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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녹취를 할 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작업은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조금 버거운 일이다.

근데 왜 그렇게 괴로운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난리를 쳤지.

 

누군가는 다큐멘터리가

인간을 이해해야하는 일이라고 했던 것 같다. 맞다.

그런데 주인공들을 이해하기에 나는 폭이 너무 좁았다.

근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이댈만큼 용기는 없고.

어쩌면 철딱서니 없는 컨셉으로 무턱대고 들이댔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괜히 그럭저럭 세상이치 아는 척을 하다가 이제서야 혼이 나고 있다.

물론. 더 혼이 날테고, 잘못한 것이 이것만은 아니겠지만ㅠ_ㅠ

 

김pd는 나한테 테잎을 보며 스스로의 부족함에 머리를 찧을때가 종종 있을거라고 했는데,

아마 그동안 내가 지랄발광을 했던건,

스스로 좁다는걸 인정 못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니, 동물적으로는 뭔가 크게 비어있고, 부족한 것이 느껴지는데

그걸 남탓을 해가며 잘못 해석하고 있었던 거 같다.

 

촬영기간에 언뜻 스치며

뭔가 이런걸 더 생각해봐야하나? 라고 생각했던 것,

이건 모르겠는데, 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멍청하게 그냥 흘리고 말았다!

그걸 공부하고 토론하고, 정리를 했더라면,

지금처럼 넋놓고 있었다는 후회를 하진 않았을텐데;;;

S의 말마따나 나는 스스로 무엇을 갖고있는지 없는지, 어떤 상태인지

이런 것들을 감각적으로는 캐치했던 듯.

그러니까 근데 그걸 왜 안했니............

아니, 하려고 노력을 했던 적은 좀 있었던 거 같긴 하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그렇지... 역시 용기가 부족한겅믜-_-a;;

 

수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도닥이며 해줬던 위로의 말이며, 뭔가를 알려주려했던 거하며 이거저거가 

다 뒤섞여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구나-_-;;

 

다큐멘터리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입장이나 시각을 만드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특히나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서 내가 만들어야 했던 부분은 그것이었다.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도 누누히 말했듯이 1~2년 본다고 뭔가 깊숙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또, 주인공들은 또래도 아니니 급작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뭔가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뻘, 이모뻘, 언니뻘들이었죠...-_-;;)

그리고 사실은 어쩌면 친해지고 안친해지고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를 향한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시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친해질 수가 없어서 어렵다, 라는 핑계는 정말로 핑계였고.

오히려 친해지고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시각을 세울 수 있었어야 했다.

 

전혀 모르다시피 한 분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그것의 사회적 구성,의미, 스스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전혀.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ㅁ-;

말하자면 입장조차 없이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멍청이-_-;;

 

지금 생각해보니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결심 했을 때의 핵심은 그것이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시각,관점을 갖는것.

근데 잘 모르는거니까, 관심이 별로 없으니까. 하고 넘겨버렸으니-_-

이거 뭐 어쩔;;;

 

아마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작업에서 많은 부분은,

구체적인 것에 대한 시각을 만드는 것, 이 아닐까.

만약 내가 계속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근데 왜 난 공부를 하나도 안했을까. 공부를 하고, 묻고, 질문하고, 답했어야 했다. 정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철학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발을 디디려고 하는 곳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정도는 알았어야 했다.

멍청이짓을 많이 했지만, 이건 정말 대박 멍청이짓이다.

1년을 날린 멍청이짓 중의 멍청이짓이다.

아오.

 

책을 파고 공부를 한다고 해서

주인공들의 깊이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시각'을 갖는건 최소한의 것이었다.

그래봐야 타인의 깊이에 또 좌절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절망할 때 밑바닥에 받침대정도는 되줬을텐데...

 

암튼 이 멍청이짓을 회복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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