은 현실에 판박이로 재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걸 감독의 악의로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다. 테러리즘은 애초에 그렇다. 사회의 토대와 관계를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일텐데, 그런 태도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배어있다. 음.. 더 생각해보니, 감독이 여기까지 고려하지 않고 만들진 않았겠구나 싶네.. 모호할 수 밖에. 자신에게서 괴물이 나왔고, 자신이 그 괴물의 존재이유일 때 선택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다. 영화는 최소한 그런 정도의 진정성은 부여해줬다.

 

테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혁명을 하자는 것 만큼이나 반혁명적인 것이 없다. 하지만 그 같은 상상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용서할 수 없는 인간들에 대해.. 참 많은 사람이 죽어왔고, 눈에 보이는 테러 이상으로 잔혹하고 은밀한 죽음들이 이어지는데, 이런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