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과 차를 타고 교외를 다녀왔다.

 

 

얼마전에 친척들과 얼기설기 한 빚이 어느정도 해결되었고,

부모님 보시기에, 내가 어딘가 다니며 번듯한 일을 하고 있다.

엄마는,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처럼 살지 않아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 머리속에는 이제 가족사진이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집에는 번듯한 가족사진 하나 없다.

내가 스무살 넘어서는, 가족 전체가 나온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 정말 한 장도 없었다.

 

모든 게 다 삐걱거렸다.

나도, 동생도, 부모님도.

 

 

평안을 가장한 부모님의 웃음들이 괴로웠고 싫었다. 

당신들이 어떤지를 얘기하지는 않고, 나의 의사에 따르겠다며 나에게만 묻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연민이 발을 맨다.

아침 라디오를 들으면 가족의 건강, 행복을 비는 사연들이 넘쳐난다.

신기루들..

 

 

지금은 가족사진의 윤곽이 그려진다.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진에 빈자리가 담기지 않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요즘 남들 사는 것 처럼 살아보이고 있어도, 벗어날 궁리만 잔뜩이니,

 

지금의 균형이 위태롭기만 하다.

나와는 다른 의미에서 부모님도 위태로울 게다.

 

 

다르게 살겠다는 것도 결국 좀 더 자유롭게 소비하겠다는 욕망이다.

거기에서 삶의 보상을 얻으려는 것도 갸냘프고 애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