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을 요청하려고 기억에 있는 몇몇 선배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띠동갑은 되는 사람들이었다.

몇년만의 연락에 너무 반가워 하면서, 버텨달라고 얘기한다.

다들 나름의 방식으로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곳의 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선 이곳에서 버텨야 한다.

누구는 이곳에서 아직 버티고 있다는 얘기에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한다.

힘이 된다.

 

되려, 근래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비아냥 거리거나 빨리 정리하라는 말을 던지곤 한다.

그들에겐 이 활동이 한 순간 유희거리였을 뿐.

그 때도 그게 싫었고, 지금은 상종하고 싶지 않다.

그 인간들이 말아먹는데 일조했다.

그들은 나를 무서워했다. 그들에게는 더 날을 세웠어야 했다.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 나는 선뜻 만나기 어려웠다.

옆에 있던 사람들에 비추어, 내 삶을 맡길 만큼 믿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 불신이 이어져 지금은 우리의 전망을 이해받지 못할까봐, 치기로 치부당할까봐 두려워서 연락하기가 주저스러웠다.

어쩌면 서로 진심이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망설임 없이, 버티라고 얘기하는 게 좋았다.

그런 사람이 참 고프다.

내가 그렇게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버티라고 얘기할 수 있을만큼, 내가 버텨내기를.

 

하지만, 이게 전망을 잃은 채 맹목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버틸 수 없었다. 나에겐 옳지 않았다. 다른 전망을 찾아내야 했다.

지금은 희미하게나마 길을 보고 있다.

하지만 다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내 삶을 맡길 수 있을 누군가를 든든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해내야할 과제다. 그런 누군가를 만들기 어렵다면, 나를 벼르고 또 벼르고, 벼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