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핸드폰

님이 지멋대로 꺼지기도 하고, 꺼진뒤에 안켜지기도 하고.

 

이번 핸드폰은 좀 오래쓰나 했더니, 으음, 내가 바꾸기 전에 고장이 나시네.

 

전자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 핸드폰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좋은 핸드폰을 탐내는 건 아니고, 그저 새로운 물건을 써보고 싶어서, 공짜폰을 찾아 기계를 바꾸곤 했다.

새로운 기계면, 흑백폰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기계벽이 있다.

여러 이유로 육식은 안한다고 얘기하면서, 전자기기는 그렇게 소비하는 게 스스로 민망해서,

되도록 전자제품 더 안늘리고, 갖고 있는 건 오래쓰려고 맘먹었는데,

핸드폰님이 고장이 나서, 마음이 혹해버렸다.

이참에, 나도 스마트폰 +.+ 이러다가, 

쯧쯧쯧, 다시 한심해지고.

 

이런 물욕 다스리기가 참 어렵네.

2010/10/13 22:35 2010/10/13 22:35

지나간다소통

언제나 소통이 가장 어렵다.

 

당위를 강요하는 내 말하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것만으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말하는 게 어떤 효과를 남기는지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말의 논리적인 정당함을 증명하는 것이 말하기의 목적이 되어버린 게 아닌지 짐작해보는데,

결국 자기가 이기기 위해서 말하는 게 되버리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는 그 말이 현실에서 어떤 물리적 효과를 남길지를 보기 어렵다.

내가 바라보는 효과가 언제나 정확하고, 타당할 수는 없겠지만 -

내가 고집을 부리는 건 내가 옳다는 확신과 설사 그릇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이다.

결국 실천에서 증명되리라 생각한다.

 

반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반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다.

 

다음에 같은 반성을 하지 않기 위한 반성을 하는 이들은 드물다.

반성도, 그 반성이 타당하다는 증명을 위해 이루어진다.

반성은 난무한다. 그래왔고, 그럴것이다.

...결국 실천에서 증명할 것이다.

 

묵묵히 그저 하면 될일이다.

떡고물 바라지 않고.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현재의 역사를 특권화시키지 않고. 미래의 어느 순간을 특권화시키지 않고.

내일 죽어도, 이파리 하나 틔우는 것.

2010/10/12 23:52 2010/10/12 23:52

지나간다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별 생각없이 보러갔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좋았다.

 

내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관계의 많은 부분은, 나를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그러진다.

상대방을 위해 모든 것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공허하고 외로워지는 것.

내 관계는 그러기 십상이었다. 특히나, 내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을 때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더욱 쉽게 던질 수 있고. 그만큼 더 공허해진다.

 

용서받지 못할 일들에 괴로워하는 것도.

결국 용서하는 건 나라는 것을, 나도 모르지 않으나.

용서하고 싶지 않은 것을. 용서하는 것이 합리화가 되는 것 같아 두려운 것을. 용서받을 만큼 충분히 괴로워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현상유지를 위해 나를 무너뜨려왔다는 말이 아프게 남는다.

무너져야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붙잡기만 했던 수많은 관계들.

이제와 반성과 후회가 남지만, 앞으로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은 없다.

 

네 발로 중심을 잡고 서는 것.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생각하는 것.

명상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참여하면, 어디에서나 한번도 빠짐없이 들었던 말이다.

나 같은 인간은, 머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만큼 힘든 게 없는데. 

사람마다 각각 타고난 업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접어두고 있다. ㅎ

아무튼, 내가 나를 아끼게 된다면, 삶에 균형이 좀 생긴다면, 나도 그것을 깨트리는데 겁이 날 것 같다.

이제껏, 만남들은, 언제나 비상 속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니, 쉽게 다가서곤 했지만.

상 속에서의 비상이면 어떨까.

 

한편 이 영화같은 류의 얘기들이.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자신을 찾으라는 담론들과 연결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외려, 찾을 나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텐데.

해탈은, 그저 묵묵히 살아내는 데 있는 것일텐데.

 

 

극중에서 피폐한 줄리아 로버츠와 빛나는 줄리아 로버츠는 참 멀리 있었는데.

분장 덕인지, 연기 덕인지. 그저 신기하게.

2010/10/10 22:01 2010/10/10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