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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변혁] 권력 그리고 목사ㆍ먹사

[종교변혁] 권력 그리고 목사ㆍ먹사  

 

1.
1987년 6월민주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지역 조직에 참여했던 필자는 당시 운동 과정에서 정치권과 인연이 되어 이듬해 13대 국회에서 잠시 야당 정책보좌관을 경험한 적이 있다. 첨예했던 상임위가 끝난 어느 날 늦은 저녁 여의도 인근 한 주점, 운동에 알레르기가 많은 듯한 한 여권 보좌관이 술김에 털어놓은 속내가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당신들 말이야, 왜 이래.. 이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냐? 아마 당신같은 사람들은 김일성이가 내려와 이 나라 권력을 잡아도 김일성이랑 싸우겠지. 반대하다 죽든 말든.. 솔직히 말해줄게.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안 살아, 김일성이가 집권하면 그쪽으로 붙어버릴 거라고.. 왜냐고? 당연하지. 권력이 있는 곳에 돈이 있으니..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잖아..”

2.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교회 중에서 규모에 관한 한 랭킹에 들어가는 금란교회가 있다. 1992년 5월 7일, 김홍도 목사가 이끄는 이 대형교회에서는 감신대 변선환 교수(작고)에 대한 종교재판이 벌어졌다. 수천 신도의 야유가 쏟아진 가운데 진행된 이 중세기적 재판에서 변 교수는 자신이 주창한 종교다원주의로 인해 목사직 파면과 신자 자격 박탈 그리고 출교 처분을 당해야 했다. 얼마 전 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한 남성을 만나 '믿음'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토로했다.  

“믿긴 뭘 믿어요? 그냥 다니는 거죠.. 사실은 제가 페인트업을 하거든요. 어지간한 자영업 해선 먹고 살기도 힘든 불경기고.. 뭔가 인맥 같은 게 없으면 공사가 없어 굶어죽기 십상이예요. 해서 요즘 말로 인프라가 필요해서.. 나만 그런 게 아녜요. 그런 사람들 많습디다. 제가 아는 꽃집도 헌금 꼬박꼬박 바치고 직분 받아서 장사 해먹는데 교회를 잘 이용하더군요..”  

3.
먹고 산다는 건 ‘먹고사니즘’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무한경쟁의 자본주의에서 보통 일이 아님에 분명하다. 따라서 생존이 달린 문제를 두고 누가 누구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는 없겠지만, 생존을 넘어 욕망 때문에 이 사회의 주요모순이 묻힌다면 그건 더 큰 일일 것이다. 문제는, 비난하기는 쉽지만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그 여권 보좌관이나 페인트 사장의 모습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단언하기에는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각종 권력은 자본과 만나는 요충지이므로, 이 지점에는 안치환의 노래처럼 항상 ‘똥파리’들이 모여들게 돼 있다. 그것이 정치권이건 종교집단이건.. 더 큰 아파트와 더 좋은 자가용과 내 새끼를 안전하게 더 부자로 살 수 있게끔 명문대생을 만드는 일에 말이다. 오늘 이 사회의 대다수 대형교회들에서는 오늘도 기복(祈福) 신앙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기독교 정신과 탐욕에 찌든 목사들 그리고 교회 시스템을 통해 물질을 채우려는 신도들의 야합이 기승을 부린다. 요즘 ‘먹사’는 목사나 신도나 가릴 것 없이 어쩌면 자본과 욕망에 노예가 된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일종의 대중화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른바 종교지도자들을 포함해 역사상 지배이데올로그들은 늘상 신앙을 이용해 혹세무민(惑世誣民)함으로써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맹신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돈을 찾아 종교를 역이용하려는 신도들까지 등장할 정도로 영악한 세상이 됐으니, 애궁.. 요즘 하나님은.. 아니, 벽촌의 예수님은 대체 어디 계셔서 이 꼴을 계속 두고 보신단 말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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