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주 영화를 많이 떠올리며 산다.

난 돌아보면, 갚아야할 게 너무 많은 사람이다.

 

나를 지지해주거나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계속 안좋으니, 어제는 한 교수님이 동방까지 찾아와서 침을 놔주고 갔다. 요즘의 활동에 대해 묻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참 고마운 분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만치 관심을 가지는 일이 있나 떠올려봤는데, 당장 관심이 절실할 부모님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살고 있다. 너는 무엇으로 갚을 거냐고 묻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런 직접적인 게 아니더라도, 내 삶 전체는 누군가에게 항상 기대어 있다. 이사를 하면서 전에 살던 집을 정리하는데, 찬장과 냉장고에 한두번 먹다 남은 음식재료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모두 유통기한이 훌쩍 넘어 버릴 수 밖에 없었는데, 내 필요 이상으로 가져다 놓은 욕심이 한심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대개 이런 식일 거다. 난 다른 이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을 갈취하며 살고 있다. 내가 사다 먹지 않았어도 어느것은 창고 속에서 썩었을테니,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일상적인 관계들 속에서 주고받는 것도 적지 않다. 사람을 만나는 모든 과정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혹은 반성하며, 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인과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 원인이 될텐데, 나는 어떤 자욱을 남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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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지난번에 그 선생님에게 소식지를 드렸었는데, 어제 코멘트 하기를, 내용은 20년전이랑 그대론데, 샤방하게 보이려 무진장 애쓴 게 보인단다. ㅋ 그 노력이라도 보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